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민초해외문학상 심사평과 수상소감
해외 한인 작가들의 문단 활동이 계량적 측면뿐만 아니라 내용의 진지성에서도 국내 문단에 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느끼며, 벌써 5회째를 맞고 있는 민초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은 머리를 맞대었다.
해외동포 문학상인 민초 상이 제정된 초기에는 아무래도 미주와 중국 동포들의 응모가 많았으나 해가 갈수록 유럽과 중앙아시아 쪽의 한인 작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다 더 글로벌한 현상을 보게 된다. 앞으로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쪽의 한인 작가들에게도 이 상의 제정 취지와 응모에 대한 안내가 있어야겠다는 의견도 심사위원 사이에 오고갔음을 밝히고 싶다.
이번에 예심을 거쳐 최종 심사에 올라온 작품은 많은 공모작 중에서 세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앞서 말한 바처럼 유라시아 대륙에 걸친 나라에서 활동을 하는 교민들이 보내온 옥고였다. 모두 높은 작품성을 띄고 있었으나 최종 대상은 독일에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는 “전성준” 작가의 단편소설 “로렐라이의 진돗개 복구”에게로 돌아갔다.
“로렐라이의 진돗개 복구”는 문학 장르 중에서 가장 연륜이 짧다고 하는 소설 장르의 진면목을 제목에서부터 펼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지하다시피 문학사의 시원은 운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영웅서사시에서 시작한 문학담론은 근현대의 서정시에 이르기까지 운문이 주류였다. 이와 달리 소설 장르는 인류의 비전이 가이없이 뻗어나가던 대항해시대에 개화하기 시작하여 산업화의 물결이 마침내 인간성을 포박하는 현대에 이르면서 그 열매를 맺는다. 달콤한 소설이 없지 않지만 현대의 고전이라면 모두 신산한 모습을 담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이여기 존재한다.
이번 대상 작품제목에 “로렐라이”가 들어갈지언정 동시대 한국인이라면 하인리히 하이네의 감상적 서정시나 떠올리며 가벼운 관광객의 시선으로 그 제목을 읽어나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독 광부”, “파독 간호원”이라는 슬픈 이미지가 금방 묻어나며 그 뒤에 이어 나오는 “복구”라고 하는 참으로 촌스러운 진돗개의 이름은 그 슬픈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요소에 다름 아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작가가 내세운 “로렐라이” 이미지는 크고 넓은 세계 속의 시골 한 구석, “코리아”라는 미세 이미지의 대척점에 있는 환상의 대상물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복구”라는 촌스러운 이미지는 가난하고 못난 20여 년 전 코리언의 자화상이자 또 하나의 자아(alter-ego)일 따름이다. 여기에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거대한 셰퍼드. 삼손과 그 주인 마리오는 세계로 나아가는 코리언의 기개와 에너지에 끊임없는 위협적 존재로 엄존한다. 자랑스러운 88올림픽을 고국에서는 자화자찬만하고 있을 때, 이국땅에서 일상을 개척해 나가는 교민들에게는 “개고기 문화”의 수준이라는 서구인들의 잣대와 폄하가 짓누르고 있음을 같은 핏줄들은 상상이나 했겠는가.
소설의 이러한 얼개들이 바탕이 되면서 이야기는 대서사적 구조로 전개되어 나간다. 이제 독자들은 골리앗 같은 “삼손”과 다윗일 수도 있으리라는 가냘픈 희망 속의 “복구”가 벌일 대회전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린다. 마침내 온갖 핍진한 정황 속에서도 “복구”는 악의 화신을 통쾌하게 무너뜨리고 만다. 투견의 결과는 드디어 인간 승리를 가져오며 대 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전성준 작가는 이 작품 외에도 단편 세편을 더 보냈고 수필 한편, 연작 서사시도 한편을 보내서 그의 깊은 문학세계를 아낌없이 들어내 보여주었다. 재독 한국 문인회의 1,2대 회장을 역임한 이력도 그의 문학성과 문단 활동의 저력을 묵직하게 웅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하여 마지않기를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기대한다.
심사 위원장; 김 유 조(평론가, 건국대 명예교수-부총장 역임) 심사위원; 안 헤숙(소설가 문학과 의식 발행인) 정소성(소설가 단국대 명예교수), 허형만(시인 목포대 교수)
민초 해외문학상 운영위원회
주 : 제5회민초해외문학상 시상식은 10월 중순경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이 유식 위원장과 현지 교민 100여명이참석할 예정하에 갖게될 계획 입니다. 동 기사는 모국의 세계일보 7월 30일자 해외판의 톱 기사로 실린바가 있으며 이 유식 시인은 KBS 제일방송과 8월 5일자 국제전화로 동 민초문학상에 대한 대담에 출연한바가 있습니다.
제5회민초해외문학상 수상 소감 소설부문 (독일 전성준)
나이 칠순이 넘으면 사납게 짖던 개도 모른 척 고개를 돌린다는 말에 반기라도 들듯 나는 이곳 동포 언론지에 <나이는 한낱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만용에 가까운 자기 과시용 글을 써 발표 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소외를 당하다니 내 깐에는 잊혀져 가는 지난 날의 명성을 만회라도 하듯 통 크게 큰 소릴 쳤으나 돌아 오는 것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그 후 의기소침 시무룩하니 기가 죽어 있을 때 민초 해외동포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받았다.
예상치 못한 수상에 기쁨은 뒷전이고 내가 쓴 글에 뒷받침 하듯 때 맞춰 전해 온 기쁜 소식에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르는 고목 나무에 물이 올라 생기가 돌았다.
아직도 가능성이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자 정열이 용 솟음 치기라도 하듯 신명이 났다.
밤 늦은 시간 뜰을 산책하며 그 동안 살아 온 깊은 연륜을 기초로 창작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리고 3년 넘게 동포신문에 연재하다 중단한 연작 소설 <잊혀진 세월>을 다시 계속 집필하기로 작정했다.
이 모든 동기 부여는 민초 이유식 선생님께 있다.
해외 생활 초년에 부끄럽게 고개를 내민 졸작 <로렐라이 진돗개 복구>라는 자전적 단편 소설을 높이 사 영광스러운 민초해외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나에게 안겨주신 심사위원장 평론가 김유조 교수님 소설가 안혜숙님 소설가 정소성교수님,시인 허형만교수님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
또한 해외동포들에게 문학의 영원한 승계와 우리의 고양 문화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캐나다 동포 민초 이유식 시인님께 진심으로 경의와 감사인사를 표한다.
그리고 주변 많은 분, 재독한인문화예술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영식 회장님 이하 뜻을 같이하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문예협회원분과 함께 이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
....우리는 죽지 않고 스스로 사라져 갈 뿐이다.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 성준 제5회민초해외문학상 수상자 간단한 약력과 사진전성준 소설작가.jpg 96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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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 형님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