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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드디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6479 작성일 2022-10-12 05:09 조회수 1910

 

어릴 때 조부모에게 위탁 됐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산골짜기에서 살았다. 할머니께서 갑자기 편찮으셔서 서울에 홀로 살던 모친과 같이 살게 되었다. 심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던 촌놈이 갑자기 깍쟁이 서울내기들과 어울리게 됐다.

 

산골짜기를 뛰댕기던 놈이 갑자기 골목길을 뛰어다니게 생겼다. 나의 첫 번째 문화 충격은 자전거였다. 웬만큼 사는 녀석들은 자기 자전거가 있었다. 산동네 살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던 애들은 동네 자전거포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놀고는 했다. 그런데 나는 자전거를 그때까지 못 타봤다.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 졌다.

 

용돈을 모아 자전거포에서 1시간 아동용 자전거를 빌렸다. 당연히 넘어졌다. 이리저리 시도해 봤지만 도저히 탈 수가 없었다. 두 바퀴로 균형을 잡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리저리 까진 무릎을 부여잡고 1시간 후에 자전거를 돌려줬다.

 

며칠 후에 또 자전거를 빌렸다. 혹시 남이 볼세라 후미진 곳에서 혼자 열심히 연습했다. 누가 뒤에서 잡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런 사람도 없었다.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또 실패했다.

 

이판사판 삼세판이다. 며칠 후에 또 자전거를 빌렸다. 한 다리를 땅에 딛고 또 한 발은 페달을 밟고서 앞으로 쭉 가다가 중심을 잃고 비틀비틀 하다가 다시 서기를 반복했다. 정신없이 자전거를 부여잡고 방황하다가 길이 갑자기 경사진 곳에 다다랐다. 자전거가 제자리에 서질 못하고 앞으로 쭉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나도 겁을 먹고 어어어 하며 핸들을 부여잡고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어라? 안넘어 지면서 쭉 내려가는 것이었다.

 

유레카! 드디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이것은 내 소년기의 엄청난 성취 중 하나였다. 이후 용돈이 생길 때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놀고는 했다. 하지만 이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들보다 성장이 빨라서 키가 커졌다. 더 이상 아동용 자전거를 빌리기 힘들어졌다. 동네 자전거포에 한시간씩 빌려주는 성인용 자전거는 없었다.

 

이후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 익힌 자전거 타는 방법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친구 하나가 집에서 쌀장사를 했는데 그 집에서 쌀 배달용 짐 자전거를 타봤다. 마지막으로 아동용 자전거를 탄지 7, 8년이 지났었지만 스무스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줄 때를 즐겁게 기다렸다. 나는 비록 내리막길의 힘을 빌려 겨우 자전거 타는 방법을 홀로 깨우쳤지만, 내 아이는 내가 뒤에서 안장을 잡아 주며 친절하게 가르쳐 줄 작정이었다.

 

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참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뒤를 잡아 줄 새도 없이 아이는 두 세 번 만의 시도 끝에 혼자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훌쩍 나가버렸다. 그저 자연스럽게, 아무런 일도 아닌 듯 지나가 버렸다. 나는 사흘이나 걸렸는데 아이는 10분도 안 걸렸다. 시련도 없고 감동도 없다. 이 순간을 혼자서 기다려온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하기사 어릴 때부터 보행기니, 세발자전거니, 킥보드니, 롤러블레이드니 바퀴 달린 장난감과 친했던 아이니 자전거도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흥! 쳇! 모든 일이 이렇게 쉬워 버리면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안 만들어 지잖아!

 

그나저나 아내는 자전거를 어떻게 배웠을려나? 장인어르신이 뒤를 잡아주셨을려나? 처형이나 형님이 가르쳐 주셨을려나? 집에 가면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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