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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8538 작성일 2015-11-05 19:50 조회수 2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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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했을 무렵 코리아반도에서는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600 대 1 의 경쟁률을 통과한 이산가족들이 3 일간 여섯차례의 만남을 가진다는 말을 들었다. 현지언론은 감상적인 논설을 풀어대고 있었지만, 한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지구상에 이처럼 '잔혹한 행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과거에는 별 생각없이 '민족분단의 비극' 이라는 말을 사용했었다. 사실 민족분단 자체는 비극이랄 것이 없다. 같은 민족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체제 다른 국가를 만들어 따로 살아갈 수 있다. 국가란 합의된 제도와 법률에 따라 굴러가는 공동체이지 혈연이나 문화를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는 법은 없고, 반대로 혈연과 문화를 공유한다고 해서 한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진짜 비극은 따로 있다. 


이산된 가족끼리의 왕래와 교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비인도적인 제도와 체제가 남북 두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족분단의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막연하게 70 년 전 미국 국무부 서류철이나 뒤적이면서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과연 지금 이 자리에서 가족들의 재결합을 막고 있는 그 나쁜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찾아내는 것은 그것보다는 명료하고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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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은 코리아반도 군사분계선 중 유일하게 여행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투어프로그램을 통해 판문점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52 개국 국적자는 여행이 제한된다. 여행제한대상국가 국적자는 여행일 4 일 전에 여권사본을 여행사를 통해 제출해야 한다. 


대한민국국적자, 즉 내국인은 개별적으로 투어에 참가할 수 없다. 35 인 이상의 단체로 가야하는데, 먼저 여행희망일 수 개월 전에 국가정보원 콜센터 (111)에 신고해야 한다. 내국인 친구가 있는데 함께 갈 수 있는 지 물어봤다가 '불가'를 통보받고나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하는 해외 영주권자는 자기가 거주하는 국가에 주재하는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재외국민등록부 등본을 스캔하여 4 일 전 까지 제출해야 한다. 


여행제한대상국이 아닌 국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여권사용자는 비교적 쉽게 판문점 외국인 일반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외국인일반투어는 3 일 전까지 결제를 완료하면 된다. 여행당일 여권을 가져와야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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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으로 가는 외국인 일반투어는 여행사에 관계없이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출발한다. 투어는 세 가지 언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만 진행된다. 


우리 팀의 경우 영어권으로 분류됐는데, 그 중 9 명이 캐나다국적의 동포들이라 가이드에게 한국말을 섞어서 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가이드는 규정상 공식 멘트 중에는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다며 미안해 했다. 


오전 9 시 30 분, 


20 여 명의 영어권 여행자팀은 또 다른 20 여 명의 중국어권 여행자팀과 함께 한 버스로 출발했다. 영어권 여행자팀에는 캐나다 13 명, 미국 3 명, 홍콩 2 명, 독일 2 명, 가타 유럽에서 온 여행자 몇 명이 한 팀을 이루었다. 오른쪽 앞유리 상단에 '외국인관광객 탑승차량'이라는 괴상하고 불필요한 문구의 전광판을 단 우리 버스는 통일대로를 따라 북상한 지 한 시간 만에 통일교 검문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가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중국어 가이드와 영어 가이드가 번갈아 멘트를 하며 '여기서부터는 사진촬영이 전면통제된다'고 거듭 신신 당부했다. 규정을 어기는 사람이 군인들에게 발견되면 투어가 그 자리에서 취소되고 서울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검문소에는 '천하제일사단' 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붙어 있었다. 이 검문소는 육군 제 1 사단 전진부대 관할구역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단 연예인처럼 생긴 한국군 병사가 버스에 탑승하더니 탑승객들의 여권과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버스 밖에서는 미국군 전투복을 입은 중년 사내가 우리 버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한 우리 버스는 몇 분 더 달려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대한민국 정부의 행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Joint Security Area 다, 


공동경비구역이란 한국전쟁의 두 주체인 유엔군사령부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공동관할하는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의미지만, 1976 년 8 월 18 일 발생한 판문점 나무자르기 사건 이후 그 의미가 퇴색됐다. 이 사건으로 유엔사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서로 협정을 맺고 각 전쟁주체가 군사분계선 밖으로 병력을 철수해 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진정한 의미의 공동경비구역이 있다면 양측이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다섯 개의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뿐이다. 


어쨌든 우리는 남북 양측 정부의 통제권한이 미치지 않는 기기묘묘한 지역으로 들어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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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집을 통해 군사분계선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 모든 여행자들은 Visitor Declaration 에 서명해야 했다. 복장 행동 등 여러가지 규정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상대측의 적대적 행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상 사망 등에 대해 유엔사와 한국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여행자들이 서명한 이 문서는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유엔사측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투어버스가 JSA 를 벗어날 때 여행자들에게 다시 돌려준다. 일종의 판문점 방문기념 기념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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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는 지금 군사정전위 건물 북측 지역에 서 있다. 물론 군사정전위 건물은 어느 측이 먼저 들어오느냐에 따라 군사분계선에 관계없이 관할이 달라진다. 한국측 투어가 진행되고 있으면 유엔사 관할이 되고, 북코리아측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관할이 된다. 관할주체는 정부가 아닌 한국전쟁의 교전단체인 유엔사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다. 또 다른 관할주체였던 중국인민의용군은 모든 관할권을 북코리아군측에 넘겨줬다.    


만일 누군가가 저 창문 밖으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창문 밖이 바로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이므로 '월북'이 되는 셈이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콘크리트 블럭이 군사분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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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가이드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혹시 여행자들이 JSA 헌병을 마네킹인 줄 알고 만지지나 않을까 하는 거 였다. 군사정전위 건물로 들어 오기 전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 6 인치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요구도 있었다. 군사정전위 건물은 사진촬영이 허용된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였다. 촬영 허용 시간은 5 분. 헌병과의 기념촬영을 포함해서 모든 방면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쪽으로는 촬영하지 말라는 주의도 덧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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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행동은 할 수 없다. 이동할 땐 인솔자를 따라 2 열 종대로 줄을 서야 한다. 앉아서도 안된다. 북쪽을 향해 어떤 제스처도 취할 수 없다. 허용된 시간에 사진촬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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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인솔자 유X경 병장과 28 명의 다국적 여행자들 


맨 앞 줄 일곱 명 (등산재킷부터 선글래스 아줌니까지) 이 밴쿠버에서 온 캐나다 국적 교포들이다. 버스에서 가이드가 서로 소개할 때 알게 됐는데 서로 목례로 눈인사만 나눴다. 싸르니아 오른쪽 (실제론 왼쪽) 붉은 머플러 금발 할머니는 미국에서 왔다. 앞 줄에 있는 녹색재킷이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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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팀을 인솔했던 가이드 00 님이다. 정면 사진도 있지만 뒷모습만 올린다. 영어실력도 뛰어나고 특히 현대사에 대한 디테일한 지식이 인상적이었다. 


앞에서 소개한 금발의 미국 할머니는 자기 딸이 옆에서 하는 말도 못 알아듣고 what? 어쩌구 할 정도로 가는 귀가 먹었는데 신통하게도 억센 한국 액센트의 이 가이드 말은 다 알아듣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그는 성실하고 정확한 영어를 구사했다. 


캠프 보니파스에서 잠시 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요즘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끄러운데, 서로 관점이 달라 설명하는데 곤란한 점이 있다" 는 고민도 솔직하게 말했다. "양측이 공히 인정할 수 있는 팩트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되 가치가 들어가 있는 용어를 피하면 어떨까.." 하는 내 의견을 짤막하게 말했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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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에서 바라 본 돌아오지 않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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