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가지 물이 오르듯
부드러운
네 몸사위를 볼 적마다
춤꾼은 원래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말이
퍼뜩퍼뜩 들곤 했었는데
으뜸을 잃어버리고도
웃는 너는 썼구나
예술은 등급으로 매기는 게 아니라구
……
오늘의 이 썩어문드러진 문명을
강타해버린 너 연아야
……
얼음보다 더 미끄러운 이 현실에서
마냥 으뜸 겨루기에 내몰리는 우리들은
이제야 너의 그 미학에서
한바탕 커단 울음을 배우는구나
백기완 (통일 문제 연구소 소장)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은메달 수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김연아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흐뭇해
할 것이다.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한 이유는 집단주의 혹은 민족주의적인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주의나 민족주의가 찬양되고 고무해야 할 좋은 것은 아니
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나와 가까운 사람이 잘 되고 나의 이웃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
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심성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마음을 졸이며 김연
아의 연기를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유는 무
엇일까?
김연아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이유는 그것
단 한 가지이다.
김연아가 잘해서 금메달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신과 같은 대한
민국 사람이라는 이유 오직 그것 뿐이다.
철학적이지 않은 그냥 단순한 근거인 내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열광하며 응원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체주의나 집단주의가 잘못되어 왜곡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는 있다.
세계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것이 히틀러의 인종학살이었고 독일 사람들이 거기에 동
조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잘못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충분히 경계
해야 하고 그런 잘못된 집단주의를 배격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에서 내 나라 사람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까지 비난하는 것은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다.
단지 이 번 김연아의 은메달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서 심판
진의 배정에서 음모나 부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더 중요한 일
이라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피땀흘려 노력해 온 결실을 공정한 판정이 아닌 음모나 부정이 개입되
어 정당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은 나와 나의 가까운 혹은 나의 울타리에 속한 사
람이 부당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공정한 방식으로 정
당하게 이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 분노해야 하며 저항해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일에 분노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으면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말것이기 때문이
다.
김연아의 노력과 멋진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