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국한국인회가 오는 9월15일 제7대 회장선거를 앞두고 이색적인 결정을 내려 관심을 끌었다. 미국시민권을 가진 한인도 재중한국인회 회장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있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그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회장선거에 출마한 3명의 후보 중에 한 명이 과거 미국에서 산 경력이 있고 당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었다는 것이다. 미국시민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은 자동 소멸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엄연한 미국인이다. 미국시민권을 가진 당사자는 과거 1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살면서 재중한국인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중한국인회 수석부회장까지 했으니 그동안 미국시민권이 한인회 활동에 전혀 장애가 안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국적시비가 출마 경쟁자들에 의해 일어난 모양이다.
현재 재중국한국인회 회칙에 대한민국 국적자만이 회원이 될 수 있다는 회원 자격규정이 있기 때문에 회장출마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선관위는 이 문제로 고심하다가 해당인사가 그 동안 한인회 활동을 열심히 했을 뿐만 아니라 회장이 유고시 업무 대행할 수 있는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했다는 점을 중시해 출마자격 부여를 결정한 것 같다. 회칙에 대한민국 국적자들만 회원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으니 이를 근거로 출마자격에 문제 삼을 만한 근거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2011년 2월 미국 뉴욕한인회가 회칙개정을 하면서 뉴욕일원에 거주하는 중국 조선족 동포(조선족)들을 한인회 회원으로 인정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당시 뉴욕일원에는 3만 명이 넘는 조선족 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통계가 있었다.
50년 전통을 가진 뉴욕한인회 회칙 회원 자격 조항에는 ‘뉴욕일원에 거주하는 한민족 혈통을 가진 자’를 한인회 정회원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한민족 혈통에 근거해 조선족 동포들도 뉴욕한인회 회원이 된다는 논리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뉴욕한인회가 회원의 자격기준을 혈통중심이 아닌 법적인 대한민국 국적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수많은 한인들은 뉴욕한인회 회원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2010년 기준 재외동포재단은 전 세계 한인회를 512개로 집계했다. 그 중에서 중국동포(조선족)를 한인회원으로 인정하는 한인회는 얼마나 될까?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감정 섞은 음성으로 구성지게 ‘통일의 노래’를 불러오면서도 탈북 북한 동포들을 감싸는데 인색해하고, 조선족 동포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면 우리는 ‘통일의 노래’를 부를 자격이 없다. 그 뿐 아니다. 해외에서 한인회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50년 전에 뉴욕한인회가 창립되면서 만들어진 회칙에 명시된 것처럼 한인회는 한민족 혈통을 기본 단위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한인회 모임은 대한민국 국적개념이 아닌 혈통개념, 동포개념이다. 중국에서 10여년 넘게 한인회 활동 열심히 하면서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에게 뒤늦게 미국시민권 운운하면서 시비건 다면 좀 옹색해진다. 지금까지 한인회 활동을 함께 해오지 않았는가?
미국시민권을 가진 한인들이 대거 대한민국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자문해 주는 헌법기관 평통위원으로 임명되고 있는 마당에 혈통중심의 한인회에서 국적 갖고 따지는 것은 위대한 세계한민족시대와는 역행된다.
고심한 흔적을 남기고 국적 개념을 뛰어 넘어 혈통중심의 동포 개념을 찾아낸 재중국한인회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안중근 장군, 김구 선생도 박수를 칠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한민족 혈통을 가진 탈북동포들에게도 한인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게 맞다. 물론 한민족혈통을 가진 조선족 동포들도 한인회원이 되는 것이 맞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이런 세상 아니겠는가?
<정광일 /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출처 / 월드코리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