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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미제로 부터 해방시켰다고?
과부 수절하듯 원론만 주구장창 움켜쥐고 있으면 변절하지 않은 지사소리나 들을까 하고 헛소리를 늘어놓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황 모 작가만이 아니지요. 통일운동을 한다는 장 모 영감님도 연초 미얀마 사태에 대해 노망난 소리를 늘어놓다가 돌팔매질을 당했어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이야기하면서 민족의 자주권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적 절대가치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철학이 빈곤한 사람이 무슨 작가 타이틀을 달고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예요. 복잡한 부족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나라 아프가니스탄에 우물안 개구리처럼 민족이라는 개념을 대입시킨 무모함은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가치전도라는 면에서는 도긴개긴이지만 차라리 민족의 자주권 대신 국가의 자주권이라고 했으면 그래도 논리의 틀은 갖추었으니 봐줄만 했을텐데요.
이 사람이 자기 글에서 탈레반의 중세기적 가치관과 실체적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미국이라는 나라와 제국주의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는 소리를 함부로 지껄이는데, 황 모 작가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주권의 본원적 주체가 개인인지 국가인지부터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고 무엇이 무엇을 위해 우선적으로 복무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기지도 못하면서 날기부터 한다고 시건방지게 남들에게 제국주의를 배우라 말라하며 공자 앞에서 문자쓰는 소리하지 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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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황 모 작가 글 전문 (펌)
아프가니스탄 해방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인 오늘 아프가니스탄이 미제로부터 해방되었다.
탈레반 지지자도 이슬람 교도도 아닌 내가 오늘의 역사를 기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민족의 자주권 옹호 차원에서다. 미국의 패배를 기뻐한다고 하여 ‘빨갱이’라는 소리는 말기 바란다. 언젠가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소련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녹색평론> 2008.8월호). 소련은 1979년에서 1989년까지 연인원 65만명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하여 전쟁을 벌였다가 결국 패퇴한 이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까지 치닫는다. 미국은 2001년에서 2021년까지 20년 동안 무려 2조 달러의 돈을 들여가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다. 미국에게 있어 아프가니스탄은 명백히 ‘제2의 베트남’이다(아래 사진).
미국이 원시부족을 깨우쳐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민주사회를 만들어주려 했는데 무지하고 폭력적인 이슬람근본주의자들에게 졌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무리 좋고 이상적인 것이라 해도 그 나라(지역) 민중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쓸데없는 간섭이 된다. 로힝야, 에스키모, 이누이트, 아이누, 아메리카 인디언 등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근대체제에 편입되어 불행해진 소수 부족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의 칭찬을 받을 만큼 미국적 가치를 성공적으로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라며 스스로 저주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미국의 가치는 좋은 것인데 부패하고 무능력한 지도자들 때문인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제국주의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보수언론이 제공하는 자료는 충분히 봤으니까 됐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자료를 통해서. 그래야 균형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아닌가.
‘민족의 자주권’ ‘미제’라는 단어가 나오면 사람들은 “엇, 주사파다!”하고 바로 색안경을 낀다. ‘자주’와 ‘제국주의’는 정치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일반 명사인데, 북한이 자주 쓴다고 하여 남한에서는 금기어가 된 참 억울하기 짝이 없는 용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북한 사람이 먹는 밥도 먹지 말고, 북한 사람이 타는 자동차도 타면 안 된다. 21세기에 이 무슨 코미디같은 일이 버젓이 횡행하고 있는지... 사실은 지금까지 이 나라의 지도층이 ‘비자주적인 제국주의 이념’에 따라 통치해왔기에 이 말만 나오면 자지러지는 것이다. 그나마 현집권당은 ‘친미자주’를 해보려고 애를 쓰고는 있으나 중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은 그마저도 용인하질 않는다. 결국 남한에서는 익숙한 ‘비자주적 친미’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빵이다. 월남 패망 직후 박정희가 극단적 반공체제인 ‘유신체제’를 가동했듯이, 아프가니스탄을 잃은 미국은 다음 대선에서 ‘비자주적 친미 정권’을 강력히 바랄 것이다.
어렵다. 힘 없는 자주, 무능한 자주, 폐쇄적 자주 등은 모두 강대국의 장기놀이에 희생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제국주의 패권놀음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독일, 이태리, 일본, 소련 등이 다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어지럽고 복잡한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법칙은 ‘Balance of Power’라고 한다. 힘의 균형에 따라 우방이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이 우방이 되기도 한다. 한 나라(민족)의 운명은 힘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를 잘 보는 데에 달려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패퇴하고 말았지만, 향후 국제 정세의 요동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민족의 자주권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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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작가의 글에 대한 독후감 한 마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대한 디테일한 지식과 이해가 없으면서 거시적인 통찰을 하는 척 하는 글은 삼가고, 당장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약 1 만 여 명의 아프간인들에 대해 한국정부가 어떤 조치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는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귀하의 첫 문장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인 오늘 아프가니스탄이 미제로부터 해방되었다.”은 참 요령부득입니다. 나라면 “승전기념일인 오늘, 전승국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전하였다”라고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글이 저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사소한 거지만 지금 보니 역사적 사실도 틀리게 기술하고 있네요. "월남 패망 직후 박정희가 극단적 반공체제인 ‘유신체제’를 가동했듯이" 라고 썼는데 박정희가 유신체제를 가동한 건 월남패망 3 년 전인 1972 년 10 월 17 일이고, 그 직접적 동기는 닉슨톡트린과 미중접근 등 입니다. 베트남 통일의 단초가 된 파리협정도 1973 년 이므로 유신과 베트남은 그다지 관계가 없습니다.
작가건 건달이건 말을 신중하게 해 주세요.
나같은 국외자들에게야 당신의 말이 그저 ‘개짖는 소리’ 정도로 들릴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카불국제공항을 비롯한 아프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현장 주인공들에게는 비수로 살을 도려내는듯한, 참담한 소리로 들릴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