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4 개월 전, 나는 한국 대선정국을 가리켜 “피아를 구분하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혼전상항으로 돌입했다” 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이 글에서 나는 “이 선거는 진영 대 진영 또는 지역 대 지역의 대결이라기보다는 누가 누구편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는 듣보보도 못한 표의 대규모 이합집산이 예상되므로 기존의 여론조사방식으로는 어느 당의 어느 후보가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는지 예측하는 것 조차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을 했다.
여기까지는 내 예측과 진단이 맞았다.
심지어 보수진영 대통령을 역임했던 박근혜 씨도 사전투표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지 않은 것이 확실시된다. 당연한 일이다.
일부 한국매체에서는 그가 남색재킷을 입고 투표장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박근혜 씨는 원수보다 못한 동생인 박근령 씨가 지지를 선언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을리 만무하다.
박근혜 씨가 보유하고 있는 정치적 식견의 수준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는 아마도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부분도 있었다.
이 글을 쓸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오늘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쓸까말까 망설였던 이유는 이 게시판에 정치 종교 이야기를 올리지 말라는 당치도 않은 주장들이 신경 쓰여서는 전혀 아니고, 다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인 한국정치 이야기는 가급적 삼간다는 나 나름의 포스트 원칙 때문이다)
같은 글에서 나는 “민주당 후보에 반감을 가진 반 이재명 진보부동층 다수는 기권을 했으면 기권을 했지 결코 윤석열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 했었다.
잘못된 예측이었다.
나는 지난 주중에 벌어졌던 일부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내부반란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사사오입을 통해 억지로 올린 후보가 함량미달이라는 점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이라면서 "민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같은 선택(윤석열 지지선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는 자기가 지지하는 당에서 선택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권을 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유사한 제 3 의 대안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차선의 선택이다.
특수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권력집단(검찰, 군, 정보기관과 같은)에 대한 문민통제원칙을 거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는 커녕 성평등에도 부정적이며, 국가안보와 평화원칙에 대한 지식도 비전도 없이 미일 패권주의 핵동맹세력의 이익에만 굴종하여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공사구분도 못한채 기가 센 배우자에게 쥐죽은듯이 쥐어살며 선무당이 지껄이는 객적은 헛소리들을 청와대 본관으로 끌어들일 게 분명해 보이는 후보에게 소위 ‘전략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그것은 전략투표가 아니라 그냥 정치적 전향에 불과하다.
만일 전략투표를 선택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전략투표의 선택은 세 가지다.
첫째, 자기가 지지하는 당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든지, 둘째, 기권하든지, 셋째, 자신의 정치신념과 유사한 제 3 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략투표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말고 그냥 ‘전향’을 선언하든가, 아니면 아뭇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기표소에 가서 당신이 찍고 싶은 후보에게 기표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