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은 유대교의 구약성서와 기독교의 신약성서에 대해 이성적으로나 지성적으로 솔직해야 한다. 예수를 보상심리로 맹신하는 교회는 예수의 신성을 주장하기 위해 고대 유대인들이 기록한 성서를 자신들의 부족적이고 내세적인 믿음의 맞춤형으로 왜곡하거나 변형시켰다. 예수는 유대교의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신봉하는 성전신학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가르쳤다. 그리고 참 사람 예수의 정신과 그 체험에서 신약성서가 기록되었다. 현대인들이 고대 성서에 솔직하려면 역사적이고 성서적인 시각에서 누가 어디에서 왜 그렇게 기록했는지에 대한 비평학적 연구가 필연적이다. 따라서 신학교에서 이것을 필수과목으로 한다. 1세기에 예수의 추종자들이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체험을 묘사한 신약성서는 구약성서의 세계관 내지는 가치관과 현격히 다르며, 문자적으로 그대로 베낀 책이 아니다. 약1500년 동안 기록된 신구약성서의 시대적 환경과 저자들의 출신배경은 다양하며, 특히 신학과 신앙의 패러다임도 대단히 다르다. 현대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유대인 신약성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참 사람 예수 체험을 문자화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조상들의 전통인 구약성서를 은유적으로 인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예수 이야기가 신약성서의 복음서들로 문자화되기 수십년 전에 예수의 추종자들은 예수의 죽음으로 그가 살아있었을 때 품었던 부푼 기대가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듯 했다.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신이었다면 그는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초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철저히 반대했던 성전종교와 로마제국을 말살시켰어야 했는데, 예수 이야기는 그렇게 기록되지 않았다. 더욱이 예수는 자신에게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는 거짓주장을 한 적도 없고,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라는 황당한 말을 한 적도 없다. 물론 성서 저자들도 비상식적인 거짓과 은폐로 예수를 상업적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예수는 생명을 얻으려면 오히려 생명을 기꺼이 잃어야 한다고 가르쳤으며, 자신이 스스로 그 진리에 따라 행동했다. 예수는 죽음을 정복하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죽음없이 불가능하다고 가르쳤으며, 예수는 본래적 자아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이런 생각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살던 고대 세계의 가치관이 아니었으며, 이런 삶의 자세는 제자들이 속해 있던 사회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에 대해 역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만 다행히도 제자들은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서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확신하게 되었다. 제자들은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보다 더욱 소중하며, 이것은 성전종교의 하느님과 예배와 전통 속에서 찾을 수 없으며 오직 예수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삶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러한 참 사람 예수 체험과 인간 현실 사이의 심각한 갈등은 제자들로 하여금 예수의 정신 가운데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 길을 끊임없이 탐구하도록 촉구했다. 예수의 추종자들은 예수의 거짓없는 순수한 인간성에 대한 생생한 체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자신들의 조상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유대교 전통 속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곧 표면적으로는 연약하고 힘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차별과 우월이 없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힘의 의미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유대교 성서의 이 이야기는 예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이미지는 어느 것도 대중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자들이 자신들의 예수 체험을 이런 이미지를 통해 표현했을 때, 이 패턴은 그들 자신의 종교의 핵심 자체를 변화시켰다. 이 이미지는 각기 예수 체험을 뿌리깊게 형성했고, 마침내는 예수를 완전히 참 사람으로 새롭게 이해하는 차원을 마련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 전체의 핵심은 예수의 신성 또는 하늘 위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에 대한 교리적인 믿음이 아니라, 현세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온전한 삶에 대한 비전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에서 신학적으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예수의 이미지는 “종”(servant) 곧 “고난받는종” (suffering servant)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성서에서 어떠한 동기와 목적으로 예수를 “종”으로 묘사했는지에 대해 왜곡하거나, 또한 이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고난받는 종”에 대한 유대 민족의 뼈아픈 역사적 배경과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성서적 배경을 필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수의 호칭 “종”은 예수의 신성이나 대속론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더욱이 문자적으로 믿어야 하는 교리로 기록된 것이 아니다. 성서 저자들은 참 사람 예수 체험을 최대한으로 묘사하기 위해 은유적인 이미지를 유대교 전통에서 발견했는데 “종” 또는 “고난받는 종”이다. 이 이미지는 기원전 6세기에 익명의 예언자가 기록하여 예언자 이사야의 두루마리에 첨부된 것에서 빌려온 것이다. 오늘날 그를 “제2 이사야”라고 부르며, 이사야서 40장에서 55장까지를 그가 기록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고난받는 종”이라는 이미지는 예수 생애 이전, 유대인들의 과거에서 나온 목소리로서,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의 입에 올려놓은 말이다. 이러한 소중한 성서비평학적 연구에 대해서 대부분의 일반 기독교인들이 교회 성경공부반이나 일요일 설교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유대 민족은 기원전 598년에, 그리고 마침내는 586년에 보다 철저하게 바빌로니아 제국에 의해 패망했다. 제2 이사야가 “고난받는 종”을 기록한 때는 바빌로니아 포로생활이 끝나가고 있었으며, 해방에 대한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던 때였다. 즉 포로생활의 제2 세대와 제3 세대 당시였다. 포로생활 제1 세대가 죽은 다음에는 사랑하는 고향, 성전이 위치한 예루살렘이 있는 유대 땅에 대한 기억들이 꿈과 환상으로 변했다. 제2 이사야 기록에서 그 배후에 있는 환상과 열망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나약함 속에서 힘을 얻게 되기를 바라며, 자신들의 가난함 속에서 물질적 풍요와 특권을 꿈꾸었다(41:11-12). 그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희망으로 넘치고 있었다.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 제국의 고레스 왕이 바빌론을 정복함으로써 드디어 유대인들의 희망은 구체화되었다. 포로가 되었던 유대인들은 기뻐 노래했고 임박한 자유를 축하하기 시작했다(45:1).
그러나 고레스의 구원으로 고향에 돌아온 유대인들은 환상과 희망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 익명의 예언자 제2 이사야도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할 수밖에 없었다. 유대 땅은 황무지였으며, 예루살렘 도시는 부서진 돌 더미에 불과했다. 성전은 잡초와 버려진 돌로 가득 찼다. 아름다운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화려한 미래에 대한 환상은 모두 이 냉엄한 현실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제2 이사야는 이러한 암담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종”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 “종”은 단지 미래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직시하는 유대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역할은 이제 권력과 정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함을 삶의 방식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 종은 유대인의 경계 넘어 이방인들에게 정의와 함께 세계에 빛과 구원을 가져오는 것이다(49:6). 그 종은 모든 민족들을 위해 하느님의 겸손을 구현하고(53:5), 목마른 사람들을 물가로 인도하고(55:5), 갇힌 사람들을 풀어주며(42:7), 사람들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다(42:7). 그는 이것을 힘이 아니라, 나약함과 겸양을 통해 성취할 것이다. 그 종은 증오에 대항하거나 모욕을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50:5-6).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다(50:7). 그 “종”은 비록 괴로움을 당해도, 이 세계를 버리고 저 세계로 도피하지 않는다. 이 “종”은 최종적으로 죄수처럼 반항도 없이 수치스러운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이 무력함의 사명을 받아들이기에 감내해아 할 것들이었다.
제2 이사야의 “종”은 불안정한 세계에서 열심히 추구하는 생존의 도구 곧 성공과 부와 명예와 권력이 아니었다. 그의 보상은 자유와 온전함과 새로운 의식을 지향하는 현세적인 삶이었다. 이 이미지는 놀라운 것이지만 인기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것은 고난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만 호소력이 있어 보였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제2 이사야를 도외시하고, “고난받는 종”의 이미지는 수세기 동안 그 자취를 감추었다.
약500년 후, 예언자 전통을 계승한 어느 유대인 현자가 1세기 갈릴리에 등장했다. 그는 당시에 영광과 권력을 추구하는 인기있는 이미지들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높이 쌓은 경계(boundary)를 담대하게 벗어나 행동했다. 최종적으로 그는 기원후 1세기에 로마제국에 의해 처형되었다. 이제 그의 제자들은 제2 이사야가 형성한 폐기되고 거부당한 “고난받는 종,” 그 나약하며 무력한 모습에서 참 사람 예수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42:6, 40:3, 42:1, 50:7). 복음서들이 기록되기 오래 전에 나사렛 예수에 대한 기억은 불가피하게도 “종”의 이미지로 포장되었다. 예수의 삶 전체는 그 “종”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것은 그 “종”의 역할을 선명하게 반영하는 누가복음서에서 특히 그렇다(2:32). 누가가 마음에 둔 예언자는 제2 이사야였다는 사실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24:27, 45-46). 누가가 밝히는 고난과 죽음을 통해 사람들을 해방하는 자의 초상화는 제2 이사야서에만 있는 것이다. 누가는 종의 이미지를 예수에게 인용하는 것은,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대속론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종의 이미지”는 예수의 성육신이나 신성이나, 하느님의 인간세계에 개입이 아니라, 이 세계를 개혁시키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달음으로써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을 예수에게서 찾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복음서들에서 발견하는 예수에 대한 모든 이미지들 가운데 “종”의 이미지는 가장 심오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의 추종자들이 제2 이사야의 시각을 통해 전적으로 새로운 예수의 초상화를 복음서에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제2 이사야는 예수 이야기를 형성하는 데 이용되어 오늘 현대인들이 읽는 복음서들의 내용 속에 채택되었다. 즉 예수의 유대인 제자들은 참 사람 예수 체험의 의미를 밝히려고 자신들의 유대교 성서(구약 성서)에서 “고난받는 종”의 이미지를 인용했다. 복음서들에 등장하는 예수의 초상화 곧 “종”은 역사적 인물을 직접 목격한 보고서가 아니라, 인간 예수의 정신을 최대한으로 묘사하려는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노력이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적 예수 곧 참 사람 예수가 희미해질 때, 예수의 원초적인 가르침과 삶을 통해 체험했던 것은 점점 더 심각하게 희미해 진다는 사실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결코 역사적 예수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에서 말하는 예수는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하느님 예수이다. 그런 예수는 적어도 지난 1700년 동안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의 가면을 쓰고 인류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분단시키고 사람들을 혼란 속에 빠트렸다. 오늘 우리의 사회에서 소위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허황된 구호를 대낮에 길거리 한복판에서 외치는 유치하고 몰상식한 행태가 여전히 보이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한때 예수는 천국과 지옥에 대해 그렇게 확실하고 틀림없이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상업적으로 “만든 예수“를 철석같이 믿었다. 한편 역사적 예수 탐구에 열정적인 수백명의 신학자들이 결성한 <예수 세미나>(Jesus Seminar)학회는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말(words) 가운데 84%와 예수의 행적(acts) 가운데 거의 비슷한 비율에 해당되는 것이 역사적으로 진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연구결과로 발표했다. 즉 예수의 언행들은 당시에 예수의 것이라고 주장한 공동체들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역사적 예수가 실종되고 그대신 만들어진 예수가 교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가정과 사회에 불행한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인들은 환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방법으로 밖에는 예수를 이해한 적이 없다. 그런 예수는 인류역사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빈부차별, 종교차별의 주범이 되었으며 더욱이 과학을 믿음의 걸림돌로 치부하고, 이 세계를 버리고 죽은 후 다른 세계로 이주해 갈 망상의 노예가 되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1세기 유대인들이 역사적 예수로부터 어떤 강력한 것을 체험한 사실을 탐구해야 한다. 예수의 추종자들이 예수의 말과 행동에서 발견한 것은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명과 삶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은유적으로 문자화한 것은 원죄론, 창조론, 대속론, 성서무오설, 교회(성전)와 성직자(제사장)의 권위, 내세론, 형이상학적인 세계관, 예수천국-불신지옥, 초자연적인 기적과 믿음 등의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성서 저자들은 오직 참 사람 예수로부터 인식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 그리고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과 인간과 생명이었으며, 이것들을 살아내고 성취하는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의 대망을 거창하고 신화적인 언어로 기록했다. 그들에게 완전한 인간과 우주적인 하느님의 세계는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삶 속에 현존했다.
오늘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잃었던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복원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것이 예수를 따르고, 교회에 모이는 유일한 목적이다. 이외에 다른 명분으로 교회에 다니는 것을 이제는 중단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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