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캐나다기러기가 유난히 공격적인 이유…사실은 ‘날지 못하는 한 달’
털갈이로 비행 불가능한 시기…전문가 "멀리 돌아가고 새끼와 부모 사이 지나가지 말아야"
캐나다기러기는 매년 털갈이 시기에는 날지 못하는데, 이때는 사람들을 특히 경계한다. (사진출처=Dreamstime.com)
(안영민 기자) 최근 공원과 호수 주변에서 캐나다기러기(Canada goose)가 사람을 향해 날개를 펼치거나 쉭쉭 소리를 내며 위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러기가 본래 공격적이어서가 아니라 매년 여름 찾아오는 '털갈이(moulting)' 시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로열 서스캐처원 박물관의 척추동물학 큐레이터 라이언 피셔는 "캐나다기러기는 지금부터 8월까지 약 한 달 동안 비행에 필요한 깃털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털갈이 기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캐나다기러기는 오리류와 함께 모든 비행 깃털을 한꺼번에 잃는 몇 안 되는 조류다. 대부분의 새가 한 번에 한두 개씩 깃털을 갈아 계속 날 수 있는 것과 달리, 캐나다기러기는 새 깃털이 자랄 때까지 사실상 날 수 없게 된다.
특히 성체는 비행 깃털을 교체하고, 새끼들은 처음 비행 깃털을 키우는 시기가 겹치면서 가족 모두가 한동안 비행 능력을 잃는다.
비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사람을 대하는 행동도 달라진다.
피셔는 "평소라면 사람을 보면 날아서 피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며 "부모 기러기는 새끼들이 가을철 남쪽으로 이동할 때까지 살아남도록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에 더욱 예민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러기를 만났을 때는 가능한 한 멀리 우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부모와 새끼 사이를 지나가면 방어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공원이나 호수 주변에서 대규모 기러기 무리가 자주 목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날 수 없는 상태에서는 포식자를 감시할 수 있는 눈이 많을수록 안전하기 때문에 여러 가족이 함께 모여 큰 무리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피셔는 이를 "숫자가 곧 안전(Safety in numbers)"이라고 표현했다.
캐나다기러기는 연방 철새보호법(Migratory Birds Convention Act)의 보호를 받는 종으로, 고의로 괴롭히거나 둥지와 알을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다만 공원 산책 등 일반적인 통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털갈이가 끝나면 기러기들은 남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풀과 씨앗 등을 집중적으로 먹으며 체력을 비축한다. 대부분은 9월부터 이동을 시작하지만 일부는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까지 캐나다에 머문다.
현재 북미에는 약 700만 마리의 캐나다기러기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초원 지역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보호 정책과 복원 사업이 성공하면서 개체 수가 크게 회복됐으며, 현재는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대표적인 야생동물 보전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