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등 외국시민권자가 한국에서 2년을 체류할 경우 ‘한국 영주권’을 받게 된다. 또 외국인이 한국에 50만 달러(약 5억원)를 투자하고 한국민 5명 이상을 고용해도 곧바로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영주권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발급받으려면 2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했다.
시민권자가 한국 영주권을 받을 경우 거주기간과 경제활동에 대한 제약이 사라져 사실상 이중국적에 가까운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 국적 동포는 예전에 한국 국적을 보유했던 외국인이거나 부모나 조부모의 한쪽이 한국 국적을 보유했던 외국인을 뜻한다.
한국 법무부는 외국국적 동포 등이 한국영주권(F-5)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22일 입법 예고했다.
현재는 F-4(재외동포) 비자를 갖고 입국해 거소신고를 한 후 2년을 체류할 수 있으나 기간이 만료되면 갱신해야 한다. 또한 취업종목도 제한되고 있다.
올 2월 현재 F-4비자 소지 외국국적 동포는 3만6000여 명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미국 2만5178명, 캐나다 5821명, 일본 366명, 호주 2093명, 뉴질랜드 776명, 독일 542명 등이다.
법무부의 이 같은 제도 추진은 지난 2006년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한국영주권’ 제도 계획안을 발표한 것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당시는 19세 이상 재외동포가 한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영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국적 포기자는 17만명으로 같은 기간 취득자(5만명)의 3배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이중국적 허용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키로 결정하고 내부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병역을 마친 내국인이나 전문지식을 갖춘 외국인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반론이 만만치 않지만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거친 뒤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방미중인 지난 15일 뉴욕동포 간담회에서 “이중국적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국적 허용은 그동안 수차례 전향적 검토가 있었지만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에 밀려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반대론자들은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납세 등 국민의무는 회피한 채 의료보험 혜택 등 권리만 챙길 경우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새 국적법에 따르면 부모가 외국에서 단기 체류하는 동안 태어나 이중국적이 된 경우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외국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만20세 이전에 한국과 외국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는 만22세 전까지, 만20세 이후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는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게끔 강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