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 주민투표, 임시체류자 의료·교육 혜택 축소 논란
찬성 시 최대 26만 명 영향…'3등급 주민' 체계 우려도
앨버타 주수상 다니엘 스미스가 주민들에게 제시한 10개의 국민투표 질문 중 5개는 이민자와 일부 신규 이민자들이 받는 서비스에 관한 것이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오는 10월 19일 실시되는 앨버타 주민투표에서 이민 관련 질문 5개가 모두 통과될 경우, 주내 약 26만 명의 임시체류자(Temporary Residents)가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 이용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본지 2026년 7월 11일자)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수상은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9개 문항에는 모두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이를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독립까지는 가지 않는 '제3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민 관련 질문들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임시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난민 신청자와 그 가족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료·교육 유료화 또는 혜택 박탈 가능성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주민투표 문항 2~4다.
2번 문항은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그리고 '앨버타가 승인한 이민 신분(Alberta-approved immigration status)'을 가진 사람만 의료·교육 등 주정부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할 것인지를 묻는다.
만약 이 문항이 통과되면 주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임시체류자는 공공 의료보험과 공교육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거나 의료비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3번 문항은 임시체류자가 보육비 지원, 학자금 지원 등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최소 1년 이상 앨버타에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4번 문항은 임시체류자에게 의료와 교육 이용료를 별도로 부과할 것인지를 묻는다.
주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도 외국인 학생에게 공립 초·중·고교 등록금으로 연간 최소 1만1,000달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 '3등급 주민' 체계 우려
논란은 2번과 4번 문항이 동시에 통과될 경우 더욱 커진다.
이 경우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지금처럼 무료 의료와 교육을 이용하고 ▲주정부가 인정한 일부 임시체류자는 의료·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되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며 ▲주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임시체류자는 의료와 교육 혜택 자체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주민을 세 계층으로 나누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정부는 어떤 비자를 가진 사람이 '앨버타 승인 이민 신분'에 해당하는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현재 앨버타에 거주 중인 임시체류자에게도 새 제도가 소급 적용되는지, 우크라이나 특별비자로 입국한 주민들에게도 적용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정치적 계산" vs "재정 부담 완화"
에드먼튼의 이민 전문 변호사 아브니시 난다는 이번 주민투표가 정책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질문 자체가 모호하게 설계돼 있어 주민들이 무엇에 찬성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주민투표 이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폭넓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정부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의료, 교육, 주택 등 공공서비스 부담이 커진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스미스 주수상은 앞서 "임시체류자는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머무는 사람들"이라며 공공서비스 이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난민 신청자의 의료서비스는 연방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여서,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앨버타주가 이를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민투표의 이민 관련 문항은 분리독립 찬반 논란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통과될 경우 수십만 명의 임시체류자와 가족들의 의료·교육 접근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은 이민 관련 질문 문항>
투표 질문 1
앨버타주 정부가 이민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 이민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고, 경제 이민을 우선시하며, 앨버타 주민들에게 새로운 고용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지지하십니까?
투표 질문 2
앨버타주 정부가 캐나다 시민권자, 영주권자, 그리고 앨버타주에서 승인한 이민 신분을 가진 사람만이 의료, 교육 및 기타 사회 서비스와 같은 주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도입하는 것을 지지하십니까?
투표 질문 3
모든 캐나다 시민과 영주권자가 현재와 같이 사회복지 프로그램 자격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앨버타주 정부가 비영주권 이민 신분을 가진 모든 개인이 주정부 지원 사회복지 프로그램 자격을 얻기 전에 최소 12개월 동안 앨버타주에 거주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을 도입하는 것을 지지하십니까?
투표 질문 4
모든 캐나다 시민과 영주권자가 현재와 같이 공공 의료 및 교육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앨버타주 정부가 앨버타주에 거주하는 비영주권 이민 신분을 가진 개인과 그 가족의 의료 및 교육 시스템 이용에 대해 합리적인 수수료 또는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지지하십니까?
투표 질문 5
앨버타주 정부가 앨버타주 선거에서 투표하려면 여권, 출생증명서 또는 시민권 카드와 같은 시민권 증명 서류를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을 도입하는 것을 지지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