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닉네임 '뜬구름'님이 이곳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한번더 올립니다.
뜬구름님 실명은 '김대식'으로 이후에 CN드림에서 기자로 몇년간 근무하면서 큰 활약을 한바 있는데요 퇴사 직후 얼마 안있어 별세하면서 동포사회에 큰 슬픔을 안겨준바 있습니다. 김대식 기자님이 많이 그립네요.
크리스마스 캐롤
불 꺼진 나무벽난로 앞에 한 사내가 누워있다.캐롤이 늘어지며
졸고 있고 사내는 움크린채 누워 벽난로 속을 응시한다.크리스
마스 트리에 장식된 전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빛을 바꾼다.
크리스마스 캐롤 들린다.
빼꼼이 열린 작은 방에서 아이들이 부시럭 댄다.
얼굴까지 덮은 이불을 차내버리며 소곤댄다.
"아빠는 누굴 기다리시나봐,
싼타는 아이들 한테만 올텐데......"
크리스마스 캐롤 들린다.
괘종시계가 한번 울리고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 난다.사내는 검은
외투를 걸치고 현관불도 켜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후다닥 일어난 아이들이 창턱에 매달린다.김서린 유리창을 닦아낸다. 아이들만 뎅그러니 앉아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 들린다.
유리창에 주루룩 물 흐른다.아이들의 손자욱 지워진다.
"엄마는 왜 일찍 잠만 자는 걸까?"
"좋은 꿈 꾸실려고......"
"꿈?"
"우리가 너무나 사랑스런 아이들이란 걸 잊고 싶은꿈"
"아빠는 선물사러 어디까지 가신거지?"
크리스마스 캐롤 들린다.
졸음 가득하다. 내다 보는 아이들의 눈이 뿌옇다.찬 겨울바람이
유리창에 달라 붙는다.달빛 내릴때 별빛도 묻어 내린다. 만년설 처럼 시퍼런 구름이 흘러 다닌다.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단단하
고 무겁다.아이들 잠들고 캐롤소리 들린다. 벽난로 앞에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다. 꿈 속에 꽃이 핀다.크리스마스 캐롤 들린다.
(20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