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냥 농담입니다>
자본가 계급의 등장
민주주의의 도입
자본주의
자본의 속성
자본주의 침공
재갈물린 자본주의
자기 거세의 시대
현대 계급론
선거 게임
빨갱이 자본주의
이 글의 2편 자본의 속성에서, 자본은 집중과 증식의 속성을 가지며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착취가 가장 손쉬운 증식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등장 이후 자본가는 노동자계급을 무차별적으로 착취할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노동법과 규제때문에 자유방임시대 때보다 노동자를 쓰는게 너무 비싸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의 발전은 자본가에게 또다른 옵션을 부여했다. 바로 자본 증식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을 배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비스업에서 자본가의 자본 증식 극대화를 위한 노동자 배제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즉 우리 모두는 노동자를 죽이는 공범이다.
맥도날드에서 우리는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한다. 맥도날드는 주문을 받아들일 노동자를 줄일 수 있게됐다. 프라핏!
월마트에서 우리는 셀프계산대를 이용하여 자본가에게 돈을 벌어주는 노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월마트는 많은 캐셔를 해고할 수 있었다. 프라핏!
은행에서 우리는 ATM을 이용하거나 아예 인터넷 뱅킹을 사용한다. 은행 텔러는 점점 구석기의 유물이 되어간다. 프라핏!
자본가를 위한 이런 교묘한 장치는 점점 더 사회에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노동자 동지의 일자리를 뺏음과 동시에 자본가를 위한 자발적인 볼런티어를 하고 있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다. 현재 많은 제조업과 사무직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을 채용하고 있다. 점점 인간 노동자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운송업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는 350만명의 트럭 운전사가 있으며 이들이 전체 물동량 70%를 책임진다. 운전사에게 지급되는 페이는 운송업에서 가장 큰 비용요소이다. 현재 기술은 자본가에게 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즉 자율주행 트럭의 등장으로 이들이 조만간 다 사라질 운명이다.
단순히 운전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에는 길 위에서 먹고자는 롱홀 트럭커를 위한 인프라와 거기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당장 수백군데의 트럭스탑들이 없어지며 거기에 종사하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같이 쓸려나간다. 트럭커를 위한 레스토랑이나 모텔들 또한 사업을 접어야 한다.
자본가에게 운전사의 일자리, 식당이나 모텔 같은 소규모 비즈니스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결국 조만간 도로에는 무인 트럭들만이 질주할 것이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한다. 이를 통해 인건비 비싼 매니저 직급을 없앨 수 있다.
또한 현대에 들어와서는 요상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이런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은 노동자 계급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10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거느렸던 이스트만 코닥이 파산했을 때, 비슷한 일을 한다고도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회사가 페이스북에게 거금 10억달러에 인수됐다. 이 때 인스타그램의 직원 수는 단 13명이었다.
우버나 스킵더디쉬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을 구할 수 없는 개인들이 할수없이 자신들의 비용을 들여서 차를 구하고 보험을 든 후 개인사업자로서 일할 뿐이다. 이들이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사고가 나도 우버나 스킵더디쉬는 전혀 관계가 없다. 사업자는 이들에게 커미션 외에 어떠한 혜택 - 의료보험, 유급휴가, CPP contribution 등등 - 도 줄 필요가 없다. 다시, 어마어마한 프라핏!
이와같이 자본가 계급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성공적으로 노동자 계급을 경제활동으로 부터 배제시키고 있다. 괜히 요즘 청년 실업률이 높은게 아니다.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다. 노동의 종말이 코앞이다.
자본주의의 두 축은 생산과 소비다. 어느날 사람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런식으로 노동자 계급이 생산활동에서 빠르게 배제되면 소비는 누가하지?
기본소득제 혹은 UBI 가 대두된 이유다.
사람들이 제대로 돈을 못벌면 저비용으로 생산을 해도 의미가 없다. 그걸 소비할 사람이 없으면 자본가는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냥 돈을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이 대두된 것이다.
이 건으로 세계 여러나라에서 여러가지 연구와 실험이 진행중이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지, 이것이 과연 사람들의 노동 의욕이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활발한 담론이 학계, 재계, 정치계에서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누구도 빨갱이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거다. 역사적으로 하층민에게 뭔가를 주려 할 때, 항상 빨갱이 소리가 나왔다. 처음 노동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 처음 일반 의료보험을 주도한 세력은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 처음 학교 무상급식을 주도한 세력은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
지금 전 국민에게 그냥 돈을 나눠주자는 공산당스러운 이야기를 하는데 그 누구도 빨갱이 소리를 입에 담지 않는다. 재밌는 현상이다.
조만간 공산주의의 이상이 더 발전된 형태로 실현될 전망이다.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를 지향했던 그 때 보다 어쩌면 더 진일보한 형태다. 자본가 계급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산한다. 그로 인해 증식된 자본을 노동자 계급에게 헌상하고 노동자는 다만 생산된것을 소비만 하는 세상이 코앞이다.
인류는 이제 노동에서 해방될지도 모르겠다. 노동이 신성하다느니 자기실현의 수단이라느니 하는 말도 다 자본가들이 예전에 만든 불싯이다. 나는 천국이나 극락에 매일 나가야하는 직장이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
이제 자본가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가서 프롤레타리아에게 봉사해야만 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UBI가 도입되면 이제 노숙자는 없어질 것이다. 신용불량자는 사라질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 또한 없어질 것이다. 모든 정치적인 아귀다툼도 조금은 단순해질 것이다. 그냥 올해의 UBI 인상폭을 크게 하는 정치인이 더 인기를 끌 것이다.
향후, 자본주의는 완전히 빨갱이가 되어 우리에게 봉사할 것이다. 아 씨, 너무 일찍 태어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