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을 점령한 사람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특정인들이 자유게시판을 점령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표현이 과연 맞는 말일까?
아무나 들어와서 이용하는 자유게시판이란 때로 공론장 역할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놀이터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격과 흐름은 장에 따라 다양하고 차이가 존재한다. 그 성격과 흐름을 누가 강제로 규정하는 게 아니다. 당신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반대가 더 많거나 조회수가 많지 않으면 글을 내리려고 했다”는 당신의 글을 읽고 드는 의문은 그렇게 지킬만한 주관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왜 글을 올렸을까였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글은 또 다른 공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1930 년 대 초반 독일에서 인종평등론은 그 나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21 세기 한국에서도 gender diversity 가 들어간 차별금지법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런 나라에서 주장하는 인종평등론과 성소수자 차별금지론은 다 공해이고 쓰레기인가?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의견은 공해이고 쓰레기가 아니라 소수의견이라고 부르면 된다.
미안하지만 이 글을 쓰기 두 시간 전까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분께서 나에게 '누가 이 자유게시판에 가끔 (또는 자주) 글 올리는 몇몇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 대상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줄 때까지 나는 당신의 글을 클릭조차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당신의 글을 열어 읽어보니 참 가관이었다. ‘자기가 그 글을 올리자 내가 사라졌다’느니, ‘자기 글을 보고 내가 창피해서 글을 내린 줄 알았는데 나중에보니 글들이 건재해 자기가 착각을 했다’는니 하는 소리들을 자기 글에 늘어놓은 것을 보았다.
반대가 많으면 슬그머니 글을 내려야하는 심리기재를 가진 사람은 찬성이 꽤 늘면 거꾸로 끝간데없이 오만해져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런 무례를 떨어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구나 하는 반증 외에 그런 태도가 보여주는 레슨이 무엇이 더 있을까?
이 게시판에서 찬성 반대 제도를 폐지하는 게 이런 분들(반대가 많으면 의기소침해져 글을 못쓰고 찬성이 많으면 술취한 목사처럼 아무말이나 막하는)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의견을 운영팀에 비공식적으로 드리고 싶다.
내가 영국에 가는 거 아무도 안 궁금해 할 꺼라고 했다. 당연하다. 내가 영국에 가건 북아일랜드에 가건 그걸 누가 궁금해할까?
그런데 당신은 그 글을 제대로 읽기나 하셨는지 모르겠다. 그 글의 주제가 내가 영국에 간다는 것 이었나?
그 글은 캐나다 연방정부가 2 월 말부터 완화할 입국절차에 관한 선제보도를 알린 것이었고(실제로는 정부가 어제 공식발표했다), 팬데믹 승전선언을 하고 출입국 방역규제를 대부분 해제한 46 개국 중 내가 여행목적지로 선택한 사례로 영국 이야기를 한 것 뿐이다.
입국시 PCR 테스트를 폐지하고 antigen test 로 교체한다는 소식이 당신에게는 관심사가 아닐지 모르지만, 작년 12 월 중순부터 일시적으로 강화됐던 입국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에게는 그 내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관심소식이었다.
당신의 한글 독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무조건 디스를 하기 위해 양심불량으로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지만, 누구나가 나로 추정할 수 있는 글을 선택해서 그런 짓을 하셨으니 나도 이 정도 반론할 권리는 있겠지.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민후배들에게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지식자랑하느라 바쁜 늙은이들에게 점령당한 자유게시판’을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나?
설마 이 게시판에서 본 적도 거의 없고, 남을 공중앞에서 묘사하는데 별로 정직해 보이지도 않는 당신같은 사람들이 자유게시판을 의미있는 공론장 겸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당신은 묻고답하기에서 점령파 늙은이들이 정작 목말라하는 젊은청년들의 질문에 답하는 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혹시 그 점령파에 나도 속하는 것이라면 나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답변한 적이 있다.
무슨 정보와 경험을 그토록 알뜰살뜰 나눌게 많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민 연륜에 관계없이 사람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인데, 누가 누군줄 알고 남의 구체적인 상황질문에 자신있게 답을 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지만 암튼 그렇다.
십 수 년 전이라 지금 닉이 아닌 다른 닉으로 했을 것이다.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당시 질문자가 목말라하는 젊은 청년은 아니었던 것 같고, 한국에서 상속세인지 양도소득세인지를 좀 절세해 볼까하는 웬 중년 아줌마가 한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나름 아는 범위 안에서 정보를 공유했던 적이 있다.
묻고 답하기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질문들은 나보다는 본인이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대부분이고, 정답에 확신이 서지 않는 애매한 질문들도 많아 차라리 이런 곳에 질문하기 보다는 해당 사이트에서 스스로 찾아보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답변을 해 볼까 하는 사례도 있었다. F-4 (재외동포) 비자문제였는데, 와이프가 작년에 한국가면서 재외동포비자는 물론이고 거소증까지 단시간에 받아챙겨오는 기적을 일으켜 나도 받을 요량으로 꼬치꼬치 전 과정과 필요한 서류들을 물어 본 적이 있다.
팬데믹 중이라 그런지 절차와 서류가 하도 복잡해 나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못알아듣겠는데 나도 제대로 못 알아 들은 소리를 남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모한 짓이라 답변하지 않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받듯 한국 재외동포비자상담은 관할지 총영사관 (에드먼튼이나 캘거리는 밴쿠버 총영사관)에서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길이다.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 (지금의 경남 사천시)로 빠지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게시판을 점령한 ‘특정인 늙은이들’을 물러나게 할 것인가?
이 과제를 맞닥뜨리자니, 뜬금없이 2017 년 1 월 20 일 미 의사당 앞에서 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inauguration speech 가 생각난다. 소수에게 점령당해 온 미국의 권력을 미국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선언이 그 날 연설의 핵심이었다.
그가 의미했던 미국의 권력이란게 의사당 건물을 의미했고, 그가 의미했던 미국시민이란 게 고작 번영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열패감에 스스로 빠져있던 1 만 여 명의 백인 루저들이었는지, 그로부터 4 년 후인 2021 년 1 월 6 일 의사당 건물이 6 시간 동안 그렇고 그런 부류의 루저들에 의해 점거당했었다.
캐나다 동포사회 최고의 정론게시판 씨엔드림 자유게시판은 미국의 전철을 타산지석 삼아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자유게시판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돌려주기 위해서 특정인 늙은이들보다 더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꼰대가 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놀라울 정도로 이기적이고, 약자나 소수에 대한 배려심이 거의 없고, 자기가 루저가 된 책임이 자신이 아닌 타자와 사회에만 있다고 떠들어대고, 청년실업을 고민하면서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청년복지를 주장하면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출산은 절대 하고 싶지 않지만 이민은 절대반대하고, 인종과 성별, 나이 같은 것을 차별기준으로 삼아 아무런 은원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향해 혐오스런 차별성 slur 를 함부로 지껄여대는 부족주의 단계의 사고방식을 가진 부류의 사람들 중 중년 이전의 사람들을 가리켜 젊은 나이에 꼰대가 된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런 부류들에게 동포사회의 자유게시판이 점령당해도 슬픈 일이므로 우리 독자 스스로가 시간나는대로 노력을 함께 해 줘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자유게시판을 점령하고 있다는 특정인 분들도 지식자랑 삼매경에 빠져 잘난 척만 주로 하시지말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필요한 경험과 정보들을 지금보다 더 자주 나눠주시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