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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트립, 그리고 증거제시를 위한 가족사진
작성자 clipboard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4177 작성일 2011-06-16 09:47 조회수 2700
유튜브는 펌 ------------------- 13656C5A4DF9A0AA2BEB75 지금 창 밖엔 비가 내려요. sarnia 님은 또 이렇게 혼자고요.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은 원제가 Serenade to Spring 아닌가요? 근데 가사는 가을, 그것도 10 월의 어느 멋진 날을 노래하고 있군요. 사실 장거리 운전할 때는 이런 격조(?) 있는 음악은 잘 안 틀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빗방울 맺힌 저 창문을 바라볼 때 들었던 노래는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그 신사동이 강남구 신사동일까 은평구 신사동일까,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던 게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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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CF3564DF9B48310EA82 새벽 여섯 시에 출발해서 약 5 백 km를 달려 오전 열 한 시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경계선에 도착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려야 해요. 알버타주 전 지역은 산악표준시각 (MST)를 사용하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대부분의 지역은 태평양표준시각 (PST)를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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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B505A4DF9A07F24C3BA 유가가 조금만 오르면 휘발유가격은 더 높게 더 빠르게 비호처럼 솟아올라요. 반대로 유가가 내릴 때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늙은 소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내려가요. 중간에서 누군가가 가격변화와 시간차이 사이에 발생하는 떡고물을 떼어먹는 게 분명해요. 이 세상에서 도둑놈들이 두 번째로 많이 모인 곳이 국제곡물자본이고 세 번째로 많이 모인 곳이 국제석유자본이라고 들었어요. 첫 번째로 많이 모인 곳은 어디냐고요? 그냐 물론 국제금융자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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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7A33F4DF9A124145BD9 교회예요. 주택가 한 구석에 조용하고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를 위해 본당과 주차장을 개방해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동네 노인들의 댄스 파티도 열려요. 아마 다른 종교모임, 가령 아직 법당이 없는 불교 신도들이 모여 잠시 십자기대신 불상을 올려놓고 예불을 하겠다고 해도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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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32444DF9A3D40CCC3C 점심으로 중국집에서 짬짜면하고 군만두 여섯 개를 먹었는데 운전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금방 출출해져요. 그래서 다시 큰 함지박에 순대와 내장을 잔뜩 담아놓고 팔고 있는 아저씨한테 순대 1 인분을 사다가 먹으면서 갔어요. 찹쌀순대라 그런지 아주 쫄깃쫄깃하네요. 중국집에서는 짬짜면 시킬 때 짜장면대신 간짜장을 담아 오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 아주머니한테 눈웃음을 지으면서 공손하게 부탁하니까 결국 면과 볶은 짜장 소스를 따로 가져다 주었어요.

194C64444DF9A40B05411C 코퀴틀람 한인타운에 있는 갈비탕 집이에요…… 냉면 맛도 끝내주고 사리를 시켰더니 아예 냉면 한 그릇이 따로 나오더라고요. 계란과 고기만 빼고요.

175003444DF9A43E02454C 로드트립을 할 때 선스크린은 필수인 동시에 장애물이기도 해요. 로션 특유의 자극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눈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데 가끔 차를 세워야 할 정도로 눈 따가움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로드트립에서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일기예보는 계절마다 달라요. 겨울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눈폭풍과 '얼음비'에요. 여름철 로드트립에서는 토네이도와 UV Forcast 인데, 산악지역이라 토네이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문제는 자외선이에요. 출발하기 전에 일기예보에서 알려주는 오늘의 UV Forcast 를 전 구간에 걸쳐 확인. UV 예상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은 역시 Kamloops 지역이에요. 오전 11 시 45 분부터 오후 2 시 15 분까지의 UV 지수는 8.0 최대 한계노출시간 (Time of UV Max) 는 13 분 12 초라고 해요.         여름철 로드트립하기에 좋은 날은 맑은 날이 아니에요. 흐린 날이 좋아요. 햇볕이 짱짱한 것 보다는 차라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게 나아요. 자외선 문제뿐만 아니라, 맑은 날 기온이 18 도 이상 오르면 밀폐된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틀어야 해요. 온갖 종류의 날벌레들 때문에 창문을 여는 것도 어려워요. 무엇보다도 창문 열면 분위기 음악을 들을 수가 없으니까 창문 닫고 에어컨 트는 게 백 번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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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DA434DF9A5F40AEE15 산골 시골마을에도 Tim Horton 은 반드시 있어요. Hope 라는 이름의 산골마을이에요. 산세가 우리나라 설악산을 닮은 곳이라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여기도 중국인인듯한 매니저 한 명을 제외하곤 7~8 명 되는 직원들이 전부 필리핀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에요. sarnia 짐작에는 필리핀 아가씨 수 십 만 명이 캐나다 Tim Horton 과 맥도널드에서 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1334DF3E4DF9A6ED024507 산양 모녀가 나란히 앉아 있어요. 옆에 살며시 차를 세웠는데 힐끗 한 번 쳐다볼 뿐 놀란 기척도 안 해요.

2023313E4DF9A72B27EF44 하이웨이에 산양 가족이 산보를 나왔어요. 하이웨이에서 동물과 조우했을 때 행동수칙이 있어요. 절대 크략션을 울려서는 안돼요. 동물이 놀라 방향감각을 잃고 뛰게 되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늦춘 다음 천천히 접근하면 대개 비켜줘요. 일단 통과한 다음에는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에게 하이빔을 깜박여줘 진행방향에 동물이 있음을 알려 주는 게 서로간의 운전매너예요. 참고로 하이빔을 깜박여 주는 의미는 두 가지인데 ‘동물이 떴을 때’ 하고 ‘교통경찰이 떴을 때’ 예요. 차량통행이 아주 뜸한 편도차선 하이웨이에서는 아주 가끔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나게 되는데 이 때는 서로 하이파이브 하면서 깜박깜박 해 주기도 해요. 졸지말자는 격려의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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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B3F524DF9A833204112 ㅋㅋ 쟤는 산양이 아니라 산염소예요. 영어로 Mountain Goat 라고 해요.

163B59524DF9A86720FBFB 근데…… sarnia 님에게 조카손주들이 있다니까 믿지 않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니 나이에 무슨 손주냐 장난하냐 뭐 이런 말이겠죠. 그래서 이번에 아예 증거를 가지고 왔어요. 내가 가면 꼭 인사를 오는 sarnia 님의 조카며느리와 조카 손주예요. 1976 년 생이니까 올해 서른 다섯 살 이고요. 풀어서 말해 누나의 둘째 아들의 와이프와 그 아들인데 장녀인 누나와 내가 무려 열 여섯 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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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11-06-16 11:02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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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군요. 무사귀환 축하.
5번째 사진은 Mt. Robson 아닌가요? 영산(靈山)이란 생각이 들어요. native들은 그 산에서 주술적인 것을 찾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허스키 사진은 혹시 호프에서 찍은게 아닌지요?
지난번에 radium hot spring 갔더니 거긴 1.39, 지금은 좀 내려갔으려는지.

clipboard  |  2011-06-16 12:27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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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7 번 째 사진이 Mt. Robson 입니다. 허스키는 Kamloops 에 있는 그 5 번 국도상에 있는 거고요. 어제 밴쿠버 출발한 날 1.34 였구요. 주유는 호프에서 했는데 1.26 이었습니다.

하자  |  2011-06-16 15:51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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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잘봤는데요...
Hope 절대 산골 마을 아닙니다....
인구 7,000명되는 City 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동네에요...

그리고 산골은 North 로 더 올라가서 Yale 부터가 산골마을이죠...
글구 좋은곳 무지 많은데 Tim Hortons 만 찍은것이 아쉬워요..

clipboard  |  2011-06-16 16:55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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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뿐 아니라 서부캐나다 여행 포인트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여행기를 올릴 기회도 있겠지요.

이 포스팅은 기본적으로 여행지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된 여행기라기 보다는 로드트립 여행자의 느낌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일종의 포토내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자 대상도 캐나다 거주 교포가 아니고,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거주하고 있는 배낭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구요.

산골마을이란 표현은 urban 과 대비하기 위해 고안된 부정적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 절대 아니고, 지난 번 로드트립 예고편에 에드먼턴 사우스컴먼에 있는 도시 팀 호튼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산골마을 (또는 산골 큰 동네) 의 그것을 올린 것 이구요. Tim Hortons 가 호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여서 찍은 것은 아닙니다. 왕가마 갈비탕집이 밴쿠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여서 굳이 그 식당에 대한 언급에 몇 줄을 할애한 것이 아니듯이 말이지요. Hope 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제 포토내레이션을 읽고 제 글을 Hope 에 대한 사실정보로 해석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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