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등판하셨군요. 바로 글을 안 올리기에 이번에는 반응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엥? 했는데 역시. 제가 기대했던 반응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어서 안심했습니다. 사람이 변하면 큰일이 난다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끝까지 제 글에 답글을 올리지 않고 침묵하셨더라면 제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럴 여지를 주지 않으시는군요.
한가지 오해하시는게 있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좌지우지돼서 별 생각 없이 있다가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주니까 자기 도취에 취해서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반대를 한다고 해서 슬그머니 내릴 생각도 없었구요. 삭제를 할 때는 다수의 독자들이 제 의견에 공감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글을 내리고자 합니다...라고 정중히 사과를 드리고 삭제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삭제하기 전에 이미 제 글을 클릭해서 시간을 들여 읽어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테니까요. 제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부분을 말씀하시니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글쓴이가 그런가보다...하고 이해했습니다. 글이란 은연중에 글의 주인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니까 당신이 그런 사람인가보다...라고요.
어쨌든 당신의 그 당당함은 인정합니다. 가끔 누군가 반론을 제기해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상대방이 당신의 그 크고 광대한 지식의 바다에 질려서 스스로 나가 떨어질 때까지 의견 개진을 하시던데.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은 없는걸까...한 번쯤은 그런가요? 당신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겠군요. 할 수도 있을텐데, 자신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그 넘치는 자신감은 인정합니다. 그다지 부럽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굳이 도움 주신 사례를 말씀하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세대가 달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당신을 돌려서 까기 위한 하나의 예시였을 뿐, 굳이 당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 싶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왜 다들 일일이 답변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아무튼 죄송합니다. 한 번인가, 두 번 도와주신 적이 있는데 정보수집이 빈약하여 몰라봤습니다.
또한, 영국 이야기 역시 제가 당신을 우습게 만들기 위해 이용한 것일 뿐입니다. 당신이 그 글에서 언급한 영국의 코로나 대응 방식은 인터넷 뉴스에서도 차고 넘치는 이야기라 신문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데, 당신이 그것을 언급한 이유가 대한민국의 방역 대응이 당신과 같은 시민권자들에게 까다로워서 입국이 불편하니까 그것을 얘기하기 위한 밑밥인 것을 알고 있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도 계속해서 그 문제에 대해 징징거리던 당신의 글을 읽어 보았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젊은 꼰대 운운하시면서 젊은 청년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당신이 얘기하는 그 젊은 나이에 꼰대인 사람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지금의 20·30대 젊은 친구들의 삶을 지켜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난 날 내가 지나왔던 청춘과 너무 다르고 힘에 부치는 상황일 때도 많아 제가 다 미안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입니다. 대학만 졸업하면 비교적 쉽게 취직이 되는 시기를 살았던 저로서는, 제 젊은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회가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가며 사는 그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또한 우리 때보다 더 사회적 가치들이 발전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훨씬 더 너그럽고 도덕적이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사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며 훌륭한 인간애를 가진 멋진 젊은이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 젊은 꼰대의 개념은 당신이 이야기한 것과 전혀 다르니 다시 잘 찾아보십시오. 제가 젊은 세대인 줄 알고 저격하신 것 같은데 번지수가 틀렸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깊이 공감하는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코미디언 박명수씨의 말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갑이 아니라, 입을 닫는 것입니다. 지갑은 그 다음이지요. 침묵의 가치와 그 무게, 한 살, 한 살 나이 먹을수록 크게 다가옵니다. 제 삶의 반경에는 그 가치를 알게 해 주시는 어른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물론 그 속에 당신과 같은 늙은이가 없음도 참 감사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