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이야기입니다.
유명 식품회사의 과자류에서 이물질이 나와서 업체에 신고하면 대부분 과자 한 박스로 합의를 보려고 든다.
여기에 합의하면, 업체는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보다 싸구려 과자박스를 뿌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피해는 계속 이어진다.
즉, 비위생적인 식품의 1차 책임은 업체에 있지만 소비자의 안이한 의식도 큰 구실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업체의 대응이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입막음용이라면 번거롭더라도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소비자의 건강 안전 확보 측면에서 현명한 처사다.
같은 상황이 식당에서도 벌어진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대부분의 식당 반응은 ‘그게 왜 거기 들어갔지’나 ‘바꿔줄게요’ 정도다. 이때의 대처법은
먼저, 자해공갈범으로 몰릴 우려가 있으므로 머리카락이 나온 경우 자기 것인지를 확인하고 디지털 카메라나 폰카로 촬영해둔다. 종업원은 업소의 사전교육에 따라 증거 인멸부터 시도할 터이므로 증거물을 강탈당할 경우에 대비한 방책이다.
협상 과정도 동영상으로 찍어두면 혹시 벌어질 모욕적인 상황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뻔한 합의조건이 ‘바꿔줄게요’인데, 주방에 가져가서 그냥 다시 내오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국밥, 탕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업소에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조건(식대 감면 등)을 제시할 때는 현장에서 합의하는 게 좋다. 추가금품 요구의 지나친 조건은 전문 공갈범으로 몰릴 수 있으니 삼가되, 다짜고짜 공갈범으로 모는 업주와는 대화가 불가능하니 관계 기관에 신고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증거자료를 퍼뜨리는 게 현명하다.
십수년 전 시장통 작은 국밥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몇 숟가락을 뜨자 바퀴벌레 새끼 댓 마리가 떠올랐다. 항의했지만 주인은 통깨라고 우겼다. 무슨 깨가 이리도 크고 다리까지 달렸냐고 해도 막무가내이던 주인은 내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얼른 손으로 건져서는 입에 털어 넣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깨 맞잖아. 고소하구먼”이라며 기염(!)을 토해 두 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의 프로 정신이라면 지금쯤은 빌딩을 올렸거나 장기복역중일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