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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할 말이 없다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5433 작성일 2012-04-21 13:42 조회수 3960

 

글을 제외한 모든 사진과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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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4 월 21 일부터 4 월 30 일까지

이 열흘간

전 세계가 숨을 죽인 채

아시아의 동남쪽, 어느 빈국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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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자기들의 힘으로

전쟁을 끝냈습니다.

4 30 일은

단순한 전승기념일이 아닙니다.

그 날은

약자가 자기들 힘으로

전쟁을 끝낸 날 입니다.

그래서 이 날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날 중 하나로 영원히 기록될 것 입니다.

 

그 날은 단순히

한 이념이 다른 이념과 싸워 승리한 날이 아니라,

베트남이 미국을 쫓아낸 날이 아니라,

소수의 사상가들이 주도한 혁명이 성공을 거둔 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에 흐르고 있는

선과 정의를 향한 희망이 승리한 날이기도 합니다.

 

좀 다른 말로 표현하지면,

어느 용기있는 소년이 거구의 무장강도를 맨손으로 물리치고

자기의 생명과 재산,

무엇보다도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의 주권과 존엄을 수호한 것에 비견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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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뒤집히기 하루 전인 4 29 일 오전 10 51 .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사이공 주재 미국대사 그레이엄 마틴에게 비밀전문을 보냈습니다.

아메리칸 라디오 단파방송을 통해 Irving Berlin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노래가 나가면

모든 미국시민을 구역별로 집결장소에 집합시킨다는 괴상한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3 45 분.

미국대사 그레이엄 마틴은

수없이 솟아오르는 조명탄 아래 그 모습을 드러낸

불꺼진 사이공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사관 정문에 게양되어 있던 성조기를 끌어내려 

몇 겹으로 고이 접은 뒤 상자속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침통한 표정으로 그 상자를 응시했습니다.

마틴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대사관 함락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미국대사 마틴이 성조기 상자를 바라보며

마지막 회한과 감상에 젖어있던 그 시간,  

인민해방군 (VPA) - 민족해방전선 (NLF) 연합군 17 개 사단이

사이공 시를 물샐틈없이 완전 포위한 채,

마지막 숨퉁을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그 때

대사 집무실 전화 중 워싱턴 DC 백악관과 직통으로 연결된 경비전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려대기 시작했습니다.

마틴 대사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수화기를 통해 상대방의 벼락같은 고함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이봐요, 대사! 당신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요? 도대체 왜 아직도 거기서 꾸물거리고 있는거요? 당장 탈출하시오!!

마틴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고함을 친 장본인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었습니다  

포드 대통령으로부터 디렉트 오더를 받은 레이디 에이스 나인헬리콥터가 대사관 옥상에 도착했습니다.

대사는 대통령으로부터 대사를 안전하게 탈출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여섯 명의 해병대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헬기에 올랐습니다.

이 특명요원들에게는 만일 마틴 대사가 어떤 이유를 들어 탈출을 거부한다거나 지체할 경우

그를 체포해서 안전지대까지 압송하라는 부가명령까지 내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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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남중국해 해상에는

미국군 항공모함 USS Midway 가 초라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해군 제 7 함대 소속 군함 수 십 척도

지휘함인 USS Blue Ridge 를 중심으로 해상에 떠 있었습니다.

 

그 해 4 29 일 과 30 일 양일 간에 걸쳐 진행된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입니다.

미국군이 베트남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했던 마지막 군사작전은

그 이름도 유명한 The Operation Frequent Win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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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이름은 그럴싸 했지만

작전 내용은

미국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이공 대탈주극’ 이었습니다.

사이공 대탈주극은

탄손 넛 국제공항, 주변공항, 헬리콥터를 이용한 탈출, 항만을 통한 해상도주 등, 네 가지 옵션으로 계획이 세워졌었으나,

탄손 넛 국제공항이 폭격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처음부터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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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명의 순간인 1975 4 30 일 오전 9 30

인민해방군 총사령부는

사이공을 둘러싸고 각 방향에서 진군하고 있던 예하부대에게

진군을 정지하고 현위치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이 대기명령에 따라

민족해방전선 소속 최정예 향도부대는

사이공 시내 외곽에서

적탄에 맞아 찢어진 깃발을 펄럭이는 전차를 멈춰 세우고

조용히 대기했습니다.

 

미처 짐을 싸지 못한 침략자들에게

안전하게 도주할 시간을 주는 아량을 베푼 것 입니다.  

 

문서소각작전과 경비임무를 수행하던 해병대 병력을 태운 마지막 헬리콥터가

미국 대사관 옥상위로 솟아 올랐습니다.

이 마지막 헬리콥터는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대사관 옥상 위에서 한동안 떠 있다가

바다를 향해 쓸쓸히 날아갔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그 전쟁에서 미국은 

5 만 8 천 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15 만 3 천 여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은

5 천 99 명의 젊은이들이 고국땅을 다시 밟지 못했습니다.

1 만 1 천 232 명이 부상을 당했고,

약 16 만 여 명이 아직도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5 백 만 명의 사망자와 집계가 불가능한 숫자의 부상자를 남긴채

...... 그 비극적이고도 기나긴 전쟁을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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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아저씨

당신은 비록

그 감격적인 순간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 인류는 그 날

당신을 가장 큰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 가족을 대신해서

......

 

미안하다는 말

꼭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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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 년 4 월 30 일

여러분이 평화를 되찾은 그 날을 축하합니다

 

 

 

 

 

 




6           0
 
dj  |  2012-04-21 13:51         
0     0    

항상 유익한 글과 사진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님처럼 남들이 관심을 가질 그런 글을 한번 올리고 싶군요

clipboard  |  2012-04-21 19:11         
0     0    

dj 님 안녕하세요^^ 유익하게 보아주시니 고맙고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제가 올리는 포스팅이 유익하기는 커녕 사탄이나 공산당이 떠드는 소리로 오해 (?)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글은...... 남들 시선 먼저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하시고 싶은 말씀을 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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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깔끔하게 advance poll 하고 왔습니다. 참고로 전 전략투표 안 합니다. 전략적으로 흑장미회 조직원들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론과 투표자의 의사가 정확하게 통계에 반영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략투표란 극단적인 경우에 유권자들이 집단적으로 행하는 극약처방같은 것인데, 남용하면 안되겠지요.

yellowbird  |  2012-04-23 02:19         
0     0    

사진에는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이 있는데,
왜냐하면
잘 찍었다고 다 좋은 사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clipboard님의 글을
사진에 비유한다면
잘 찍은, 좋은 사진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살짝 긴장감이 맴도는 영화를 보는 듯하기도 하고,
가슴이 ‘찡’해 지기도 하는 감동까지...

그러면서 저는 기억을 아주 머언 먼 과거로 돌려
편린들을 끌어 내 보았습니다.
그땐 이런 일들도 있었답니다~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맹호부대, 백마부대등의 군가들이
운동회 때 빠질 수 없는 ‘응원가’였고,
여학생들은 학교에서 ‘파월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강요 당하기도 했는데,
저에게 어느 날 어떤 아저씨가 답장을 보내면서
제 사진을 동봉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저의 학급에 오메(오층에서 떨어진 메주^^)라는
별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소풍가서 함께 찍은 사진이 있기에
오메의 사진만 오려서 그 ‘파월장병 아저씨’께 보냈더니
다시는 답장이 오지 않더군요~ㅎ
(오메야~ 미안하다~~)

월남으로는 군인들만 파병된 것이 아니라
기술자들도 파월되었는데,
월남으로 간 기술자들이 많은 돈을 벌어 와 하나, 둘씩
신식 이층집을 짓기 시작하더니 월남村이라는
신 주택가가 형성 되기도 하고,
캬바레들이 성업중인 가운데
월남에 간 기술자를 남편으로 둔 아낙네들 중 바람이 나
제비족에게 남편이 송금해 준 ‘피’같은 돈을 뜯기기도 하고,
가출하는 사례들이 어디선가 간간히 들려 오기도 하고,
‘썬데이 서울’ ‘주간 경향’등의 잡지의 단골 기사로 게재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알록달록 촌발 날리는 긴치마를 아주머니들이 재래시장에서
사 입고 동네를 휘젓고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이름하여 월남치마..

미국이 그 전쟁에서 패배하리라고는 며느리도 몰랐고,
만약 패배한다면 당장이라도 공산화가 될 것 같은 사회 분위기에,
패전 후 결국 ‘긴급조치’가 내려졌던 생각이 납니다.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국가들의 간접피해자들 또한
베트남 피해자들처럼 집계가 불가능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비인간적 행위’라고 하나 봅니다.

덧글이 너무 길었나요..?

sattva  |  2012-05-06 15:01         
0     0    

한 나라의 욕심으로 5백만이라는 귀한 생명이 사라져 갔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도 정의의 사도라는 이름으로 온갖 나쁜 짓들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진실과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견지해야 하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Largo  |  2012-05-13 10:50         
0     0    

위의 일부
베트남전 사진들로 퓰리처 상, 로버트 카파상 등 주요 사진상을 4차례나 받은
AP 통신의 유명 종군 사진기자 호스트 파스가 향년 79세로
5월10일 (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별세했다는 기사를
인터넷 중앙일보에서 읽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전장의 참혹한 현실을 기록하면서
‘손이 떨려 필름을 카메라에 끼울 수 없었다’
‘이런 참상이 다시는 없도록 기도하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전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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