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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맛집인 이유는 사람들 입맛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맛집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 집 음식이 먹다가 놀라서 뒤로 자빠질 정도로 특별한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익숙해져서 자꾸 가니까 그 집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을지로 우래옥 냉면, 명동 하동관 곰탕, 청진동 해장국이 이런 음식들인데, 공통점을 들자면 첫째 맛이 강하지 않고, 둘째 맛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미국 캐나다를 통틀어 내가 최고의 베트남국수 맛집으로 꼽는 식당이 캘거리 차이나타운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했었다.
1992 년 부터 들락거리기 시작했으니 30 년 가까이 단골집이었던 셈인데, 30 년을 하루같이 슴슴한 육수맛을 변함없이 유지해 오는 비결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 집을 들락거렸으면서도 나는 이 집 상호가 ‘퍼 파스퇴르 사이공’이었다는 것을 불과 2 년 전에야 알았다. 이 집이 연방정부 건물 서쪽 길건너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그만이지 상호를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간판같은 것은 쳐다본 적도 없었다.
처음에는 못 먹었던 실란트로가 이제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 독특한 허브향 실란트로 빼고 베트남국수 먹는다는 것은 깍뚜기 빼고 설렁탕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캘거리에 갔다가 이 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당이 문을 닫은 건 아닌데 상호가 바뀌었고 오너도 바뀐 것 같았다. 물론 국수맛도 바뀌었다. 항상 밝은 얼굴로 반겨주던 오누이 주인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20 대 후반이던 카운터 담당 이쁘장한 누이동생은 지금쯤 50 대 중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식당이 원래 깔끔하지는 않았고 너저분~ 한 편이었는데,, 다른 이유로 문을 닫은 것인지, 혹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이 집은 북미가 아니라 세계 통틀어 북베트남식 국수 최고의 명가로 꼽히는 집이다. 하노이 시내 올드타운에 있다. 이 집에서 처음으로 튀긴 도넛을 베트남국수에 찍어먹는 법을 배웠다. 중국에서는 유이타오라고 부르는데 베트남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해외에서는 주로 점심에 베트남국수를 먹지만 하노이에서는 아침에 먹는다. 평일 아침시간에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므로 피하는 게 좋다.
"퍼 파스퇴르 사이공'이 사라지는 바람에 캘거리에 가면 한국식당에 자주 가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산동반점이라는 한국식 중국집이다. 짜장면은 짜지도 달지도 않고 괜찮다. 삼선짬뽕은 맵고 맛이 강한 편이다. 이름이 삼선짬뽕이면 죽순과 해삼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죽순과 해삼은 안 들어가 있다. 작년 가을부터 캘거리에 갈 때마다 들르는 집이다. 삼선짬뽕 + 짜장면 + 탕수육 콤보가 있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다. 30 몇 불 인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난다.
내가 아는 한국관은 캘거리타워 뒤 10th 에비뉴에 있었는데 고려플라자에서도 같은 상호의 식당을 발견했다. 오래 전 이 자리에 있던 식당은 서울XX 이라는 상호로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주로 받았었다. 이름만 같은 식당인지 그 한국관이 이리로 이사를 온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