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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월 11 일에 겪었던 이상한 일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9039 작성일 2016-04-16 08:32 조회수 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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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일본표준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표준시간은 아카시 지역을 통과하는 동경 135 도를 기준으로 한다. 

서울의 경도는 동경 127 도다. 

대한민국 영토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경도는 동경 127 도 30 분이다.

따라서 이 나라에서 돌아가고 있는 시계는 엉터리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맞는 시계가 전혀 없지는 않다. 

맞는 시계 중 하나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에 있고 

다른 하나는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에 있다. 

두 시계 모두 해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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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한 개가 있는 정동진을 찾았다. 

처음부터 그 곳에 갈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내 숙소 이비스 엠배서더 호텔에서 새벽에 잠을 깼다. 

날이 밝아오자 창 밖으로 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남산 소나무숲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언가에 홀린듯 청량리역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무작정 동해바다로 가는 기차를 집어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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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 있는 해시계는 그 화살의 그림자가 

정동진 경도 위치에 맞는 본래 자연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북극성을 정조준하는 해시계 화살촉과 지면의 각도는 그 지점의 위도를 가리킨다. 

이 지점의 화살촉과 지면의 각도는 37.412889 도다. 

따라서 정동진의 위도는 북위 37.412889 도가 된다.  

화살의 그림자는 오후 세 시 를 조금 넘고 있었다. 

내 스마트폰 시계의 한국시간은 그보다 20 여 분이 빠른 오후 세 시 삼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과 기억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준,, 정동진 시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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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박물관은 이름이 특이했다. 

시계박물관이 아니라 시간박물관 (Time Museum) 이었다. 


단순히 골동품 시계들을 진열해 놓은 곳이 아니라, 

시간과 인류의 관계사를 다룬 박물관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시간과 과학, 시간과 문명, 시간과 추억과 같은 

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들이 그 이름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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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박물관은 열차의 모습으로, 시간을 상징하는 철로 위를 거꾸로 달리면서 

우리를 기억의 저 편으로 친절하게 안내했다. 


"나' 라고 하지 않고 "우리" 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날 싸르니아에게 동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부터 함께 온 동행은 아니었다. 

기차역 바닷가 키 작은 소나무 근처에서 우연히 만났다. 


베이지색 후드재킷 안에 검은색 라운드티와 검은색 바지를 받쳐입은, 

마치 30 대 초반처럼 보이는 중년의 여자분이었다. 

어깨에 메고 있는 프라다 숄더백도 검은색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가차와 소나무라는 노래였다.  


기차역 플랫폼에서부터 박물관까지 자연스럽게 함께 걷게 됐다. 

박물관이 여덟 량으로 이어진 기차였기 때문에

전시물을 관람하는 동안 우리는 좁은 동선을 따라 함께 걸었다.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았지만 

그 분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만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내가 목례를 하며 "안녕하세요. 싸르니아 입니다" 라고 했을 때

그 분 역시 목례로 답했지만 

미소만 지은 채 자기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헤어져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제 이름은 ,, 혜린이예요, 윤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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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같은 4 월 11 일에 다시 만난 낯익은 회중시계 

나는 저 회중시계를 본 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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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전시된 그 회중시계는 2 시 20 분에 멈춰 있었다. 

1912 년 4 월 15 일 오전 2 시 20 분이라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시간이었다.   


길 가는 사람을 세워놓고 1912 년 4 월 15 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면 

열 명 중 일곱 명은 글쎄요,, 하며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저 북녘의 동포들은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그 날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주석님이 탄생하신 태양절 입니다" 

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해난사고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 날이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에서 침몰한 날이라는 걸 단박에 기억해 낼 것이다. 


4 월 14 일 밤 11 시 40 분 경부터 침수가 시작된 배가 23 도 각도로 가울어진 상태에서 

결국 두 동강으로 절단된 시간이 4 월 15 일 새벽 2 시 20 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회중시계가 멈춰선 시간 역시 2 시 20 분이었다. 

이 회중시계의 주인 Nora 는 열 번 째 구명정에 탑승하여 극적으로 구조됐다.  


2 시 20 분에 멈춘 회중시계 뚜껑 안 쪽에는 다음과 같은 애틋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To my dearest Nora. Your visit to Co. Limerick warmed my heart, 

God bless and be with you on your return to Pennsylvania. 

11.4.12 Loving mother" 

"사랑하는 노라에게. 

만나서 반가웠다. 

우리 딸 안전한 여행을 위해 엄마가 기도할게.

1912 년 4 월 11 일 사랑하는 엄마가"  


리머릭 카운티가 어디에 있나 그 자리에서 검색해 봤다. 

아일랜드 서부에 위치한 카운티였다. 

그러니까 Nora 는 아일랜드 리머릭에 있는 고향집 방문을 마치고 미국 펜실베니아로 돌아가는 길 이었다. 

어머니는 Nora 에게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문구가 새겨진 이 회중시계를 선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계에 새겨진 날짜 1912 년 4 월 11 일은 아마도 그 어머니가 딸 노라를 전송한 날 인 듯하다. 

참고로 타이타닉호가 영국 Southampton 을 출항한 날은 4 월 10 일이었지만, 

프랑스 Cherbourg 를 거쳐 아일랜드의 퀸즈타운에 기항했다가 

미국 뉴욕을 향해 다시 출항한 날은 그 다음 날인 4 월 11 일 이었다. 


퀸즈타운항을 벗어난 타이타닉호 앞에 대서양의 망망대해가 펼쳐지자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1등항해사 윌리엄 머독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Take her to sea, Mr. Murdoch. Let's stretch her legs" 

"헤이, 머독 브라더! 이제부터 진짜 바다로군. 전속력 발진" 


그러고보니 싸르니아가 이 회중시계와 마주한 날도 4 월 11 일 이었다.

104 년 전, 그 날 이 시계를 선물한 어머니도 

죽음의 타이타닉호에 승선했던 딸도 이제는 모두 타계했을테지만, 

이 시계는 그 날의 기억과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104 년 후 4 월 11 일, 싸르니아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104 년 전, 

북대서양 바다 3 천 여 미터 깊이의 차가운 해저 바닥에 가라앉았던 저 회중시계가 

어떤 경로로 이역만리 떨어진 정동진 바닷가 작은 박물관까지 와서 싸르니아와 만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볼수록 저 회중시계가 너무나 낯이 익었다. 

마치 오래 전에 잃어버렸던 물건을 다시 찾은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Nora 의 회중시계 이야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Nora 와 회중시계의 모습이 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일까?


2016 년 4 월 11 일 대한민국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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