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세미나>의 창설자인 로버트 펑크 박사는 자신의 역사적 예수탐구 여정에 대해서 이렇게 간략하게 회상했다: “. . . 최근에 나는 때때로 젊어서 죽는 것이 좋은 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서른 살이면 사라지기에 좋은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나이 때면, 우선 결심을 하고, 앞뒤 잴 것 없이 확신을 떠벌리고, 나이 들어 성숙하게 되면서 비로소 배우게 되는 확신의 수정, 후회, 실수 등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처럼 부서지기 쉬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것은 나의 운명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예순 살을 훨씬 지나도록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언덕을 넘어선 노인 학자의 유리한 점은 평생 동안 충분한 경험과 자료를 모았기 때문에 전체를 생각할 수 있으며, 큰 그림의 지평선을 볼 수 있으며, 이 세계를 조명하며, 실패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으며, 젊은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가능성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늙은이의 비전이 깨어 있으며 “사실”(fact)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것은 분명히 유리한 점이지만, 그의 비전이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면 불리한 것이다. 늙어가면서 나의 동맥이 확실히 굳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때때로 비전을 보게 된다. .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 30쪽, 1996)
로버트 펑크 박사는 2005년 79세로 별세했다. 필자는 이 노인 학자를 미국에서 열리는 정기학회와 캐나다의 여러 도시에서 열린 공개강좌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200여명의 회원들이 모이는 정기 학회에서 때로 참석자들 중에 필자가 유일한 캐나다인이었던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펑크 박사는 나에게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다는 격려와 안부를 묻는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학회에서 그 노인 학자의 생각은 대단히 예리했고, 음성은 젊음과 생기가 넘쳤다. 펑크 박사는 어느 모임에서 영국의 시인 새뮤얼 데일리 콜러릿지의 말을 인용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기독교인들은 단순하고 수동적인 망상을 버리고 이성적이고 지성적이고 자율적인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진리보다 기독교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은 기독교보다 자기 교파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부족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오늘 교회는 세계를 복음화 한다고 선교사들을 해외에 파송하는 일에 광분하고 있지만, 그것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종교차별과 인종차별의 유치한 행태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펑크 박사는 학회의 참석자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기를, 다른 종교들을 무시하고 전세계를 기독교화 한다는 교회의 선교전략은 사실상 대단히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이고 우월적인 망상이며, 그래서 <예수 세미나>는 종교적 문맹 퇴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오늘 <예수 세미나>는 펑크 박사의 뒤를 이어서 역사적 예수 탐구에 동참하는 젊은 학자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학회지와 연구논문들과 저서들이 끊임없이 발간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연구소>(www.historicaljesus.co.kr)가 <예수 세미나>의 서적들을 번역 출판하고 있으며, “역사적 예수 살아 내기 운동”과 함께 “예수의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본 연구소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따라서 신학의 당파성이 아니라 보편성과 구체성, 절대성이나 상대성이 아니라 다원성, 탈세속성이 아니라 세속성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1988년에 홍정수 박사에 의해서 창설되었다. 필자는 한인교회에서 목회하는 동안에 본 연구소의 번역물들을 교육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예수 세미나>의 종교적 문맹 퇴치 운동은, 오늘 현대인들이 살아내고 있는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의 주류 사회에서 1세기 삼층 세계관의 부족적 신앙, 내세적 신앙, 초자연적 신앙을 폐기 처분하도록 도전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기에는 올바른 질문과 적합한 대답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성 곧 존엄성인 자율성과 창조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신학자들이 흔히 사람들이 묻지 않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에 앞서서 그 질문들을 다른 형태의 질문으로 바꾸곤 했다. 질문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지성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멕길대학에 입학했을 때에 나는 여전히 한국에서 주입식 내지는 암기식 교육에 철저히 세뇌되어 있던 상태였다. 구약과목의 첫 수업시간에 교수는 강조하기를, 한 학기 동안 매주 학생들에게 짧은 성서 구절을 줄 것이며, 이 구절로부터 세 개의 질문을 만들고, 각 질문에 대해 한 페이지의 대답을 제출하는 것이 성적의 50%를 차지한다고 했다. 나는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나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는 교육방식을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더더군다나 교회에서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항상 주어진 해답을 문자적으로 암기하고, 일점일획도 가감하지 않고 정확하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주입식 교육에 심하게 세뇌된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심지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율적인 질문과 대답의 교육방식이 역사적 예수 탐구는 물론 기독교인 신앙의 기초라는 사실을 3년 동안의 신학교 교육에서 철저히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졸업 후에 역사적 예수 탐구의 기초가 되는 이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방식을 목회지에서 설교와 교육에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오늘 지구촌 전체에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어느 때 보다도 더욱 예수와 성서에 솔직해야 가정과 사회와 세계 전체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기독교인들만 축복하고 보호하는 그런 옹졸한 하느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불필요한 망상이다. 기독교인들은 두려움 없이 자율적으로 의심하고 고민하고, 바르게 질문할 수 있어야 진실한 신앙인이 될 수 있다. 만들어진 교리와 신조와 믿음의 공식을 문자적으로 암송하는 신앙은 엄밀히 말해서 신앙(faith)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욱이 인간의 정신을 말살하는 야만적인 행위이며, 참된 인간이 되어 사람 답게 사는 길의 가장 위험한 일이다. 오늘 이러한 유형의 종교적 믿음이 인류사회를 분열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의 마음 속에 본능적으로 의심과 질문이 많다. 교회는 교인들의 다양한 질문들에 이성적이고 지성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교회는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교회의 권위와 하느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실은 교회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과 은폐로 정직하지 못한 대답을 조작하여 교인들을 속이고 위협하고, 강제로 주입시켰다. 오랜 세월 동안 교인들에게 만들어진 대답을 수동적으로 무작정 믿으라고 명령을 내렸으며, 믿지 않으면 추방하는 잔인한 행위를 일삼았다.
필자가 목회 당시에 교인들로부터 그리고 칼럼 독자들로부터 들었던 진지한 질문들을 소개한다. 예수는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는가? 기독교는 예수 자신으로부터 시작했는가? 아니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기독교를 세웠나? 실제로 예수는 첫번째 기독교인이었는가? 기독교는 예수의 정신의 부활과 더불어 부활절에 시작되었는가?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예수는 어떻게 하느님이 되었는가? 성서는 어떤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문자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했으며, 오늘 현대인들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쳤나? 원래 성서의 언어는 오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대어인가? 지옥과 천당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가? 예수는 물리적인 지옥과 천당을 믿었는가? 과연 예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자신은 어떻게 살았는가? 이렇게 교회 안밖으로 예수와 성서와 하느님에 대한 질문들이 무성하다. 질문과 대답은 자의식의 호모 사피엔스 인간의 본성이며 정체성이다. 이것이 오늘 21세기의 문명사회가 이룩하게 된 기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질문들에 대해 교회는 솔직하고 상식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교회의 비굴한 모습에 지치고 식상하여 떠났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성서는 역사적 사실이나 과학적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록된 책이 아니다. 성서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그 즉시 그때그때 정확하게 기록한 문서가 아니다. 성서는 처음 사건이 일어난 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세월이 흘러간 후에 그 사건에 대해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기록할 당시 현재형의 이야기로 전환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성서 저자들은 과거 조상들의 이야기를 현재 자신들의 삶의 의미와 희망에 대한 궁극적인 비전으로 전환한 은유적인 기록이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성서를 역사적-은유적으로 접근하여 재해석하고, 성서에 보이지 않게 숨겨진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진리를 발견한다. 예수와 신약성서와 기독교의 기원에 관한 역사적 질문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더욱이 사실(fact)을 허위(false)로 왜곡하거나 조작해서도 안된다. 궁극적인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사실들에 근거해야만 하기 때문에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만들어진 허위(false) 뉴스가 우리의 사회와 세계를 혼돈과 분열로 이끌어가고 있듯이, 가짜 예수(fake Jesus)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서 교회는 마치 모래 위에 세워진 집처럼 안정을 잃고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빠져 있다. 더욱이 만들어진 예수가 더 이상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폐기 처분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들 자신의 과거에 관해, 예수의 역사에 관해, 또한 과학이 발견한 물리적 우주세계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사실들을 발견해야만 한다는 인식과 의무관념은 우리의 무분별한 상상력과 비상식적인 망상을 통제하는 방식이 된다. 기독교의 기원에 관한 질문을 역사적 사실들에 근거하여 이해하면, 복음서의 이야기들과 신조들은 기독교 신화라는 놀라운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기독교의 기원을 담고 있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그릇들을 세밀하고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이 역사적 탐구의 기능이다. 성서와 기독교는 다른 세계에서 완성품으로 이 세계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 세계의 역사적 상황에서 탄생한 인간들의 작품이다.
종교의 진리들은 경험과학의 진리 곧 공개적 계시(啓示)보다는 시적(詩的)인 진리 곧 개인적 계시(啓示)에 가깝다. 종교의 진리들과 과학의 진리들을 별개의 것들로 따로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과학을 종교의 맞춤형으로 변형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역사의 진리들과 종교의 진리들을 분리하는 것은 대단히 몰상식하며 위험하다. 종교는 인간의 역사에서 탄생했다. 종교의 진리들은 역사의 진리들과 과학의 진리들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진리들을 혼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리들이 서로 간에 정보를 주고받도록 해야 인간의 삶과 의미가 온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교회는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현재로 눈을 돌려야 하고, 오늘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질문들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대답한다고 하느님의 심판과 징벌 따위는 없다. 예수와 성서와 기독교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서 진리의 세 얼굴, 즉 종교의 진리와 역사의 진리와 과학의 진리는 항상 함께 공존해야 한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을 지배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삶은 모순과 오류 그리고 거짓과 은폐 속에서 암흑과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인간의 의심과 고민과 질문을 가로막고, 심지어 대답을 회피하는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 예수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 1999
존 도미닉 크로산.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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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 예수는 누구인가. 한국기독교연구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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