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독교인들은 어린 시절에 또는 성인이 되어 종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님들과 교회로부터 수동적으로 주입되고 세뇌되어 굳어진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믿음에 대한 확신을 어떤 식으로도 포기하거나 부정하게 되는 것을 심각하게 두려워한다. 그러나 동서양의 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사람들에게 도전하는 말은, 인간이 의미있고 심층적인 삶에 대해 성숙해진다는 것은 새롭게 배우는 일과 배운 것을 버리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일은 그다지 쉽지 않지만 매우 긍정적이고 삶에 생기와 지혜를 불어넣어 주며 심지어 흥미진진할 수 있다. 사실상 필자의 개인적인 체험 뿐만 아니라 많은 신학자들과 종교학자들과 철학자들이 밝히는 그들의 체험에 따르면, 역사적 예수 탐구는 개인적인 신앙과 삶을 쇠퇴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건강하게 한다. 오늘 다양한 종교들이 함께 공존하는 상호복합문화 시대에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삶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의무적이고 타율적으로 세례를 받고, 교회가 만든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교리를 암송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것이 훌륭한 신자가 되는 것이라는 거짓말에 심각하게 세뇌되어 있다. 교회는 교인들에게 믿음의 확신을 심어준다면서, 인간의 자율성과 창조성 그리고 이성과 지성은 신앙생활에 아무 쓸데가 없었으며 심지어 대단히 위험한 것들이기 때문에 금기사항으로 규정하고 교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한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교회의 하느님은 군대 사령관처럼 명령적이고 강압적이었으며,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진노하며 징벌을 내리는 무서운 재판장 하느님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느님을 믿는 이유와 목적은 하느님의 진노와 심판과 징벌을 면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는 41살에 신학교에서 역사적 예수를 만난 후부터 예수의 의미와 하느님의 의미와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 곧 나의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나의 삶은 내가 100% 책임져야 하며, 부모님이나 하느님이나 교회나 세상이나 타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교회에 열심히 다녔던 오직 한 가지 목적은 예수의 정신을 지금 여기 이 세계에서 하루하루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되었다. 예수와 하느님과 교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타율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은 더 이상 나에게 설득력과 효력이 없게 되었다. 다만 예수와 하느님은 나의 참된 인간됨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여정을 바르게 인도해주는 안내자가 될 뿐이다.
오늘날 현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에 크게 역행하는 것 중에 하나는 종교적 신앙과 과학을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착각한다. 물론 1세기의 예수는 21세기의 현대과학을 알지 못했지만, 예수의 정신은 부족적인 경계를 넘어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만일에 오늘 예수가 살아있다면 당연히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을 수용할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주류 사회의 종교와 교육과 철학과 문화의 기초가 되는 우주진화 세계관이 모든 삶의 영역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아직도 삼층 세계관의 망상에 빠져있는 기독교인들은 착각하기를, 종교는 영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고, 과학은 물질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라는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논리를 주장한다. 사실상 오랜 세월 동안 교회는 교인들을 세뇌시키기를, 신앙은 이성적이고 지성적으로 더 많이 알게 되면 쇠퇴하고 더 작아진다는 거짓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따르면, 참된 인간으로 심층적인 신앙을 갖는 것은,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성서를 매일 읽고, 예수의 신성을 믿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면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을 믿는 기복적이고 내세 지향적인 종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와 성서에 솔직한 기독교인은 세속적인 세상에서 하루하루 참되고 온전한 인간이 되는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간다.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그리고 조금만이라도 정신차리고 읽으면 성서는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듯이 문자적으로 믿도록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원초적으로 성서 저자들은 독자들이 문자적으로 믿도록 기록하지 않았다. 고대 문학형식은 지극히 제한적인 어휘 때문에 궁극적인 진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시적이고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방법 뿐이었다. 만일에 성서가 하늘에서 떨어진 책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제한적인 문자언어의 한계성을 초월할 수 없었다. 오늘날 기독교 신자들은 성서문자근본주의 믿음을 당장 아낌없이 버리고, 두뇌와 이성과 지성만으로도 충분히 신앙과 삶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영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가정과 사회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이기적인 욕심에서 해방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지성적인 미래의 물결과 사회적인 변혁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하고 소위 구원의 방주 안에서 잔뜩 겁에 질려 구석에 움츠리고 숨어 있는 꼴 밖에 안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독교인들이 자신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은 소위 예수를 하느님으로 숭상하는 것과 관련된 신성론, 대속론, 구원론, 내세론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지난 1700년 동안 이런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교리들은 이 세계를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트렸다.
기독교인들은 더 깊은 신앙과 심층적인 삶을 살아가기 원한다면 1세기의 고대 성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21세기의 참단 과학을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2천 년 전에 기록된 고대 성서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고대 인류 문명사와 세계사와 현대과학과 철학과 문학에 대한 서적들을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문교육 과정을 거친 교회 지도자들의 의무와 책임은 1세기의 고대인들이 기록한 성서는 사실상 오류와 모순 투성이며, 읽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구절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을 바르게 일깨워 주는 것이다. 특별히 지도자들은 대중들이 높은 곳에 올라서서 부족적 경계 넘어 멀리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그들이 이해력과 인식력을 확대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오늘 인터넷의 보편화 덕분에 대중들이 듣고 보면서 얻는 과학과 역사와 문화의 지식 수준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지식의 물결은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며 누구도 막을 길이 없다. 따라서 오늘날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대중들은 온전한 인간이 되는 의미있고 보람된 삶에 대한 설득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이러한 요청에 대해 응답하려고 하는 시도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교회는 늦지 않았다. 일요일 예배는 더이상 천국행 티켓을 파는 시간이 될 수 없으며, 선교는 구원받아 천국으로 올라가는 여행객을 모집하는 홍보전략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성경공부 시간에 성서를 문자적으로 조목조목 토씨 하나까지 암기하는 유치한 방식을 버리고, 그보다도 성서는 언제,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기록했는지, 특히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무엇에 대해서 기록했는지를 솔직하게 이성적이고 지성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21세기 현대인들은 1세기에 성서가 기록된 상황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성서는 1세기의 유대인들이 로마제국의 잔혹한 탄압과 착취에서 해방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사람 답게 살기 위해서 기록했으며, 21세기의 현대인들을 위해 기록하지 않았다. 더욱이 온 인류가 성서의 절대적인 권위를 믿어야 구원을 받는다는 우스꽝스럽고 괴상한 소리를 하기 위해 기록한 책도 아니다. 기독교인들이 성서에 솔직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성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다. 그래야만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이 심층적일 수 있으며 하루하루의 일상생활에서 생기와 의미와 기쁨이 넘치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참된 인간이 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로부터 박탈당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성서와 예수에게 솔직해야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이기적인 욕심에서 해방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예수의 가르침이고, 예수가 그렇게 살았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역사적 예수 탐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325년에 로마제국의 콘스탄틴 황제는 멸망의 길에 들어선 제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 정치적인 목적의 수단으로써 니케아 신조를 만들도록 교회를 군사적으로 위협했다. 로마는 니케아 신조의 삼위일체를 제국의 군사적 정복의 강령으로 내세우고 모든 민족들은 십자가 아래 무릎 꿇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1700년 동안 교회는 로마제국의 전쟁-승리-평화의 군사적 정책을 계승하여 세계를 기독교화 내지는 복음화 한다는 제국주의 망상의 시녀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교회는 로마의 제국신학 즉 황제의 신성과 폭력주의와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신학과 신앙의 기초로 삼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갈릴리의 역사적 예수가 철저히 반대했던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태이다. 그러나 제국신학을 표방한 기독교 교회는 근세의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인간성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이 용솟음쳐 깨어나면서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다. 기독교가 시작된 유럽의 교회들은 극소수의 교인들만 남아있으며 관광수입으로 연명해가고 있다. 북미의 대도시의 교회들은 콘도로 전용되고 있다. 다만 아프리카와 아시아와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들이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죽은 후 천국가는 망상으로 달래주며 교회의 생존을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한국 교회가 반세기 전에 세계적인 주목을 끌어들이는 부흥을 누렸으나 오늘날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사회에서 조롱감이 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애당초부터 교회는 성전신학과 제국신학으로 만들어진 예수로는 세계를 정복할 수 없었다. 더욱이 초자연적이고 내세적인 하느님 예수로는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에 감동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회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주장으로 억지를 부리면서 생존의 몸부림을 치면서 공공연히 비상식적이고 유치한 언행을 일삼을 뿐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실제로 살았던 예수 곧 역사적 예수, 참 사람 예수, 인간 예수의 정신을 스스로 깨닫고, 거룩한 성전을 떠나서 세속적인 세상으로 나아가 현실적으로 살아내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고 의무이고 책임이다. 이제는 교회가 교리적으로 만든 형이상학적이고 신적인 예수를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만들어진 예수의 뒤꽁무니를 부지런히 따라다녀 보아도 오직 불안과 혼돈과 이기적인 욕심만 가증될 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독자들이 복음서들의 기록들 배후로 들어가서 역사적 예수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도우려고 한다. 이 작업을 위해서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학문적 도구들이 있으며, <예수 세미나>의 학자들이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이미 수많은 시도들을 해왔다. (이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상세히 소개할 것이다.)
<예수 세미나> 학회의 신학자들이 예수에 관한 사실들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는 역사적 예수 탐구 방법은 교회의 설교와 교육에 필수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필자는 메길대학 종교학부 신학사 과정에서 역사적 예수를 재구성하는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기에 목회지에서 설교와 교육을 통해서 교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역사적 예수를 소개할 수 있었다. 1700년 전에 폭력적인 로마제국의 군사적인 위협에 굴종하여 교회가 교리적이고 상업적으로 만든 예수, 초자연적 예수, 하느님 예수, 신적인 예수, 신비스러운 예수는 나의 설교와 교육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교회가 진보해가는 데에 여러 장애물들이 있었지만 타협하지 않고 역사적 예수 탐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65세에 은퇴하는 날까지 영어교회들과 한인교회들에서 적절한 시기에 목회를 마치고 다음 목회지로 떠날 때 마다 교인들이 “이제 우리는 강을 건넜으며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목회자로써 가장 큰 보람이었다.
예수와 그의 처음 제자들은 인종차별, 빈부차별, 성차별, 종교차별을 신앙의 핵심과 정치적인 강령으로 채택하고 98%의 민중들을 잔인하게 탄압하고 착취하던 성전신학과 제국신학을 미련없이 버리고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예수가 죽은 후에도 추종자들은 다시 성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으며, 로마제국의 비인간적인 통치에 굴종하지 않고 항거했으며, 목숨을 내걸고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살아내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의 정신과 삶을 성서로 기록했다. 1세기에 갈릴리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그의 삶의 모습을 보았던 민중들이 체험한 것과 21세기에 역사적 예수를 처음으로 만난 현대 기독교인들의 체험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오늘 현대 기독교인들은 하느님 예수를 숭상하는 성전신학을 버리고, 실종된 역사적 예수를 되찾아야 한다. 교회에서 “우리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선언이 들려와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서 불평등과 불공정한 불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며,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는 교회와 국가의 가치관이 될 수 없게 된다. 기독교인들은 죽음 후에 천국가는 망상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서 하루하루 참된 인간으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온전하게 사람답게 살아내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 (계속해서 다음 칼럼은 “실종된 예수를 어떻게 찾을 수 있나?”에 대해서 소개한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 1999
고든 카우프만. 예수와 창조성. 한국기독교연구소, 2009
스티픈 패터슨. 수난을 넘어서: 예수의 죽음과 삶 새로 보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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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힘 예레미아스. 예수시대의 예루살렘: 신약성서시대의 사회경제사 연구. 한국신학연구소,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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