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의 기자수첩) 자유당에 바란다 - 다수당 된 자유당
NBC. 4월20일 대국민 담화 발표하는 카니 총리
일 년 전 4월 총선에서 자유당은 여당이 되었으나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소수 정부가 되었다. 총 343석에서 172석을 확보해야 과반수가 되는데 169석을 확보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주권 위협, 관세전쟁과 경제적 압박에 맞서는 자유당은 국정운영에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 자유당은 소수당 정부로서 조기총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후 2명의 의원이 사퇴해 의석이 줄었으나 보수당에서 4명의 의원이 당적을 옮겨 자유당으로 들어왔다. NDP에서도 의원 한 명이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래도 171석으로 과반수에서 부족했는데 이번 보궐선거 3석을 모두 이겨 174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되었다. 소수당 정부가 조기총선을 치르지 않고 임기 중에 소수당에서 다수당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치적 승리의 달콤함은 잠시이고 자유당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이를 인식한듯 카니 총리는 “이제는 진지해질 시간”이라면서 생활비 부담 완화, 주택 문제 해결, 경제 프로젝트 추진 가속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의 요체는 간단히 말해서 “백성들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설의 태평성대로 알려진 요 나라의 격양가는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우물 파서 마시고 밭 갈아 먹으니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랴.” 라고 노래했다. 즉 정치란 정치의 고마움을 알게 해 주는 것보다 정치가 무엇인지조차 느끼지 않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는 것을 격양가는 말해 주고 있다.
다수당 된 자유당은 첫 번째로 연방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유류세는 휘발유는 리터당 10센트, 항공유는 리터당 4센트 세금이 부과되는데, 이를 다가오는 9월 노동절까지 유예한다. 이란-미국의 전쟁으로 호루무즈 해협이 봉쇄되어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경제 부담 완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여겨진다.
자유당 앞에 놓여 있는 대미관계 재설정
카니 총리는 20일 국민담화를 통해 미국과 관계 재설정을 강조했다.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분열되어 있다.”면서 "미국과의 긴밀한 유대관계에 기반했던 우리의 과거 강점 중 상당수가 이제는 약점으로 변했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약점들"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북미자유무역협정(CUSMA) 재검토가 예정되어 있는데, 가장 큰 현안이다. 자유당 정부는 이에 대비해 초당적으로 인재를 초빙해 대비하고 있다. 연방 보수당 대표를 지낸 에린 오틀(Erin O’Toole), 보수당 전 장관 리사 레이트(Lisa Raitt) 앨버타 주 수상을 지낸 NDP의 레이첼 노틀리(Rachel Notley)등 중량급 인사들이 초당적으로 포진해 협상력을 높이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관세 위협에 대처한다. 국가적 과제에는 당리당략보다 초당적 협력이 당연한데 이번에 구성된 대미 경제관계 자문위원회는 캐나다 경제적 이익 보호가 최우선 과제다.
미국의 상무부 관리들, 기업 파트너들 상대로 힘겨운 협상이 예상되지만 무엇보다도 협정을 진두지휘하는 트럼프가 보여주고 있는 미치광이 전략에 이성적으로 대처해 캐나다가 원하는 협상 결과를 얻을지 관심거리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통으로 그의 경제적 위상은 미국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를 단순한 정치적 대립이 아닌 북미 경제의 공동 번영이라는 경제적, 실무적 접근으로 예상된다.
또한 무역 다변화 정책으로 지난 1년동안 20개 국과 무역협정을 맺어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였고 에너지 수출도 미국을 통하지 않는 파이프라인 건설, 청정에너지 용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
대미관계 재설정에는 무역, 경제 외에도 안보가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 나토와 불화로 자유당은 강력한 국방력 강화를 시사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만큼 자유당은 독자적으로 입법, 예산편성이 가능해 나토의 GDP 2%의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 달성을 위한 국방비 증액으로 미국의 안보압박에 대비한다.
문제는 경제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는 경제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라는 선거 구호로 내걸었다. 불황이 닥칠 때마다 그 선거구호는 회자되었다. 그 당시 미국은 인플레가 국민적 관심이었고 걸프전에 따른 원료 및 상품 공급망 붕괴,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다.
캐나다가 겪고 있는 상황도 당시 미국과 다르지 않다. 최근의 인플레의 가장 큰 원인은 비용상승에 있으므로 금리정책과 더불어 공급망을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준주 사이의 무역장벽을 해소해 국내 시장을 통합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 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인플레의 주요원인인 주거비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건설 규제 완화 및 저가형 주택 보급에 더 많은 연방 예산을 책정해 서민들의 주택마련, 주거비 절감을 피부로 느끼게 해야 한다.
자유당은 작년 7월부터 소득세를 15%에서 14%로 낮춰 2인가구 기준 연간 최대 840달러의 절감 효과가 있다. 서민들의 식품 및 필수품 구입을 위해 4인가족 기준 연간 최대 1,890 달러를 지원한다.
이번 유류세 잠정 유예는 유가 상승이 물류 운송과 배달이 물가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막는 효과가 있어 운송업계는 물론이고 서민들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자유당은 4월28일 춘계 경제보고에서 구체적 물가 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거나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절대 미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통 경제전문가로서 예측가능한 경제, 물가대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