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들은 시대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서 각자 부족적인 생존의 수단으로 생겨났다. 원초적으로 종교의 핵심은 하느님을 관념적으로 믿는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어떻게 온전하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종교는 하느님의 존재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론에 관한 것이다. 21세기의 기독교인들이 따르는 1세기의 예수는 부족적이고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종교를 만들려는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예수는 온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한 종교 또는 기독교의 창설자가 아니다. 다만 원초적인 예수, 역사적 예수는 부족주의와 이기주의와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신봉하는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를 전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 속에서 의미있게 사람답게 사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하려는 개혁가였다. 예수는 내세론자가 아니라 철저한 무신론적 현세론자였다.
예수가 죽은 후의 예수 운동과 성서가 기록되기 시작했던 연대들과 로마제국 시대의 세계사를 신중하게 살펴보면, 기독교라는 종교체제는 처음 2세기 동안에 출현하지 않았다. 다만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에 따라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려는 농민계층 사람들의 공동체들이 여러 지역에 확산되었을 뿐이다. 그들은 로마제국의 혹독한 치하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지 않고 온전한 인간으로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담대하게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중들은 자신들의 비전을 펼치는 예수 운동을 로마제국 전역에 확장했던 것이다. 또한 예수 이야기가 문자로 기록되기 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예수 전승은 시대와 장소와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독특하게 새로운 이야기들로 창작되고 발전되었다. 기독교가 아직 생겨나기 전이었지만, 공동체의 예배의식에 사용하기 위해서 성서 저자들은 과거의 예수의 말과 행동을 현재 그들의 시대적 상황 및 공동체의 특수한 요청과 도전에 대한 현재형 메시지로 기록했다. 예수 이야기들을 수록한 복음서들의 핵심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보도하려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예수의 생애를 증거하는 자서전도 아니고.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사람 답게 사느냐 가 관건이었다. 사실상 성서는 하느님의 영광이나 내세적 믿음에 대한 책이 아니라, 오로지 참되고 온전한 인간됨과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현실적인 세상에 대한 책이다.
21세기에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이고 내세적이고 기복적인 믿음을 돈독히 하거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거나, 죽은 후 영혼불멸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난 5-6세기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으로 인간의 의식과 인간성이 놀라운 속도로 성숙해지는 반면에 삼층 세계관의 내세적인 종교체제와 부족적인 정치체제는 보수주의의 극단화로 치닫고 있으며, 비상식적인 근본주의의 노예가 되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1세기의 역사적 예수는 그런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를 전복하고, 이 땅 위에 우주적이고 통합적이고 평등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기독교는 거룩한 성전이나 수도원에서 성직자들과 수도사들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휘두르는 체제들로부터 버림받은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태동했다. 기독교의 정제성은 역사적 예수가 말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던 것처럼 행하며 사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의 경전인 신약 성서의 핵심적인 사상은 예수가 온 인류의 죄의 댓가를 지불하기 위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십자가에 죽었다는 대속론에 관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 신학과 신앙의 본질은 교회가 만든 원죄론이나 구원론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예수를 따른다는 기독교는 형이상학적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현세적인 삶과 생명의 종교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필수적으로 “역사적 예수”의 의미를 솔직하게 인식해야 건강한 신앙과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예수는 1세기에 갈릴리의 먼지나는 시골길과 생선 비린내가 짙은 바닷가와 악취가 풍기는 시장터에서 민중들과 함께 걸어 다녔고, 성전종교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소위 하느님의 징벌을 받은 죄인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셨고, 로마제국의 불평등과 불공정한 분배의 불의에 항거하여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을 선포했고, 성전신학과 제국신학에 반대하고 항거했기 때문에 체포되어 처형된 진짜 인간(real person), 역사적 연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만큼의 실제 인간을 뜻한다. 기독교인들은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는 망상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서의 순간순간이 영원함이라는 우주의 법칙을 인식하고,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내어야 자신과 가정과 사회가 차별 없는 평등으로 밝고 건강할 수 있다.
오늘 많은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읽을 때 마치 어린이들이 동화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을 실제적인 것들로 믿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기 쉽다. 또한 예수에 관해 아주 잘 알려진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역사적 인물이나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억지로라도 믿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예를 들자면 성탄절 이야기들과 부활절 이야기들은 문학적 내지는 종교적 창작이며 정확히 말해서, 성서적 비유이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예수의 탄생 이야기나 부활 이야기가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성서의 문자적 기록을 역사적인 사실로 왜곡하면 성서 저자가 전하려는 진실한 메시지를 듣지 못한다는 경고이다. 성서 저자들이 원초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시적이고 은유적으로 기록한 의도와 목적은 자신들이 역사적 예수로부터 경이롭게 체험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부족적인 종교의 성전신학과 불평등과 불공정한 로마의 제국신학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를 신봉하는 종교체제와 정치체제에 의해서 박탈당했던 인간의 존엄성을 참 사람 예수의 정신과 삶으로부터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놀라운 체험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 예수의 탄생과 부활의 이야기이다.
모든 종교의 경전들은 물론 기독교 성서의 이야기들은 종교적인 창작이라는 말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필자는 때로 비판적이고 폭력적인 분노에 찬 반응에 직면하고, 또 한편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이 교회의 예배에 참석할 때에 굳이 교회 문 밖에 그들의 이성과 지성을 벗어버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으며, 성서문자근본주의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삶으로 진보할 수 있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온다. 필자는 역사적 예수 탐구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학과 신앙과 삶에 있어서 이성과 지성에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차문화적 탐구와 역사적 탐구와 문헌적 본문 탐구에서 드러나는 예수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발견한 인간 예수는 교회가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만든 하느님 예수와 전혀 다르다는 필자의 지적에 대해서 근본주의 신자들은 폭력적인 분노를 터뜨린다. 그러나 필자는 하느님의 진노와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거짓과 협박과 분노에 흔들지 않는 것은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교회가 가르쳐온 예수에 관한 이분법적-내세적 교리와 믿음과 불량 신학을 떠나 보내고, 역사적 상황 속에서 살았던 예수를 가능한 한 분명한 모습으로 발견해야 한다. 이것이 예수에게 솔직한 것이며, 21세기 기독교인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1세기에 유대인 성서 저자들은 당시의 현실적 상황을 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해 일천 여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던 조상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시 말해 교회사 초기에 예수 공동체에 속한 유대인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탄생과 생애와 죽음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들의 히브리 성서(구약 성서)를 인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들이 예수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히브리 성서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신중하게 읽고 주목해야 할 것은, 히브리 성서는 예수에 관해 예언했던 것이 아니라.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에서 히브리 성서의 예언이 성취된 것으로 창작했다, 그들은 고대의 전승들을 예수에 관한 이야기들의 핵심으로 사용하는 데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 구약 성서를 주요 경전으로 하는 유대교는 예수를 많은 예언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본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고대 성서를 문자적이고 직역적으로 읽기 보다는 성서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상황에서 창작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건강한 신앙과 삶에 필수적이다. 또한 이것이 성서에 솔직한 것이며 성서를 바르게 온전히 이해하는 길이다.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가 동화의 세계에 심취하듯이, 성서를 읽는 사람은 역사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창작의 세계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성서의 모든 초자연적인 기적 이야기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창작이다. 생명과 죽음에 대한 기적은 성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니며 다만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문학적인 표현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성서를 종교적 창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성서 저자들은 종교적 창작을 위해서 실제로 있지도 않았던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예수 탄생 이야기 중에 로마제국의 황제 칙령으로 호구조사를 행한 것으로 나오지만, 아우구스투스 황제 치하에서는 전세계적인 인구조사를 한 적이 없었다. 즉 예수의 부모가 그의 출생을 위해 베들레헴에 갔다고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창작품이다. 사실상 예수의 독특한 출생 이야기는 오직 일부 기독교 공동체에게만 알려졌으며 초대 기독교의 핵심적인 신학과 신앙이 아니었다. 신약성서를 최초로 기록한 바울과 최초의 복음서 저자 마가는 예수 탄생 이야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예수의 의미”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성서 저자들이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서 창작한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성서의 핵심을 놓치는 어리석은 일이다. 성서는 역사를 증명하는 책도 아니고, 과학을 증명하는 책도 아니다. 다시 말해 성서는 사실적이고 역사적인 책이 아니라,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책이다. 따라서 고대 성서 저자들이 예수를 신적으로 표현하는 기록은 사실의 진술이 아니라 신앙의 진술이다. 물론 예수가 신적인 존재라든지 혹은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표현은 기독교인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며, 다른 종교인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적이라는 말은 하느님과 예수와 기독교인 사이의 심층적인 삶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관념적인 믿음의 용어가 아니다. 더욱이 예수의 유전자나 염색체가 비인간적인 혹은 초인간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1세기 가부장적 사회에서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여성을 폄하하는 차별주의의 용어가 아니며 더욱이 예수의 신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빈부차별을 철저히 반대했으며, 예수의 정신을 바르게 인식한 성서 저자들은 하느님이라는 말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의미가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전달되었다는 고백이다. 오늘날 아버지-아들이라는 공식은 남성우월주의나 여성을 제외시키는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것으로 들리기 때문에 더 이상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독교를 포함해서 모든 종교들은 각각 특수한 시대와 장소와 상황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모든 종교들은 원초적으로 부족적이며, 각자의 독특한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가졌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종교들은 정직하게 공개적인 대화 속에서 자신을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도 있고 비교해야만 하겠지만, 어느 종교도 거룩한 것, 성스러운 것, 혹은 신적인 것에 대한 독점을 주장할 수 없다. 사실상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이고 우월적이고 독점적인 주장 속에 인종말살의 충동이 배태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기독교의 세계복음화라는 야욕은 1700년전 콘스탄틴 황제로부터 물려받았지만 더 이상 설득력도 없고 신뢰를 잃었다. 다시 말해 나만이 홀로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된다는 방식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죽어야 나와 우리가 생존한다는 두려움과 공포의 부산물이며 그런 낡고 유치한 생각은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서 철저히 추방해야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죽고 나는 살 수 있다는 방식은 내가, 우리가, 우리의 하느님이 그들을 죽이는 것이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부족적 내세적 이기적 차별적 우월적 독선적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다.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 때문에 부족적이고 차별적인 경계를 설정한 것은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을 맹신하는 교회 기독교가 창작한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술책에 불과하다. 우리의 가정과 사회와 세계의 밝은 미래를 위한 도전은 자기 자신의 신앙을 온전한 정체성을 가지고 지키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신앙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폄하하거나 파괴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적으로 삼는 유치하고 몰상식한 부족적 종교와 정치는 오늘 당장 폐기처분해야 한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 1999
고든 카우프만. 예수와 창조성. 한국기독교연구소, 2009
스티픈 패터슨. 수난을 넘어서: 예수의 죽음과 삶 새로 보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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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힘 예레미아스. 예수시대의 예루살렘: 신약성서시대의 사회경제사 연구. 한국신학연구소,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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