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예수는 기원전 4년 헤롯 대왕이 죽기 직전에 태어났다. 그러나 헤롯 대왕이 죽자마자,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났으며, 어떤 무리들은 로마제국이 임명한 불의한 폭군을 대신해서 하느님이 임명한 의로운 통치자를 세우려는 폭력적인 시도들을 하여, 분명히 메시아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로마제국은 황제의 권위에 항거하는 유대인 독립군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당시 제국의 가장 강력한 시리아 군단 병력은 유대 땅으로 진군했다. 반란이 일어났던 곳 가운데 하나는 예수가 태어나고 성장한 나사렛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갈릴리의 수도 세포리스였다.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에 따르면, 그곳에서 유다(Judas)라는 투쟁자가 상당한 추종세력을 일으켜, 왕의 무기고들을 강탈하여 무장하고 세력을 키웠다(2:56). 로마군인들은 세포리스 지역으로 침공했을 때 불과 4마일 떨어진 예수의 고향마을 나사렛에서 때맞춰 피신하지 못한 남자들은 살육당하고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아이들과 노예로 끌려갔다. 그리고 군인들은 재물을 약탈하고 마을을 불태웠으며, 마을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4.488-89). 로마제국은 농민들의 마을들을 황무지로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평화라 불렀다. 즉 로마의 평화는 전쟁과 승리를 통한 평화였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기원전 4년 이후에 나사렛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성서를 다시 새롭게 읽어야 한다. 복음서가 말하는 것처럼, 예수가 열두 살이 되기까지 그는 로마 군인들이 나사렛을 덮친 날에 관해서 되풀이해서 듣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 중에 누가 도망쳤으며, 누가 도망치지 못했는지, 누가 살아남았으며, 누가 죽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로마인들은 멀리 떨어진 신화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예수가 태어났을 무렵에 나사렛 온 마을을 유린했던 군인들이었다. 필자의 어머니가 한국전쟁 이후에 어린 아들에게 전쟁의 비극을 잊지 말라고 끊임없이 말해주었듯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도 전쟁과 피난과 배고픔을 겪은 다른 모든 어머니들처럼 어린 아들에게 로마인의 강탈과 살인에 대해서 잊지 말라고 주지했을 것이 틀림없다. 로마인들이 마을을 덮쳤을 때, 하느님은 어디에 있었으며 왜 하느님은 당신을 방어했던 사람들을 방어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질문들을 예수에게 귀가 따갑도록 말했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예수와 성서에 솔직해야 하는 것은 예수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시대적 상황과 유대인들이 성서를 기록해야만 했던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예수와 성서는 무작정 문자적으로 믿으면 축복과 보호가 기적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마술사가 아니다. 예수와 성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초자연적인 존재도 아니다. 예수와 성서는 시대가 낳은 곧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며, 교리적이고 기복적인 내세지향적 믿음의 객체적 대상이 아니다. 예수와 성서는 지금 여기 현세에서의 구체적인 삶의 길이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온전하게 되기 원한다면 필수적으로 예수와 성서에 솔직해야 한다. 예수가 태어나고 살았던 사회적-정치적 상황(context)을 바르게 인식하고, 그 상황에서 태동한 성서 본문(text)에 이성적으로 정직해야 한다. 삶의 상황 없이는 성서의 본문이 있을 수 없고, 본문 없이는 상황이 없다. 상황과 본문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이러한 원리에 입각해서, 성서에 기록된 이야기들을 1세기 그 장소의 산물로서 이해하기 위해 상황이 어떠 했는지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98% 민중의 편에 선 예수가 선포한 하느님의 왕국과 당시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2%가 통제하는 왕국과 성전종교의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왕국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있었는데 그 왕국들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알아야만 현대인들은 예수의 의미와 성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예수는 로마의 황제가 선포하는 제국적인 왕국과 성전종교가 강요하는 내세적인 왕국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왕국 곧 하느님이 다스리는 평등과 정의의 왕국을 지금 여기 이 땅 위에 가난하고 힘없는 98%의 민중들 속에 건설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 성서로 기록되었다.
1세기의 사회적-정치적-종교적 상황을 무시하거나 거부한 예수 이야기와 교리적 믿음은 상업적으로 조작된 거짓과 은폐이다. “시대가 인물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역사적 인물의 훌륭한 정신과 그의 위대한 업적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 인물을 잘 안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실제로 살았던 상황에 대해 무시하거나 무지한 것은 크게 모순된 일이다. 예를 들자면, 동학농민혁명을 일으킨 전봉준을 이해하려면 19세기말 한국의 각종 사회 혼란과 정부의 부패로 민심이 크게 동요했던 상황에 무지할 수 없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를 힌두교 성자로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대영제국이 190년 동안 인도를 식민 지배하며 저지른 착취와 폭력으로 가득한 암흑 시대의 상황을 무시한 채 간디를 논할 수 없다. 또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독교의 성인으로 이해하지만, 미국에서의 인종차별주의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생략한 채 그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개인의 생애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예수는 상황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성서문자근본주의 교회가 창작한 내세적 교리의 수호신이나 기복신앙의 초자연적 하느님이 아니다. 참 사람 예수는 부모님들의 결혼생활에서 태어난 평범한 인간이었다. 예수에게는 혈육의 형제자매들이 있었다. 예수는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의 괴물인 로마제국의 혹독한 통치와 로마의 시녀가 된 부족적인 성전종교의 내세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체제의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한 채 사람답지 못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못 본체 할 수 없었다. 예수는 민중들에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일깨워 주고,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을 가르쳤다. 예수는 믿음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으며 다만 온전한 삶과 그 비전에 대해서 말했다.
성서는 예수의 사회혁명적 내지는 종교개혁적 정신을 세상에 알리려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예수의 정신을 밝히려는 성서가 탄생하게 된 1 세기의 종교적-사회적-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신학과 신앙과 삶에 필수적이다. 기독교의 중심이 되는 예수는 1세기의 시대가 낳은 인물이다. 예수가 이 땅 위에 하느님의 왕국 곧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자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종교적 상황(context)과 성서에 기록된 본문 (text)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상호관계를 이룬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와 성서와 기독교가 태동하게 된 주요 동기와 원인은 로마제국의 황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의 제국주의 군사적-독재적 통치 때문이었다. 아우구스쿠스는 주님(Lord), 하느님의 아들(Sod of God), 평화를 가져오신 분(Bringer of Peace), 구세주(Savour of the World), 평화의 왕자(Prince of Peace)라는 칭호를 자신만이 사용하도록 했다. 황제의 칭호를 누구도 사용할 수 없으며 이것을 어기는 사람은 무조건 처형되었다. 또한 로마제국은 이 모든 황제의 칭호들이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수가 탄생할 즈음에 예수가 살았던 갈릴리 지역을 잔인하게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성서 저자들은 로마에 굴복하지 않기 보다는 항거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황제의 전용 칭호들은 예수에게 부여했다(1:32, 35; 2:11, 14). 따라서 예수의 호칭들은 내세적 믿음의 상징이 아니라,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의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정치적인 도전의 상징이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에 솔직하려면, 1세기에 성서가 탄생한 지중해 지방의 오랜 역사에 대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구약성서는 기원전 10세기부터 예수가 등장한 1세기까지 유대인들이 주변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에 철저하게 항거한 독립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신약성서는 1세기에 세계를 정복한 로마의 제국주의 왕국에 정면으로 도전한 역사적 예수의 하느님 왕국 선언문이다. 유대인들의 핏 속에는 1천여 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 제국의 노예생활을 거부하고 자유인이 된 체험이 살아있었다. 1세기에 유대인들은 또다시 제국의 노예가 될 수 없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부족적인 제국들과 종교체제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여 다른 민족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신봉했다. 불행하게도 1천여년 동안 제국들의 탄압 아래에서 유대교 종교는 백성들을 새로운 비전과 희망으로 인도하기 보다는 종교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하느님의 이름으로 탄압과 착취의 만행을 저질렀다. 성전종교는 제국들이 히브리인들을 박해했던 것처럼 자신의 힘없는 민중들을 이분법적으로 차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했다. 이것은 성전이 신봉하는 하늘 위에 존재하는 하느님의 뜻이었다. 98%의 민중들은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을 맹신하는 종교체제의 망상에 희생자들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참담한 상황에서 역사적 예수는 하느님의 종말론적 왕국을 선언했다. 종말론적이라는 형용사는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이 세상을 직접 통치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물론 예수의 하느님은 오늘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이 주장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아니다. 예수가 말하는 하느님의 의미는 내세적이지 않고 지극히 현세적이며 세속적인 하느님이다. 다시 말해 예수의 하느님은 믿음의 객체적 존재가 아니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고, 참되고 온전한 인간됨의 비전이다. 따라서 종말론이란 이 세계가 멸망하고, 기독교인들만 구원받아 죽음 후 다른 세계로 이주해 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예수의 정신을 인식한 요한이 기록한 요한계시록이 밝히는 종말론은 로마제국이 통치하는 세상이 멸망하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비전이다. 예수와 성서가 선언하는 종말론은 사회개혁과 종교개혁이라는 현세적 천지개벽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종말론은 지구촌의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가 끝장나는 것이 아니라, 악과 불의와 폭력 곧 제국주의와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끝나는 것이다. 따라서 종말론은 이 세계에 대한 하느님의 대청소이며,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다. 결론적으로, 예수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말의 뜻은, 예수의 하느님은 인간과 분리된 타자적-외계적-초자연적-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역사적 예수와 초대 기독교인들이 선언한 하느님의 종말론적 왕국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이러한 사상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기원전 2세기 중엽부터 1세기에 이르는 성전종교의 탄압과 로마의 제국적인 왕국의 잔혹한 통치를 솔직하게 이해해야 한다.
예수가 탄생했던 시대 즉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기록된 유대인 문서 <시빌의 신탁>(Sibylline Oracles)에 예수와 성서가 선언한 하느님의 종말론적 왕국이 어떻게 로마제국을 포함한 다른 모든 제국들의 왕국과 다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것은 예수와 초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왕국에 강렬하게 반대하는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동기를 부여했다: “땅은 벽이나 말뚝으로 나뉘어지지 않은 채,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나뉠 것이다. 그러면 땅은 보다 많은 열매를 자발적으로 생산할 것이다. 생활은 공동으로 하며 재물도 분할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없을 것이며 폭군도 노에도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어느 누구도 더 이상 크거나 작은 자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왕도 없고, 지도자들도 없다. 모두가 함께 동등할 것이다.” (2.319-24)
예수가 선언했던 이 땅 위의 하느님 왕국(나라) 비전은 이런 것이었다. 이것은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과 세계의 궁극적인 비전이었다. 예수가 언급한 하느님의 의미는 지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평등하게 공급되는 공정한 분배의 정의이다. 여기서 똑같이 평등하게 라는 말은, 생존과 죽음의 경계 넘어 누구에게나 언제나 충분하게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수의 이 땅 위의 하느님 왕국과 로마제국의 왕국은 근본적으로 하늘과 땅 차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와 성서에 솔직해야 한다. 성서에 기록된 예수 이야기들은 1세기 로마제국의 전쟁과 승리를 통한 평화에 항거하여 하느님의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통한 평화를 선포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읽을 때에 가장 먼저 예수가 탄생한 시대에 유대인들의 본토에 대한 로마제국의 정복과 지배에 대한 정치적 상황을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성전종교가 민중들에게 저지른 이분법적 차별주의의 만행과 민중들이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종교적 상황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하면서 예수 이야기를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예수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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