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만지다
이글대던 한 여름의 해바라기가
꽃잎을 접는 날
해의 거리는 저만큼 물러 앉고
다 태우지 못한 속안의 열정은
까맣게 여물어 가고 있다
온 여름내 노란 색에 취하여
햇살만을 쫓던 얼굴
눈부신 방향을 뒤 따르며
고흐가 만진 귓밥은
노을이 되어 붉은 저녁의 피를 흘렸지
바람이 훝고 지나간 자리마다
아픔의 상흔은
저 혼자 꽃판에 짜넣은
촘촘한 미래의 방에
꿈을 부려놓아
손끝에 짚혀오는 가을의 점자를 만지다
한 계절의 수고가 눌러앉은 가을
여름의 등땀 말린 햇살 온도에
하늘 길 건너는 철새들의 깃털마저
차르르 기름 내려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