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소 / 허영숙
파래소폭포 앞에 터를 잡은 물푸레나무
좁다란 목구멍에서 쏟아내는 푸념을 듣고 자라
잎 사이사이 내 비치는 그늘이 서늘하다
속까지 다그치고 다그쳐서
움츠려든 어떤 잎은 지극히 소심해졌다
기슭을 돌아오며 살점이 깎이고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동안
안으로 둥글게 말아두었던 말
벼랑 끝에 이르러 물은 직설적으로 쏟아낸다
그 소리를 날마다 들어야 하는 물푸레나무
희고 커다란 목소리가 넘치고도 남아
잎은 어질어질 흔들리고
밑동은 반쯤 허물어졌다
할 말 다한 물은
깊은 소(沼)를 이루어 새로 하늘을 품었다
그 속에 물고기도 키우고 바람도 키우는데
물푸레나무 빗살무늬 잎잎의 젖은 귀에는
흠집만 가득하다
물푸레나무를 보고 온 날 밤
누군가의 푸념을 듣고 나면
왜 그렇게 마음이 자주 허물어졌는지
파래소, 깊은 물색을 보고 알았다
* 파래소폭포 : 경북 울주군(蔚州郡) 신불산 소재
2006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詩集, <바코드 2010>
<시마을> 同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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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한 생각>
波來沼 폭포......
詩를 읽으니,
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詩에서 '물푸레나무'는
삶을 찾아드는 깊은 감정들의 주체(主體),
즉 화자(話者) 자신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안으로 둥글게 말아두었던 말(言)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폭포의 물소리와
그 소리에 흠집 가득한 물푸레 나무,
그리고 그 아래 깊게 고여가는 소(沼)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것들이 던져주는 질문 - <아마도 그 질문은
물푸레나무의 아픈 삶을 넘어서는 삶이 소(沼)에 녹아들어
새롭게 다시 하늘을 품는 삶을 얻을 것인가> - 에서
화자(話者)의 내면으로 응축된, 한 질문의 힘과
파래소의 깊은 물색으로 이어지는, 한 고요한 깨달음의 답(答)이
詩를 읽는 이의 가슴에 깊고 그윽한 여운(餘韻)으로
자리한다
- 희선,
<사족>
파래소 폭포는 신불산과 간월봉의 양대 줄기가 골을 만들어 북사면의 배내골로
흘러 내리는 하단부에 위치한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수량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물이 차갑고 수심이 매우 깊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폭포라 할 수 있다.
짙푸른 소의 빛깔은 푸르다 못해 검푸른 색채를 띠고 한 여름이면 찬기운이 서려서
주위에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찬기운을 느껴 추위를 느낄 정도다.
소 안에는 암반층으로 이뤄져 있어서 동굴이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아직 확인이 되고 있지 않다. 물이 떨어지는 높이는 15m정도이고 소(沼)의 둘레는
약100m 정도 된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이 폭포를 '바래소' 라고 했는데 이것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이곳에서 지내면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에 기인하여 아직 까지도 무속인들은 이곳에서 기도와 기원을 하기위해 찾기도 한다.
우기 때에는 수량이 많아 폭포 주위는 안개같이 자욱한 물보라가 일어
그 여파로 무지개가 발생한다. 이때의 모습은 가히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곤두박질 치며 내려 꽂는 폭포의 포말은 굉음을 토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모습을 묘사하여 ‘요림비폭파래소瑤林飛瀑波來沼’라 일러
<언양팔경彦陽八景의 하나>로 꼽았다.
특히, 폭포가 떨어져서 만들진 소의 중심은 수심이 깊어
옛날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끝이 닿지 않았다고 하여
이로 인한 전설이 있었다.
지금은 이 주변이 단장되어 신불산 자연 휴양림으로 조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