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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 폭포 물줄기는 세 곳에서 떨어진다. 그 중 두 곳은 미국 뉴욕주에 속해 있고 한 곳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속해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미국 폭포보다는 Horseshoe라고 불리우는 캐나다 폭포 경관이 압도적으로 장대하다.
두 나라에서 각각 출발한 여행자들을 태운 크루즈는 두 나라의 폭포에 모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오랜 세월 전통으로 전해진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미국 쪽에서 출발한 Maid Of The Mist 크루즈 탑승객들은 파란색 레인코트를, 캐나다 쪽에서 출발한 Hornblower 크루즈 탑승객들은 핑크색 레인코트를 입기로 한 것이다. 이 약속은 전통으로 굳어져 양쪽 모두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었다.
크루즈 탑승객들이 레인코트를 입는 이유는 배가 폭포낙하지점에 가까이 접근할 때 탑승객들이 폭우수준에 가까운 물안개와 물벼락을 뒤집어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10 월 1 일 금요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측이 레인코트 색깔구분 전통을 깨버렸다. 미국쪽에서 출발한 ‘안개속에 숨은 하녀’ 승객들이 개뚱딴지같이 핑크색 레인코트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미국령에서 출발한 크루즈 ‘안개속에 숨은 하녀’가 핑크색 유니폼을 무단으로 입은 탑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캐나다령 폭포쪽으로 진입하고 있다.
캐나다측 크루들은 무슨 영문인지 몹시 의아해 했다.
미국측 탑승자들이 핑크색 레인코트를 입고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다. 미국측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폭포물살에 배가 뒤집어져 승객들이 강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파란색 보다는 붉은색이 발견하기 쉬워 구조가 용이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바꾸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도 있고,
둘째, 캐나다 크루즈 고객들이 걸치고 있는 레인코드색깔이 스퀴드게임 진행자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색깔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에 질투를 느끼고 자기들도 레인코트 색깔을 같은 것으로 바꾸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첫째보다는 둘째 해석이 더 유력하다.
Red 는 게임진행자들이 입는 의상색이고 Blue는 게임참가자, 즉 ‘경주마’들에게 입힌 Green 의 이웃색깔이라는 점에서 두 색깔 사이의 권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미국측 여행자들이 레인코트 색깔을 핑크색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미국 크루즈에 탄 승객들이 캐나다 상징색인 Red 레인코트를 입고 나이아가라강을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약속위반이자 주권침해인 셈인 것은 분명하다.
스퀴드게임으로 촉발된 캐나다와 미국간의 레인코트 분쟁이 하필이면 1812 년 캐미전쟁 당시 최악의 격전지였던 나이아가라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나이아가라 지역에는 1812 년 캐미전쟁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아이작 부룩의 동상이 서 있다. 아이작 부룩 동상 손가락은 지금도 정확히 미국의 수도 DC를 가리키고 있다.
‘다시는 우리에게 까불지 말라’는 이 손가락의 의미를 미국은 명심하고 핑크색 레인코트 착용을 당장 중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