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세기 동안의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의 과정을 통해서 인류사회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꾸준히 회복해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1세기에 여전히 교회에서 ‘성령 받았다’ 또는 ‘귀신들렸다’ 또는 ‘악령을 쫓았다’ 라는 케케묵고 진부한 고대 언어들이 회자되고 있다. 사실상 오늘 우리 사회에서 “귀신 들렸다” 또는 “성령 받았다” 또는 “귀신을 쫓았다”는 말을 문자적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교회가 성령, 영혼, 귀신, 불결한 영, 깨끗한 영, 마귀, 천사 등을 인간의 육체와 분리된 타자로써 외부에 객체적으로 존재하며, 인간의 삶에 밖에서 안으로 개입한다고 맹신한다.
1세기에 삼층천의 세계관에서 살았던 고대인들은 의심하지 않고 육체와 영혼을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믿었다. 더욱이 육체가 죽으면 영혼은 육체를 떠나 불멸하는 것으로 상상했다. 그만큼 고대인들의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는 극도로 심각했다. 오늘날 초등학교 수준에서부터 현대 과학을 배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육체와 분리된 귀신이나, 거룩한 영(성령)과 불결한 영에 관한 이야기는 우스개소리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원초적인 기독교 신학과 신앙의 핵심은 인간과 분리된 외부의 영적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귀신과 영에 대해서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그런 영들을 물리치는 일도 하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1세기 고대인들이 성서를 문자적으로 기록했는데, 21세기 기독교인들이 너무 영리해서 그것을 상징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대인들은 그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전했는데, 너무 우둔한 현대인들이 그것을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맹신하고 있다.
고대 성서에 귀신들림과 귀신축출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예수는 더러운 영에 사로잡혀 무덤 주위에서 살던 한 남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귀신들을 쫓아 내었으며, 그 남자는 제정신이 돌아왔다(마가복음서 5:1-17)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예수 생애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예수의 귀신축출이 종종 복음서들에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예수 전승이 발전되면서 후대에 창작된 것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이처럼 특수한 고대 이야기에서 죽음과 생명의 의미, 인간의 의미 그리고 세계의 의미에 대한 심층적인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성서저자는 당시의 로마제국 치하의 정치적 상황과 유대교 성전종교의 가식과 거짓의 종교적 상황에서 98% 민중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처절한 모습들에서 무엇을 깨닫았다. 다시 말해,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성서는 믿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삶에 대해서 도전하고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1세기의 사회적-문화적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성서에 솔직하게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마가복음서의 귀신축출 이야기에서 예수가 귀신들린 사람의 이름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은 “나의 이름은 레기온”(Legion)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레기온은 로마 군대의 한 단위이지만, 이는 이스라엘을 억압한 지배자를 상징한다. 그 권력은 이제 유대교가 제의적으로 불결하다고 보는 동물 중 가장 불결한 것 속으로 들어가서, 그 군대는 바다 속에 던져져 빠져 죽는다. 정치체제와 종교체제의 혹독한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사람답지 못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98%의 민중들은 자유와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열렬한 꿈이었다. 그들은 로마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성전종교가 무너지고, 로마인들이 지중해 바다로 내던져져 빠져죽고, 식민지에서 해방되는 날을 간절히 염원했다. 따라서 일년에도 수십차례의 농민폭동이 전국 각처에서 일어났다. 마가복음서 저자가 귀신축출 이야기를 기록한 목적은 예수의 초자연적인 능력 또는 그의 신성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폭로하고, 제국적 폭력과 불의에 항거하고, 민족의 해방과 자유를 되찾는 것이었다.
인류사에서 귀신들림과 억압 사이에는, 그 종속관계가 남성에 의한 여성의 성적 억압이든, 한 민족에
의한 다른 민족의 인종적-제국주의적 억압이든,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점령당한 나라는 다중적 인격분열 증세를 가지고 있다. 다중인격의 한 측면은 억압자를 증오하고 경멸하지만, 다른 한 측면은 그 우월한 힘을 부러워하고 동경한다. 그리고 만약 육체가 사회의 한 상징이라면, 어떤 개인들이 그 자신 안에서 이와 똑같은 분열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고대 성서에서 인식할 수 있는 사실은, 1세기의 정신세계에서 귀신들림과 식민주의적 억압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으며 그것을 예수의 귀신축출 이야기로 묘사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예수가 단순히 개인을 치유했던 것만이 아니라, 종교체제와 정치체제의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인 폭력적 권력에 대항하는 농민들의 사회적 혁명운동에 동참하고, 격려와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수는 하느님 나라에 관해 탁상공론의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예수는 자신이 직접 하느님 나라의 의미를 실천에 옮겼으며, 종교적-사회적 권위체제와 제국주의적 권력에 강렬하게 도전하고 항거하는 일환으로 사람들을 치유했던 것이다. 예수에게 개인의 육체는 사회의 모형이기 때문에 육체가 병든 것은 사회와 종교가 병든 것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기적 이야기가 “사실의 진술” 곧 공개적 계시(Public Revelation)인지 아니면 “종교적 믿음의 진술” 곧 사적 계시(Private Revelation)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서 저자들이 묘사하는 경이(wander)와 기적(miracle)을 구분해야 한다. 경이는 현재에 아직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뉴스보도에서 간혹 경이로운 일이 일어난 것을 듣는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치료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불치병 환자가 어느 날 건강을 회복하는 경이로운 일이 희귀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폐쇄된 우주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138억 년 동안 끊임없이 진화하고 팽창하고 있는 광대한 우주세계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 있다. 흔히 교회에서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유치한 거짓과 은폐로 사람들을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어느 종교체제에서 자신들이 신봉하는 하느님이 내일을 정확하게 안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분명히 사이비 종교이다. 우리는 세계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우리의 제한적인 이해일 뿐이다. 따라서 이해할 수 없거나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신비(mystery)라고 부른다.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경이인데, 우리는 이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사의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경이로운 일을 기적이라고 선언할 때에는, 그들은 이미 종교적 믿음의 사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때 그들은 자신들의 하느님이 그들을 위하여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행동했다고, 다시 말해, 하느님이 정상적이고 질서정연한, 혹은 자연적인 과정에 외부로부터 개입해서 이러한 경이를 창조했다고 상상한다. 이것은 다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믿음의 행위이며, 그것은 입증여부를 넘어서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행동으로 쉽게 빠진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세계의 모든 과정과 법칙들을 이해할 수 있는 완전히 폐쇄된 우주세계에 살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모르게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광활한 우주세계에서 객관적인 기적이란 존재할 수 없다.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마치 돔 모양의 스타디움으로 상상하고 그렇게 폐쇄된 체계에로의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하는 기적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삼층 세계관에서나 통용될 수 있었으며,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에서는 비상식적인 망상이다. 오늘날 종교적 믿음의 행위가 기적을 맹신하는 폐쇄적이고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무용지물이 되었다. 종교인들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이분법적인 경계선을 넘어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개방된 삶의 방식을 살아가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예수는 초자연적인 기적을 행하지 않았으며, 그런 기적을 맹신하는 부족적이고 폐쇄적인 보삼심리의 조건부적 믿음을 가르치지 않았다. 21세기 주류 사회의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기적이란 개인과 공동체에게서 하느님의 의미가 삶의 방식으로 완전히 그리고 온전히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기적은 우주의 법칙이 깨어지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활동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창작해내는 작품이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1세기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일깨워준 기적이며, 21세기에 그의 정신을 따르는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게 기적이다.
성서에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모든 이야기들은 초자연적인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됨과 온전한 삶에 대한 심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다. 예수를 포함해서 인류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누구도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죽음은 다시 생명에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돌아온다면, 그것은 죽은 것이 아니다. 죽음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성서에서 예수가 죽었던 나사로를 다시 살린 이야기의 핵심은 자연 기적이 아니라, 예수의 우주적인 정신과 예수의 차별 없고, 이분법적이지 않은 통합적인 삶을 상징화 하는 것이다. 예수가 죽은 후 여러 세대가 지난 후에 그 이야기를 기록한 성서저자의 의도와 목적은, 예수가 살았던 갈릴리 전역의 가난하고 버림받은 농민들이 예수가 바로 지금 여기 현재의 삶 속에서 그들을 위해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가져다 주었다는 현실적인 체험을 선포하기 위해서다. 예수 당시에 98%의 농민들은 빈곤과 질병 속에서 인간 이하의 처절한 삶을 죽지 못해 하루하루 겨우 연명해가고 있었다. 그들이 선포한 “죽음으로부터 벗어난 생명”의 체험은, 그들이 그들 자신의 육체와 희망과 운명에 대해 다시 새롭게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게 만들어준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 비전이었다.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 내였던 “지금 여기에 하느님 나라의 의미”, 곧 평등과 정의의 세계를 향한 하느님의 우주적인 의미는, 로마제국의 황제 시이저의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황금만능주의는 물론 성전종교의 부족적이고 내세적인 하느님 나라와 정반대였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점령과 원조, 억압과 지배, 차별과 소외와는 정반대되는 나라이다. 예수의 이러한 주장은 제일차적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치유행위, 그것 없이는 어떤 다른 차원에서도 치유가 일어날 수 없는 현실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치유 행위였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예수의 구원 행위였으며, 예수의 구원은,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고, 죽은 후 천국에 올라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었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비전은 농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들은 하느님 나라가 죽은 후에 가는 저 멀리 하늘 위에 있는 장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모두가 함께 인간답게 온전히 사는 삶의 방식이고 비전이었다. 예수를 따르던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체험했다. 예수가 무덤의 문을 두드렸다고 하는 것은 바로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새로운 삶에 대한 명실상부한 비유였다. 이것은 개인적인 삶이나 세계적인 인류사회를 큰 그림으로 볼 때에 대전환이었다.
성서를 읽을 때에 고대 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수 당시의 지중해 연안의 문화에서는 모든 관계들이 보호자/피보호자라는 철저한 연결고리에 의해 지배되었다. 다시 말해, 기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은 그들 위에 있는 보호자에 대해 피보호자이며, 그 보호자들은 그들보다 더 강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 피보호자이다. 또한 보호자와 피보호자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하던 중개인들은 그들 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피보호자였고, 그들 아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호자였다. 예수는 성전종교와 로마제국이 98%의 민중들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착취하는 보호자/피보호자의 종속관계 체제를 강력히 반대했다. 예수는 자신이 보호자라고 주장한 적도 없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인이라고 가르치지도 않았으며, 다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으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하며, 그것이 하느님 나라에서 사는 것이라고 선포했다. 특히 예수는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에 믿음체계라는 중개자가 필요 없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하자는 탈종교화 운동을 펼쳤다. 결론적으로, 예수의 치유의 구원은 모든 종속관계를 타파하고 인간의 존엄성울 회복하는 것이며, 편견과 차별 없는 개방된 밥상에서의 평등한 나눔의 온전한 삶이었다. 예수의 철저히 개방된 공동체 곧 하느님 나라는 병든 사람과 건강한 사람,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의 차별과 편견이 없고, 높고 낮은 신분의 계급화도 없고, 중개도 없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평등의 나라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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