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연어는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회사인 아쿠아바운티가 1989년 개발했다. 대서양 연어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왕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 외래 유전자가 작동하려면 앞부분에 프로모터가 필요하다. 프로모터는 바다뱀장어에서 얻었는데, 영하에서도 얼지 않아 GM 연어의 몸에서는 1년 내내 성장호르몬이 생산된다. 보통 연어는 겨울에 프로모터의 활동이 중단돼 성장호르몬이 생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GM 연어의 성장 속도는 보통 연어에 비해 두 배나 빠르다.
아쿠아바운티가 GM 연어의 승인을 신청한 지 10년 후인 2010년 8월, FDA는 처음으로 GM 연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이용됐을 때 문제가 없고, 환경에 미치는 새로운 위해성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1996년 GM 콩과 옥수수를 상업화한 이후 현재까지 GMO 개발에서 최강국이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의무적으로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GMO 섭취를 꺼리는 미국인들은 최근까지 표시제 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번 GM 연어의 경우처럼 강력하게 반대 여론이 형성된 적은 없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연어가 콩이나 옥수수에 비해 미국인에게 좀 더 실감나는 대상이기 때문인 듯하다. GM 콩과 옥수수는 겉으로 볼 때 보통의 콩과 옥수수와 동일하다. 하지만 GM 연어는 보통의 연어보다 몸집이 두 배나 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또한 콩과 옥수수는 대부분 가공식품이나 동물 사료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그 존재가 잘 포착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연어는 살코기 형태로 미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살아 있는 동물인 만큼 식물에 비해 환경 위해성 문제가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GM 농산물의 경우에도 수입과 운송 과정에서, 그리고 곤충과 바람에 의해 종자와 꽃가루가 일반 농지를 침투하고 있다.
만일 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는 GM 연어가 바다로 탈출한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은 농산물보다 훨씬 클 것이다.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양식장에서 탈출한 어류는 약 200만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탈출한 GM 연어는 자연산 연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자연산 연어와의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인척 어종과 교잡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캐나다 연구팀은 GM 연어가 야생 송어와 교잡해 생존력이 더욱 강해진 잡종 후손을 낳을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쿠아바운티는 GM 연어의 양식장을 철저히 관리해 탈출을 막을 수 있으며, 설사 탈출한다 해도 암컷을 불임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까지 알려진 GM 연어의 평균 불임률은 99.8% 수준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100만개 알이 한 양식장에서 자란다고 생각하면 불임에 실패한 숫자가 2000개에 해당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국내에서는 미꾸라지를 비롯한 몇몇 GM 물고기가 연구실 수준에서 일부 개발돼 왔다. 당분간 국산 GM 물고기 얘기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외국 GM 물고기는 우리 식탁에 등장할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에서는 GM 연어의 승인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 시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다. 여기서 제기된 반대의견 때문에 계속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최종 결정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가 우리에게 과제로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