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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속에서 트럭과 함께 살아남기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7892 작성일 2024-04-08 10:33 조회수 1053

 

몇 주 전에 미국 중북부에 혹한이 몰아닥쳤죠. 영하 40도에 근접하는 강추위로 테슬라 등 전기 자동차들이 방전되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세미트럭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디젤 연료는 혹한의 날씨에 겔화 됩니다. 물처럼 출렁출렁해야 할 연료가 꿀처럼 꿀렁꿀렁 해지죠. 그래서 연료 계통에 잘 흐르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시동이 꺼지고 운행 불능이 되죠. 회사에서 보내 준 메일에 의하면 지난번 혹한으로 백여대의 트럭과 리퍼 트레일러가 연료의 겔링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는 무사히 잘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인도인 청년과 팀 드라이빙 할 때 저희도 트럭이 극한의 날씨에 얼어붙어 토우 트럭으로 샵까지 끌려간 적이 있습니다. 수리는 별게 없습니다. 그냥 전기 히터를 사용하여 트럭 밑으로 계속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더군요. 몇 시간 후 연료 계통에 있던 끈적끈적해진 연료가 다시 흐르게 되어 저절로 수리가 됩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지침이 있습니다.

 

첫째, 윈터 프론트를 사용할 것.

 

트럭 그릴 앞부분에 천대기 같은 걸 붙여서 차가운 바람의 유입을 어느 정도 막아 주는 것입니다. 회사의 매뉴얼은 화씨 30도(섭씨 -1.11) 에서 장착하고 36도에서 제거하는 것입니다. 아주 귀찮아 죽겠습니다. 예전에 인터내셔널 트럭을 운전했을 땐 필요 없었던 작업입니다. 인터내셔널 트럭은 온도에 따라 공기 유입량을 조절하는 뭔가 장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 적절한 연료를 주유할 것.

 

디젤 연료는 현지의 사정에 맞게 첨가제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추운 지역의 주유소는 좀 더 추위에 강한 연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짐을 남쪽에서 받아서 북쪽으로 올라간다면 최대한 북쪽까지 올라가서 주유를 하는게 회사의 방침입니다. 남쪽의 연료를 북쪽으로 가져가면 추운 날씨에 100% 끈적끈적 해지거든요.

 

추운 지역에 있는 오래된 트럭 스탑에는 간혹 #1 디젤 연료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한시에는 되도록 #1 디젤 연료를 주유하도록 지시받습니다. 약간 효율은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디젤 연료에 비해 추위에 훨씬 강합니다.

 

만약 캐나다 지역을 운행한다면 Petro-Pass 라는 캐나다 회사의 주유소를 이용해야 합니다. 추운 나라답게 아주 추위에 강력한 디젤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첨가제를 사용할 것.

 

연료가 끈적해지는 걸 방지하는 여러 가지 제품이 있습니다. 트럭스탑에서 잔뜩 쌓아 놓고 팔고 있지요. 추운 날씨엔 주유할 때마다 연료 탱크에 이걸 넣어 줍니다. 냄새도 독할 뿐더러 아주 귀찮아 죽겠습니다. 화씨 30도일 때부터 사용하는게 정석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화씨 20도 정도 때부터 써도 됩니다.

 

넷째, 시동을 끄지 말 것.

 

화씨 14도(섭씨 -10) 이하에서는 트럭 시동을 끄면 안 됩니다. 혹한이 지속되면 24시간 계속 엔진이 돌아야 합니다. 잘 때도 엔진을 켜 놓고 잡니다. 리퍼는 Continuous mode 로 전환합니다.

 

다섯째, 연료통을 반 이상 비우지 말 것.

 

다른 말로, 자주 주유하라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추운 날씨에선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연료통의 연료가 소모될수록 외부 공기가 연료통에 유입됩니다. 공기에는 수분이 있습니다. 연료통이 햇빛을 받으면 내부 공기가 따뜻합니다. 외부 연료통은 무척 차갑습니다. 기름통 내부에 이슬이 맺히게 됩니다. 이런 수분은 연료통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여름엔 연료 필터가 수분을 걸러 주므로 문제가 없습니다만, 겨울엔 이 수분들이 사방에서 얼어붙어 버립니다. 결국 연료 계통이 얼음으로 막히고 트럭은 도로 중간에서 시동이 꺼져 버립니다.

 

하여간 겨울은 트럭커에게 시련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추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눈보라와 빙판길이죠. 트럭커에게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고는 눈 폭풍 속의 미끄러운 길 위에서 일어납니다.

 

트럭커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도대체 앞으로 무인 자동 트럭 운전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네요.

 

어서 빨리 이 겨울이 지나가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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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강추위 속에서 트럭과 함께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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