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늦은 가을 아는 사람들과 이 곳을 시도한 적이 있다. 눈 내린 가파른 숲을 한참을 헤집고 올라가 능선정상에 올라 섰으나 체스밀 정상을 가려면 고개마루로 내려가 눈이 덮힌 정상을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고 세찬 바람때문에 포기 했었다. 포기했던 곳은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한 것이 남아 있다. 마침 요즘은 Spray Valley쪽을 주로 공략(Kent Centre, North)하고 있던 차에 켄트와 체스터 중간에 있는 이 곳을 갚으러 가기로 했다.
출발지점부터 James Walker로 들어 가는 갈림길까지는 트럭 한대가 다녀도 될만큼 넓찍하다. 갈림길부터 다니는데 지장을 줬던 잔가지들도 쳐 놓아 걷기에 쾌적하다. 제임스워커 트레일 1/4쯤에서 왼쪽으로 푹 내려간 경사를 부쉬웩하고 크릭을 건넜다. 고개마루까지는 약 2km의 상당히 가파른 경사를 올라갔다. Gully쪽으로 들어 가기위해 거의 절벽수준의 scree를 내려갔다. 고갯마루 2/3까지는 젖은 흙으로 된 가파른 옆경사를 신경을 써서 올라갔고 여차하면 눈이 남아 있는 Gully로 미끌어 떨어져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힘겹게 고개마루까지 올라왔다.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돌아 정상쪽을 향하여 헐거덕 바위와 돌을 또 한참을 올라갔다. 내리쬐는 햇볕때문에 더 고달펐다. 너댓걸음 걷고 쉬고 걷고 또 쉬고 이러다 날 샐것 같았다. 이럴 때 좀더 쉽게(?)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108걸음 걷고 숨 한번 돌이키고 또 108보 걷고 쉬고 또 108걸음 하다보면 힘겨운 느낌이 훨씬 덜하다. 고통이란 것도 알고 보면 반은 마음에 달렸나 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아직 백수십개의 산정상을 올랐지만 이렇게 볼품없는 정상은 본적이 없다.너무 좁고 뾰족하여 서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정상이라고 하기엔 50미터 더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는데 그쪽으로 가려면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는 면도날 능선을 지나가야 한다. 지도를 보니 이곳이 정상이다. 체스터, North Kent, 블랙프린스 등등 스프레이 주변의 대부분 산이 눈에 들어 온다. 웬만한 사람들 감성으로 보면 환상적 경치라고 하겠으나 나에게는 그저그런 평범한 록키의 풍경중 하나일 뿐이었다. 초보시절 갈라티아 레이크의 비현실적 웅장함 그 첫 인상이 며칠동안 머리속에 맴돌았던 기억도 희미해진다.
아마도 이 곳은 카나나스키스에서 비인기 상위권에 꼽을 수 있을거 같다. 초보부터 중급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Never Never Try! 왜냐하면? 내려올 때 도가니가 박살날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