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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반말 아님 주의)
그것도 살짝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를 다룬, 복잡한 인간 심리를 그린 영화를 좋아한다.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내 놓은 영화 ‘헤어질 결심’은
두 남녀 주인공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여서 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소재가 불륜과 범죄라서
저 영화를 보러 한국을 갈까...? 0.3초쯤 생각하기도 했다.
그저 그런 일상 속에 잠깐씩 나를 행복하게 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건 독서,영화, 그림, 여행, 음식 등등인데
음식은 특히 이곳 캐나다 서부 한국 식당에서의 음식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러려니..하고 먹지 않으면
체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한국 식당에서의 외식은 거의 안하는 편이다.
‘안 먹을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음식 맛과 서비스 때문이다.
그런데...
요 아래 클립보드님께서 언급한 밴프타운의 한식당은 강추이다.
<밴프타운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난리를 치던 때였다>
<얘, 너도 마스크 써야 해!>
< 올 성탄절엔 저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마시는 걸로...>
팬데믹이 한창이던 해 가을 그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국물을 한 숟갈을 떠 먹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일본 사람들이 뜨끈한 국물을 먹으며
하는 표현인 ‘아리가따이~’를 외칠(?) 뻔 했다.
뚝배기에 담긴 깊은 맛의 갈비탕 국물은 물론 그 위에 얹어진 달걀 지단에서, 흐물 흐물 익은 무우에서
기름기를 말끔히 제거한 큼직하고 질좋은 갈비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그 후로 나는 밴프에 갈때마다
반드시, 꼭 그 식당에서 하이킹 후의 피곤함을 한 그릇의 음식으로 풀곤 했다.
음식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중한 매개체이므로 만드는 사람이나 음식을 대하는 사람이나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나의 음식에 대한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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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보드님 안녕하세요,
간짜장과 달걀 부침은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어서 서울의 간짜장에 튀기 듯 부쳐낸 달걀이 나오는 지 마는 지
알지 못하는데
2년전 부산에 갔을 때 제가 머문 동네 중국집에서 달걀이 얹어 나와 반갑고 정겨웠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이곳 캐나다 서부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간짜장에 달걀을 기대한다는 건
지나친 욕심 아닐까요?
달걀 하나가 뭐라고, 그 달걀 하나의 값보다도 식당 주인의 손님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그 식당을 다시 찾게 하는 길이 아닐까 싶은데요,
식당을 다니다 보면 인테리어 보다도, 맛 보다도
왠지 다시 가고 싶어지는 끌림이 있는 곳이 있거든요..
그게 바로 화룡점정격인 간짜장에 달걀부침이거늘.
정확하게 작년 7월
쟈스퍼로 캠핑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일행 중 한명이 저 아이스 캡(정확한 명칭은 Iced Cappuccino)을 사와서 먹는 걸 보고
팀홀튼에 저런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나는 그저 스몰 디카프 밖에 모르는데...ㅋ
간단한 요기를 하기 위해 Edson Tim Hortons에 들렀을 때
아까 아이스 캪을 먹던 일행이 나에게 스몰 아이스 캪을 사주며
한번 맛을 보라고 해서 먹어 보았는데...
OMG! 역시 대기업의 맛이란!!!
그 후로 저는 스몰 디카프를 제끼고
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의 맛 스몰 아이스 캪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근데 이제 여름도 다 가고 있고
카페인에 약한 저는 간혹 잠을 못 자기도 해서
‘안 먹을 결심’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클립보드님 저 정도의 요리 실력이면
굳이 비싸고, 맛과 서비스도 별로인 식당에서
외식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