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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자전거의 처참한 최후와 복수 혈전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6484 작성일 2022-10-14 02:22 조회수 2562

 

대학교 신입생 때 노가다 알바를 했다. 2주간 일한 후 약간의 목돈을 쥐었다. 그리고 중고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에 해박한 친구녀석의 단골 자전거포에서 중고로 싸이클을 한대 샀다. 지금도 값이 기억난다. 5만 5천 원이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나만의 자전거를 갖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싸이클이라고 하지 않고 로드 바이크라고 한다. 여튼 앞뒤에 기어가 달린 자전거 였고 바퀴가 무척 얇았다. 한동안 이 자전거가 나의 발이 되었다. 통학을 자전거로 했다.

 

문제는 자전거가 너무 약했다. 포장이 잘 된 트랙용 자전거 였는데 이걸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거나 친구 녀석이 잠깐 타고 나면 포크, 림, 스포크가 금방 휘어 버렸다. 내 용돈의 큰 부분이 자전거 관리 및 수리비로 들어갔다. 그래도 난 그 자전거가 정말 좋았다. 어디를 가든 자전거와 함께였다.

 

친구들과 시내 모처에서 모이기로 했을 때 친구 녀석들은 버스를 타고 나는 자전거로 움직였다. 내가 친구 녀석들 보다 먼저 도착하는 일이 많았다. 그야말로 그 자전거는 내 두 발이었다.

 

같은 동네에 친하게 지내던 중학교 동창 녀석이 있었다. 이 녀석은 대학을 안가고 프로 복서가 된다며 체육관을 다녔다. 이 녀석이 프로 테스트를 받을 때 내가 같이 따라갔다. 상대와 스파링을 하는데 무지 쳐맞더라. 코피를 흘리며 피가 잔뜩 섞인 침을 뱉어 대는 녀석에게

 

'야 인마, 때려 쳐라!'

 

해 줬다. 녀석은 스파링 후에 기가 죽었는지, 아니면 내 충고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후 복싱을 때려치고 을지로에 있는 인쇄소에 취직했다.

 

어느날 이 녀석이 내 자전거를 빌려갔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안돌려 주는 거였다. 한참 오르막을 올라야만 하는 녀석의 집을 찾아갔다. 나의 소중한 자전거는 그 녀석의 집 마당에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포크는 잔뜩 안쪽으로 휘어져 있었고 림은 엿가락처럼 구부러져 있었으며 여러 개의 스포크가 림에서 분리되어 덜렁거리고 있었다. 도저히 복구가 불가능할 듯 보였다.

 

이 쉐키~ 하며 녀석의 방문을 열어제쳤다. 낮잠을 자고 있는 놈의 멱살을 잡았다. 한대 칠까 하다가 그래도 한 때 복싱을 배운 놈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멱살을 놓고 '이 강아지야!' 욕설을 내뱉으며 그냥 뒤돌아 섰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자전거와의 고별이었다. 그래도 내 자전거의 최후를 목격한 셈이니 다행이려나? 왜냐하면 그 후에 내 모든 자전거는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내 첫 자전거를 그 꼴로 만든 그 놈은 그 후 나의 원수가 되었다. 몇 년 후 그 녀석이 녹즙기를 팔러 왔을 때 안 사줬다. 내 자전거의 원수의 물건을 살 수는 없으니까.

 

'녹즙기 사, 새꺄!'

 

'안 사, 새꺄! 나 녹즙 안 먹어, 새꺄!'

 

이렇게 원수를 갚아 줬다.

 

또 한참이 지난 후 녀석이 뭔가 다단계 사업을 같이 하자며 양복을 말쑥하게 입고 찾아왔다. 난 거절했다. 내 자전거의 원수와 같이 사업을 할 수는 없으니까.

 

'같이 하자, 새꺄!'

 

'안 해, 새꺄! 꺼져, 새꺄!'

 

이렇게 또 원수를 갚아 줬다.

 

이런 잡글을 쓰고 있노라니 그 놈이 참 보고 싶어지네! 그 녀석의 집도, 내가 그 당시 살던 집도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지금은 그 동네 자체가 삼성 래미안인가 뭔가 하는 고오급 아파트 단지가 되었다. 이제 녀석을 찾을 방도가 없다. 어떻게 변했을려나? 진짜 한번 보고 싶네!

 

아차차! 자전거, 자전거!

 

그러고 보니 내 첫 자전거 외에도 도둑 맞지 않은 자전거가 또 한 대 있었구나. 캐나다에 오기 전, 두 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하나는 MTB 였고 또 하나는 다혼-like 한 접이식 미니벨로였다. 두 자전거 모두 아끼던 거였다. MTB는 형님 - 아내의 오라버니 - 께 드리고 미니벨로는 캐나다까지 이삿짐으로 가지고 왔다.

 

한동안 집 근처 노즈힐 공원까지 미니벨로로 낑낑대며 올라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자전거 도둑은 전 세계에 존재한다. 아끼던 미니벨로도 결국은 도둑맞고 말았다. 한국에서부터 캐나다까지 가져온 거였는데 참으로 허무할 따름이었다.

 

최근에 아내가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동안 밖에다 묶어 놨던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캐나다에서 세 번째 도난이다. 자전거라는게 그렇다.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는 자전거는 내 자전거가 아니다. 굳이 비싼 자전거를 사지 않고 쓸만한 것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을 찾는 이유다. 어차피 언젠간 또 도둑맞을 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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