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버튼을 눌러 승무원을 부른 것은 아마 내 평생에 처음이었을 것이다.
40 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 객실 승무원이 "Yes, sir" 하며 다가왔다.
"모니터에 나타난 플라이트 루트가 좀 이상해서 불렀어요. 우리 비행기 노스코리아 영공을 통과하나요?"
객실 승무원이 모니터를 자세히 관찰하더니 "실제 이 지역 가까이 가면 모니터에 나타나는 항로가 변경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언하듯 이렇게 말했다.
"우리 비행기는 노스코리아 상공에 못 들어갑니다"
이렇게 말한 그는 나에게 잠깐 기다려달라고 한 후 조종실 쪽으로 갔다.
싸르니아와 객실 승무원의 대화를 들은 주변 승객들이 웅성웅성했다.
"우리 비행기 북한 간대요?"
"아뇨, 못 간대요. 좀 기다려달래요. 기장한테 확인하러 갔나봐요.
2010 년 이후 한국을 출도착지로 하는 민간여객기의 노스코리아 영공 통과가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정항로에는 그 나라 영토를 통과하는 걸로 나오니까 약간 호기심이 일어 승무원을 호출했던 것이다.
싸르니아가 비행초기부터 항로맵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우리 비행기가 통상항로보다 훨씬 북쪽으로 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밴쿠버를 출발하는 비행기는 거의 대부분 알래스카 남쪽 알류샨 열도와 베링해협, 캄차카반도, 사할린과 연해주를 거쳐 남쪽으로 유턴한 후 포항 대구 상공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이 비행기는 동부 출발 비행기들처럼 북극항로를 통해 북극해, 사이베리아, 만주지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플라이트 루트맵이 그려져 있었다.
만주지역에서는 우회하지 않고 함경북도 김책시와 평양 사이를 곧바로 남진해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예정항로가 잡혀 있었다.
잠시 후 조종실에 갔었던 객실 승무원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A4 용지 두 장이 들려 있었다.
날씨 차트와 비행항로가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한 장에는 전체 항로가 표기되어 있었고 다른 한장에는 코리아반도 지역 예정항로가 나타나 있었다.
객실 승무원이 싸르니아의 질문을 기장에게 보고하자 기장은 그 자리에서 두 장의 차트를 출력하여 그 승무원으로 하여금 질문한 해당 승객에게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기장과 직접 접촉해서 차트를 받아나온 것으로 보아 그 백인 남자 승무원이 바로 캐빈매니저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나에게 기장의 전달사항을 알렸다.
우리 비행기는 만주지역에서 랴오둥반도쪽으로 멀리 돌아 NLL 남쪽 항로를 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알아본 바로는 이런 식의 우회비행이 편당 약 4 백 만 원 가량의 추가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와있다.
기장이 싸르니아에게 제출한 전체 및 부분 플라이트 루트맵
드림라이너 787-900 의 AVOD 맵 메뉴는 좀 더 입체적인 모니터링 화면을 제공한다.
승객들은 AVOD 맵 메뉴를 통해 조종실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비행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순항속도는 477 nautical miles / hour (약 883 km / hour) 고도는 3 만 9 천 피트다.
조종사들과 각 구역 관제간의 교신청취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면 좀 더 재미있는 '참여비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