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에
닉(Nick)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는데 여호와 증인이다. 아마 내게 전도하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시간 되면 커피도 마시며 성경 이야기도 하고 watch tower, Awake 등 여호와 증인에서 나오는 잡지도 가져다 주었다. 근본주의 신앙이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왕국회관에 와 보라는데 한번도 안 가봤다. 이 글을 쓰며 닉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때 한번 가볼걸. 그러나 나처럼 성경은 읽지만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왕국회관이나 몇 번 가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닉이 한국인 여호와 증인도 몇 명 소개해 주었다. 그들은 모두 정직하고 생각과 생활이 반듯해 종교를 떠나 본 받을 점이 많았다.
성탄절 아침에 나를 찾아온 사람이 바로 닉이다. 그래서 성탄 아침이 되면 닉 생각이 난다. 처음에는 “아니, 도대체 어떤 무지한 인간이 성탄절 아침에 벨을 누르나?” 했는데 문을 여니 닉이 서 있었다. 예수가 12월 이때쯤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닉이 해주었다.
닉은 생업이 따로 있었지만 전문 스키 강사였다. 그때 마침 스키를 배우고 싶었던 때였다. 추운 나라에 왔는데 스키 정도는 타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 이게 바로 스키 배우라는 신의 계시다. 닉이 에드먼턴 노르딕 스키 클럽을 소개해줘서 X-ski를 배웠고 닉 따라다니며 다운 힐, 백 컨추리 스키를 배웠다.
언제부터 인지 닉과 소식이 끊어졌고 성탄절 아침에 벨 누르는 사람도 없다. 아니, 한번 있었다. 재작년인가 성탄 아침에 벨을 눌러 나가보니 어떤 한국 여자분이 복된 소식 갖고 왔다길래 잡지만 받고 말았다.
몇 년 전에 다운 힐 스키에서는 은퇴했고, 모험심이 많이 줄어들어 백 컨츄리는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 계속 해보고 싶은데 에드먼턴에서는 같이 갈 사람 찾기도 어렵다. 만만한게 X 스키니 가까운 파크 가서 한바퀴 돌고 와야겠다. 새삼 닉이 생각나는 성탄절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