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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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갔다. 30년 만이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해는 1984 년 이었다.
그 때는 배를 타고 갔다. 동양고속카페리 라는 이름의 배였다.
이번에는 비행기를 탔다. 대한항공인데, 지금 유튜브에 나오는 기종이 아니라 747-400 기종이었다.
북극노선을 날거나 태평양을 횡단했을 저 비행기가 이제는 퇴역하여 국내선을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보딩패스를 받기 위해 카운터에 다가섰다.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카운터 직원에게 목례를 보냈다.
“30 년 만이군요”
카운터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아, 제가 제주도에 30 년 만에 간다는 말 입니다”
“어, 진짜요?” (어, 진짜요? 이 말은 이 또래 언니들이 잘 쓰는 용어같다)
“네, 진짜고 말고요. 1984 년 6 월 26일 날 갔었지요” (지어낸 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와, 어떻게 날짜까지 기억하세요?”
“그냥... 세월이 오래 지나도 기억나는 일들이 있지요. 근데 언니는 1984 년에 무얼 하셨나요?”
“1984 년이요?......저는, 1990 년 생인데요.”
“아, 그렇군요. 그것 참 기막힌 우연이네요. 언니가 태어나던 그 해 5 월 16 일이 내가 이 김포공항을 본 마지막 날이었지요.(이것도 지어낸 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공항도 24 년 만에 와 보는군요. 그럼 언니 나이가 올해 스물 네 살이겠네요”
“스물 다섯 살 입니다”
“스물 다섯? 햇수나이로는 그렇군요. 어쨌든 우리가 인연은 인연입니다. ...... 근데 그건 그렇고 제가 제주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추자도와 한라산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30 년 동안 바래왔던 소원인데,, 유리창을 여러 개 사용할 수 있는 좌석으로 배정받을 수 있을까요?
잠시 후 싸르니아는 좌석번호 1A 가 찍혀있는 보딩패스를 바지주머니에 꽂고 탑승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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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싸르니아의 좌석인 1A 석
왕년에 이 비행기가 유럽과 미주노선을 다닐 때는 VVIP 용으로 블럭됐던 좌석이다.
일등석 중의 일등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등석 1B 역시 왕년에는 VVIP 석
한라산과 추자도
공식적으로 국내선에는 일등석이 운용되지 않는다. 다만 국내선 노선 중 B747-400 이 운항하는 구간이 있는데, 이 기종에는 Kosmo Suites 급 퍼스트클래스가 장착되어 있다.
맨 앞에 위치한 총 여덟 개의 이 좌석들은 대한항공측에 먼저 좌석승급요청을 하는 사람이 임자다. 다만 프리스티지 클래스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식적으로 일등석은 운용되지 않으므로 좌석승급에 따른 추가요금은 없다.
기껏 편도 50 분 정도의 비행구간에 일등석이 대단한 매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돈 내고 기왕이면 역사적인 ‘snake pit’ 에 탑승하여 날아보는 경험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일등석 문화체험이라고나 할까?
불과 3 ~ 4 년 전 이 비행기가 미주노선을 다니던 시절, 인천과 밴쿠버 왕복 일등석 요금은 약 1 만 달러, 이코노미 클래스의 열 배, 프리스티지 클래스의 2 ~ 3 배 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왕복 두 시간 정도의 여정이 조금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무료라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기내식은 물론 없고 음료서비스는 다른 클래스들과 동일하다. 그러나 사무장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탑승환영인사를 하는 일등석 서비스만큼은 여전히 제공된다.
오늘의 싸르니아 어록: 친절한 사람은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