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 늘봄님께서 영지주의 문헌을 잘 소개해 주셨고 또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저의 생각을 몇가지 덧붙입니다.
에포케님께서 진지하게 영지주의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셨는데 저의 진지하지 못한 댓글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영지주의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10여년전 한국에선 제가 무지한지 성서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서 그런지 나그 함마디 문헌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엔 해방신학이니 민중신학이니 사회학적 성서해석학이니 유물론적 성서해석학 등에 제가 경도되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캐나다 일간지 National Post의 어느 책 리뷰에서 단 한 줄로 Eliane Pagels의 책 [The Gnostic Gospels]를 보고 곧장 서점으도 달려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 담부터 페이절스 책은 거의 다 모으고 영지주의에 관련된 책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영지주의 문헌이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어떻게 이단으로 몰려 주류 기독교로부터 밀려났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문장도 평이하고 내용도 역사적인 서술과 아울러 영지주의 문헌에 대한 설명도 함께 해서 영지주의 이해와 관련해서는 가장 좋은 안내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책은 영지주의 이해를 대중화시킨 historic한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독교 신학에 기초가 없는 분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지주의에 대한 아주 초보자들에게는 Richard Valantasis의 [The Beliefnet Guide to Gnosticism and Other Vanished Christianities]를 권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이단과 정통에 대한 개념적 설명은 물론 초기 기독교의 성서연대기, 예수와 바울 당시의 상황, 다양한 영지주의 문헌들에 대한 분석을 함께 해서 영지주의는 물론 기독교개론적 시각을 준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그래서 페이절스의 책이 좀 어렵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우선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와 함께 영지주의 문헌에 열광하는 쪽으로 안 빠지려면, 역사학자인 Philip Jenkins의 [Hidden Gospels: How the Search for Jesus Lots its Way]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젠킨스는 엄청나게 해박한 역사학자로서 전세계 기독교적 상황을 깨뚫고 있는 분입니다. 특히 영지주의의 위협을 강하게 느끼는 보수복음주의자들은 이 책을 보고 안도의 숨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이와 상관없이 젠킨스의 이 책은 매력덩어립니다. 실은 제가 젠킨스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신종교 연구사라고 볼 수 있는 [Mystics and Messiahs: Cults and New Religions in American History]입니다.
본인이 영지주의자이면서 영지주의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현대에 이르기까지 추적한 책은 Richard Smoley'의 [Forbidden Faith: The Gnostic Legacy from the Gospels to the Da Vinci Code]입니다. 영지주의에 대해서 약간의 기초가 되신 분들에게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디다. 캐런 킹의 [What is Gnosticism?]은 좋은 책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좀 전문적이라고 생각되어 생략합니다.
영지주의 복음서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분은 Karen King의 [The Gospel of Mary of Magdala: Jesus and the First Woman Apostle]과 오강남 선생의 도마복음 해설서인 [또다른 예수]를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킹의 마리아 복음서는 이 복음서에 대한 해설서이기도 하지만 영지주의에 대한 개론서이기도 합니다. 마리아 복음서나 도마복음서에 대한 해설서들은 여러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저한테도 두 종류가 있구요. 시간이 있으면 해설과 영문번역을 비교해서 읽으도 좋습니다. [또다른 예수]는 잘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영지주의 문헌에 대한 첫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어떤 기인이 이미 나그 함마디 문헌을 다 번역해 놓고 그냥 집에서 제본만 뜬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사본을 제가 아는 분이 보여주시더군요. 그 분이 출판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지주의적인 성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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