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 탐구는 기독교 신앙이 21세기 세계에서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뢰성의 차원을 회복시키고 있다. 오늘날 우주진화 세계관의 계몽된 시대에 예수가 다윗의 자손이라던가, 처녀에게서 태어났다던가, 혹은 몸이 부활했다던가 하는 창작된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믿는 것은 주류 사회에서 이미 설득력을 상실한지 오래된다. 그런 이야기들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신화, 즉 신앙적 열정을 증거하는 서사시로서 이해될 뿐이다.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어떤 공동체이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기초하여 이성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교회가 부주의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변질시킨 역사적 예수의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읽고,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실상 필자가 시무한 영어교회들과 한인교회들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진지하게 역사적 예수에 관해 공부해 보려는 깨어 있는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역사적 예수 탐구는 교인들과 은퇴 후 칼럼독자들의 종교적 호기심과 지적 탐구욕을 자극했다. 나는 끝까지 솔직하기를 원하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실제로 예수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는 기독교인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그런지 많은 목회자들이 근본주의자들의 위협으로 진실을 추구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의무와 책임은 어떠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지 않고, 교인들에게 예수가 어떻게 살았고 활동했는지에 대한 상황을 바르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교인들의 삶은 어떠한 어려움에 닥치더라도, 달콤하고 표층적인 내세적 망상에 빠지지 않고, 혹독한 현실을 포기하지 않고, 고통과 절망에서라도 더욱 힘있게 생기가 넘치게 기쁘게 만족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필자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사는 것만이 죽어가는 기독교 교회가 새롭게 부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인식한다. 이 길은 초대 기독교인들이 예수가 죽은 후에 자신들의 삶 속에서 예수의 정신이 부활한 사건과 동일하다.
예수의 부활은 1세기 기독교인들의 삶 속에서 일어났던 확고한 역사적 사건이며, 오늘도 현대 기독교인의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현세적 삶의 방식이다. 성서에 기록된 부활 이야기는 문자적으로 읽고 암송하는 교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 이 땅에서의 생생한 삶의 체험이고, 완전한 삶에 대한 비전이다. 고대인들이 표현하는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성서가 증언하는 예수의 부활은 종교체제와 정치제제의 탄압과 착취로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사람답지 못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이 암흑과 같은 죽음의 골짜기에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깨어나는 것을 인식했고, 암흑에서 밝은 빛을 보았고, 삶의 희망과 용기와 힘을 얻게 된 체험이었다. 성서를 문자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그리고 요한복음이 부활 이야기에 대해 전혀 다르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며, 복음서들의 이야기들을 조화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지역들에서 각각 다르게 기록된 네 복음서들을 문자적으로 믿어야만 하는 교리적인 이야기로 이해하는 것도 비상식적인 일이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가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기록되었으며, 문자적인 기록에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는 진실한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의 부활 이야기는 2천 년 전에 어느 날 단 하루만에 일어난 사건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가 죽은 후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초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예수의 가르침대로 그가 꿈꾸었던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를 살아내는 것이 자신들의 신앙과 삶의 최종 목표라고 인식했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그 죽은 예수가 자신들의 처절한 삶 속에서 계속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경험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는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의 시간이 있었다. 다시 말해, 예수는 죽었어도 그의 말(words)과 행동(actions)은 여전히 그들의 일상생활의 말과 행동에 살아있었다. 그들은 예수의 정신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죽지 않았으며, 오히려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것을 인식했다. 그들은 비겁함이 담대함으로, 부족적인 옹졸함이 우주적인 포용성으로, 이기적인 생존의 욕심이 통합적인 삶으로 변화되는 놀라운 체험을 가졌으며, 예수의 죽음을 부활 이야기로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예수가 체포되어 처형되었을 때,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도망갔다고 하는 것은 완벽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들이 금요일에 자신들의 신앙을 완전히 상실했다가, 일요일에 기적적으로 그 신앙을 회복했다고 상상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할 수 있다. 예수의 부활 이야기는 죽었던 육체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 이야기도 아니고, 단 몇 일 사이에 일어난 사건도 아니다. 그 이야기는 예수가 죽은 후에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초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개방된 밥상과 무상 치유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망각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살아내면서 더 나아가 그것을 더욱 심층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성서저자들이 묘사하는 부활은 예수의 가르침과 함께 그의 삶이 곧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 그 추종자들 중에 계속 현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회화적 저술이다. 예를 들자면, 도마복음서에서는 예수에 대해 오직 하나의 칭호만을 사용한다. 그는 단순히 “살아있는 예수”라고 불려진다.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가 과거에 그들이 사는 동네에서 걸어 다녔듯이, 지금도 세상에 현존하여 활동하고 있는 하느님의 의미로 경험한다. 다시 말해, 예수가 처형당한 후에도 갈릴리의 가정들과 촌락 등지에서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낸 무상 치유와 개방된 밥상은 실행되고 있었다. 예수가 살아있었을 때와 동일하게 그들은 지금도 예수에 의해 능력을 부여받고 있는 자신들 발견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예수가 아직도 그들과 함께 있다고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가 자신들의 삶 속에 힘있게 현존하고 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으며, 그 길이 바로 부활절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맹신하는 육체적이고 내세적인 부활과 관련하여 “죽음 이후의 삶”이 과연 있는지에 대해 21세기 주류 신학계는 이렇게 생각한다: (1) 첫째로, 유대인 신앙에 대한 역사를 솔직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수가 탄생하기 2세기 전 마카비 시대까지의 구약성서를 보게 되면, 이스라엘 주변의 모든 세계가 내세를 믿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약성서 안에서만은 내세 신앙에 대한 암시가 전혀 없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하느님은 영원하나, 인간들은, 심지어는 하느님의 백성조차도, 그렇지 않다. 만약 어떤 인간들이 영원한 생명을 누렸다면, 그것은 그가 하느님의 백성에 속함으로써 가능했는데, 그 이유는 공동체로서의 하느님의 백성은 계속 존속하기 때문이다. A.D. 2-3세기의 유대교 무덤에서 비문들을 보면, 일부는 내세 신앙을 갖고 있었고, 일부는 그렇지 못했다. 다시 말해, 내세 신앙이 항상 성서 신앙에 속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하다. (2) 둘째로, 원초적으로 유대교와 기독교의 하느님의 일차적 목적은 인간의 불멸성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불멸성이 없다면 하느님을 믿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3) 셋째로, 초자연적인 하느님, 성령, 영혼불멸, 천국, 영생 등의 “불멸성의 은유들”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은 언어를 발명하고 발전시키는 자의식적 생물종인 인간의 본능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요청이다.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은 삶의 목적으로서 우리 보다 큰 무엇, 그리고 우리의 배후에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것으로서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무엇을 필요로 한다. 불행하게도 불멸성의 비유를 악용하는 종교체제들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왜곡하여 사람들을 우롱하고 통제하고 착취한다. 그것이 오늘 지구촌의 모든 종교들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결국 불멸성의 은유는 종교 내부에서 심층적인 삶의 의미로 발전되지 못하고, 여전히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욕심의 부산물로 남아있다. 이것이 오늘까지 인류사에서 전쟁과 테러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가정과 사회를 분열과 혼돈에 빠트렸다.
필자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면서, 수업시간과 학회에서 내세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오직 현세의 온전한 삶에 대해서 배웠다. 물론 역사적 예수 탐구의 신학연구는 죽음 후의 문제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땅에서의 삶에 대한 것임을 인식했다. 신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것은, 21세기에 기독교인이 됨은 불멸성과 영생과 초자연적인 신에 대한 낡고 진부한 삼층세계관의 내세신앙을 떠나 보내고, 우주진화 세계관에 기초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회복한 것이었다. 기독교인들은 내세를 믿고,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일에 시간 낭비하기 보다는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여기 이 땅 위에서 어떻게 함께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하느님이 하늘 위에나 땅에나,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유신론적 논쟁은 과거 2천 년 동안으로 충분하다. 불명성과 영생 곧 영혼불멸을 맹신하면서, 무용지물이 된 전지전능한 하느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 행복하고 온전하고 의미있게 살 수 있다는 왜곡과 거짓은 더 이상 설득력과 효력이 없다. 이 세상의 현재와 미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능력과 기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오직 인간의 책임 하에 있는 곳이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따르면 하느님 나라는 오늘 인간에 의해서 상실되기도 하고, 발견되기도 하는 삶의 방식이며, 또한 그러한 방식을 살아내는 곳이다. 이 세계와 분리된 다른 세계는 없다. 인간과 분리된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모든 삶은 하느님 나라가 되어야 한다.
만약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현세적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은 죽음 후에도 그러한 삶이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크게 잘못된 망상이다. 순진한 사람들의 영생에 대한 막연한 꿈을 교묘하게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인류사회의 현안들 특히 이 세상의 불의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은 크게 잘못되고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또한 이 세상의 삶은 의미가 없는 헛된 것이기 때문에, 죽은 후에나 그것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짓말을 억지로라도 믿도록 강요하는 것은 더욱 유치한 행태이다. 천국과 함께 지옥의 그림을 그렸던 옛 세대들은 인간의 이야기 속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점은 천국과 지옥을 미래의 문제로 미루어버린 것이었다. 우리의 문제는 지옥에서 눈을 피하려고 애쓰며 천국만을 믿으려고 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천국과 지옥은 둘 다 지금 여기에 현존하고 있으며, 우리는 천국과 지옥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천국과 지옥은 초자연적인 신이 멋대로 결정해서 인간에게 보내는 이분법적인 장소가 아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만들기도 한다. 사실상, 인류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천국을 만들기보다는 지옥을 만들어 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날 교회는 입술로만 예수를 따른다고 장황하게 떠들어 대지만, 엄밀히 말해서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예수의 교회가 아니라, 이분법적인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와 성공주의를 신봉하는 시이저(Caesar)의 교회가 되었다. 성서적 용어로 말하면, 기독교인들은 이 세상을 예수가 간절히 염원했던 이 땅 위의 하느님 나라의 모습으로 만들든가, 아니면 이것을 이 세상의 시이저들이나 빌라도들에게 넘겨주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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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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