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욕타임즈에 실린 사설 ‘Politicians and Textbooks’ 때문에 청와대가 발칵 뒤집어 진 모양이다.
http://www.nytimes.com/2014/01/14/opinion/politicians-and-textbooks.html?_r=0(기사전문)
‘아베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을 침략자의 외손자와 협력자의 딸로 서로 비유하며 그 두 사람 모두 ‘어두운 과거’를 양국의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에서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시도하려고 한다’ 는게 사설의 요지다.
근데 문제는 사설의 요지 따위가 아니다.
사설 집필자는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친일부역자들이 강제로 마지못해 협력한 것이라고 써갈긴 새 교과서를 승인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에 압력을 넣었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것도 시기까지 거론하면서. (They know what she did last summer)
She wants to downplay Korean collaboration with the Japanese colonial authorities and last summer pushed the South Korean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a new textbook that says those who worked with the Japanese did so under coercion.
그랬을거라고 추측은 했지만 미국언론이, 그것도 사설을 통해 못을 박아 발표한 건 처음 인 것 같다. 나는 일단 뉴욕타임즈 논설진의 정보확인절차를 믿는다. 만의 하나 사실이 아니라면 뉴욕타임즈는 그 권위와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근데 앞 문장 바로 뒤 괄호 안에 쓰여진 다음 문장이 더 시선을 잡아끈다.
A majority of professionals and elite civil servants today come from families that worked with the Japanese colonizers.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집단과 엘리트 공무원 집단이 대부분 일본 식민지 부역자 집안 출신이라는 말이다.
이 사설을 쓴 칼럼니스트는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형식적인 민주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고위공무원-재벌-보수언론이 가족으로 뭉친 혈연지배체제이며, 식민지배가 끝난지 무려 69 년이 지났는데도 계급-계층의 이합집산이 일어나지 않고 사돈혈맹이라고 할 수 있는 로열패밀리를 중심으로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봉건사회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는 박근혜를 일본의 아베 신조와 비교했지만, 다음 번에는 북의 ‘백두혈통’과 남의 ‘사돈혈맹’ 을 비교하는 또다른 칼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