기독교인들은 질병이 낫는 치유의 기적을 받기 위해 교회 다니는 것이 아니다! 기도에 응답하는 하느님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와 미래에도 없다! 예수는 치유의 기적을 일으킨 적이 없다! 예수가 병자에게 손을 대거나 명령을 해서 육체를 치유했다는 기적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교회는 지난 수 세기동안 마치 복채를 바치고 기적을 간구하는 무당집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근본주의 신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대면예배를 하면 치유 기적이 일어난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서 불치병이 치유된 기적이 일어났다고 선전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상업적인 교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복음주의 교회에서 자주 들리는 “예수님, 감사합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치유의 근원이 예수의 초자연적인 능력에 있다는 신자들의 잘못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기도에 응답하는 하느님”은 몰락해가는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의 최후 모습인데, 신자들은 그런 하느님에게 억지로라도 굴종하려고 한다. 따라서 신자들은 기적의 증거를 합리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기도 응답의 결과가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하느님이 개입하지 않은 이유를 탁월한 기지로 합리화한다. 한편 병이 나은 것은 하느님의 공적으로 돌린다. 그러나 죽음이나 환영받지 못할 허다한 결과들에 대해서는 구차한 변명이나 다른 것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현대인들은 기적을 일으킨다는 하느님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변덕스럽고 옹졸한 행위를 일삼는 것에 그런 하느님을 신뢰할 수 없다.
기적을 기대하면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간구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정확히 말해서, 신자들의 기도의 응답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나의 인생에 대한 책임은 100% 나에게 있다. 잘된 일이나 못된 일이나 부모님들과 하느님과 세상의 책임이 아니다. 하느님의 기적에 대한 희망, 다시 말해 하늘 위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하느님은 개입할 것이며, 열심히 기도하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 하느님의 은총을 입는다고 맹신하는 사람들은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헛된 희망의 노예생활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 희망의 상당한 부분은 복음서의 기적 이야기들에 뿌리박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신자들은 예수가 치유 기적을 일으킨 초능력자라는 믿음에 병적으로 세뇌되어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신약성서의 치유 기적 이야기들을 다시 새롭게 그리고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1세기 고대인들의 질병에 대한 이해는 21세기 과학시대에 속한 현대인의 이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부족했다. 예를 들어, 1세기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것들은 19세기에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1세기 사람들은 병균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20세기에 와서야 인간 지식에 추가된 것이다. 1세기 사람들은 심장혈관 질병, 혈액 암, 종양 혹은 암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성서 시대에는 질병이 주로 인간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이라고 이해했다. 요한복음서에서 제자들이 예수에게 던진 질문, 곧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에 관한 것은 고대의 통속적 지혜와 연결되어 있다. 즉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이 사람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요한 9:2). 예수가 중풍병 환자에게 “이 사람아! 네 죄가 용서받았다”(마가 2:5)고 했다. 비단 오늘 예수가 질병과 죄에 대해서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이런 식으로 답변했다면 예수를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를 아무도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고대 성서는 의학책도 아니고 질병치료 지침서도 아니다.
신약성서는 정신병과 간질병 모두가 귀신들린 것 때문으로 간주했다(마가 1:25, 9:25). 복음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것이 마귀가 환자의 혀를 묶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마가 7:35). 질병의 원인에 대한 이런 이해 때문에 하느님의 진노를 무마하기 위해 고안된 기도와 희생재물이란 처방은 치료를 위한 필수조건들이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지금 1세기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학지식의 세계에 살고 있다. 현대의학은 세균을 발견한 후 항생제를 개발했고, 그것이 죄인들에게나 성자들에게나 똑같이 효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연구는 양(羊)에 나타나는 탄저열(炭疽熱)에서부터 어린이 소아마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에 이용할 백신을 개발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생명의 상호연관성도 밝히게 되었다. 오늘날 의료공학은 광선으로 종양을 축소시키고 그것을 화학요법으로 공격하거나 혹은 그것을 내시경이나 다른 외과적 시술로 절제할 수 있다. 현대의학은 그 과정에서 하느님을 질병으로부터 철저히 제거했고, 질병을 완전히 세속화시켰다. 그러나 질병에 대한 전근대적 해석이 신자들의 종교심과 심성에 깊이 개재되어 있기 때문에 질병은 죄에 대한 징벌이라는 낡은 개념이 여전히 교회 내부에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1세기 질병의 이해 방법과 21세기 이해 방법의 폭넓은 차이를 수긍한다면, 삼층 세계관의 신약성서 저자들과 우주진화 세계관의 현대 기독교 사상을 형성한 서구 정신 사이에 큰 차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문화적 요인을 이해해야 한다. 복음서 저자들은 단지 1세기 고대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또한 민족종교 유대교의 충실한 유대인들이었다. 기독교인들이 치유 기적 이야기들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은, 유대인들의 의식 속에는 오랜 세월의 민족적 희망과 기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시 말해, 유대-기독교인들의 민족적 희망과 기대가 예수의 기적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1세기 유대인 세계에는 그들이 하느님 나라라고 부른 것이 장차 올 것이라는 생생한 기대가 있었다. 이 기대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절망의 시기를 포함하여 여러 세기에 걸쳐 생겨난 것으로서, 메시아가 와서 그 나라를 시작하리라는 유대인 특유의 희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나라의 징표는 히브리 성서(구약성서) 가운데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으나, 이사야서 35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여기서 예언자는 하느님 나라가 오면 나타날 사실들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화화처럼 피어 즐거워할 것이다. . . . 그 때에 눈먼 사람의 눈이 밝아지고, 귀먹은 사람의 귀가 열릴 것이다. 그 때에 다리를 절던 사람이 사슴처럼 뛰고, 말을 못하던 혀가 노래를 부를 것이다.”(35:1-6)
복음서 저자들은 단순히 문자주의의 표층적인 차원보다 훨씬 깊은 심층적인 차원으로 예수의 치유 기적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기록했다. 다시 말해, 예수가 실제로 치유 기적을 행했다는 것을 증거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치유 기적들은 예수에게 메시아의 신분을 부여하는 방편으로 후대에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예수 이야기에 덧붙여진 것이다. 물론 복음서 저자들이 인용하는 구약성서의 메시아는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신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을 강대국들의 탄압과 착취에서 구원해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해방자이미 구원자이다. 그들은 예수를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 건설의 안내자로 지목하기 위해 메시아적 표징들을 예수 이야기에 첨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치유 기적 이야기들은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문자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이다. 사실상 신약성서가 기록된 1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유대인 기독교인들은 이런 유대교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체 복음서들을 직역적으로 해석했다. 기독교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복음서들의 유대교적 뿌리를 회복하고 유대교의 시각에서 복음서를 보는 안목을 키우기 시작했다. 복음서의 기적 이야기들은 일차적으로 유대인들의 민족 해방을 위해 기록되었으며 물론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하여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는다. 기적들은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으로부터 온전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해방과 자유의 삶을 발견한 기이하고 놀라운 체험을 신화적으로 묘사한 이야기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에 솔직해야 한다. 예수의 기적 이야기들을 기록한 목적은 초자연적인 사건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맞추려고 창작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음으로써, 지금까지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성서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왜곡했다. 성서가 밝히는 도래할 하느님 나라 표징들은 초자연적인 것들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온전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이고 현실적인 삶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에는 고통과 절망과 이분법적 차별과 우월이 있을 수 없다. 예수는 눈먼 사람들이 자신의 온전한 인간됨과 진정한 정체를 스스로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실현했다.
복음서들이 말하는, 귀머거리의 귀를 여는 이야기, 저는 사람을 고치는 이야기, 벙어리의 혀를 푸는 이야기들은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메시아 표징이다. 현대인들은 복음서들을 그 의도대로 읽고 이해해야 한다. 그것들은 기억된 역사의 연대기가 아니라, 간절히 기다려왔던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서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리려는 신앙공동체의 선포이다. 다시 말해 성전종교와 로마제국의 비인간적인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고통과 절망의 암흑 속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은 온전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예수 체험을 고백했다. 그러므로 인간의 온전함(wholeness)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의 핵심이다. 즉 눈먼 사람이 보고 귀머거리가 듣고, 저는 사람이 걷고 벙어리가 노래한다는 선언이다. 치유 이야기들의 심층적인 의미에서 예수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발견하게 된다. 예수라는 인간 존재는 신화적인 “사람의 아들”의 메시아 역할을 구현한 것이다.
그는 생명과 삶의 본질을 볼 수 있도록 사람들의 눈을 열어 주었다. 이것이 예수 체험이다.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기적을 믿는 척 해서는 안된다. 이해할 수도 없으며 신뢰할 수도 없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에게 굴종하면서, 죽은 후의 천국과 영생을 꿈꾸고 믿는 척 하면서 교회다니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이며, 그것은 기독교인이 아니다.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 곧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식하며,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다. 성서는 암송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문자적으로 믿어야만하는 교리책이 아니다. 하느님이나 예수는 믿음어야 하는 객체적 대상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의식과 인간성에서 하느님의 심층적인 의미가 드러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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