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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성공 50%와 100%의 차이 1편 "처녀 두더지 제 짝 찾기"
1. 서론
머나먼 타국으로 이민 와 살다 보니 가끔 이민 와서 성공한다는 것이 무엇이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일반적인 “이민 성공”이란 우선 2세들을 올바르게 잘 키우는 것일 테고 또 경제적 안정과 가족의 화목을 들 수 있을 것이며 그 외 각자가 이민을 준비하면서, 혹은 이민초기에 각오했던 그리고 목표했던 일들을 달성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 이외에 내가 캐나다에서 살면서 나름대로의 이민 성공기준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건 바로 “좋은 이웃을 만드는 것”인데 흔히들 진정한 친구를 몇 명만 만든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듯이 부모,형제,친척,친구들을 떠나 모든 게 낯설고 외로운 머나먼 외국 땅에 살면서 서로를 아끼고 이해해 주고 기쁠 때나 슬플 때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형제 같은 이웃을 만들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이민 성공이 아닐까 한다? 그럼 지금부터 그런 이웃들을 찾아 떠나보자

2. 처녀 두더지 짝 찾기
나는 한국을 떠날 당시에는 이민가서는 캐나다인들과 많은 교류와 친분을 갖고 지내기를 원했었다.
이민 와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ESL학교, 직장 그리고 이웃에서 여러 나라 출신의 이민자들 그리고 케네이던들과 사귈 기회가 있었으며 좀더 가까이 지내려고 나름대로 노력도 했었고 지금은 이들중 일부와는 지금까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ESL 학교에서는 케네디언 강사들뿐 아니라 중국,인도,베트남,동유럽,아프리카,중남미등에서 온 이민자들과 오랜 시간 같이 공부도 하고 가깝게 지냈었고, 케네디언 회사에서 일할때는 몇몇 현지인들과도 가깝게 지낼 기회도 있었다.
이 외에도 아이들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작은 아이가 다니던 놀이방의 선생님들, 이웃집 사람들까지 이곳 현지인들과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네들과는 종종 야외에 나가 고기도 구워먹고 또 집에도 초대하여 식사를 같이 하거나, 혹은 한국 음식점에도 같이 가곤 했다. 여하튼 지금은 이름이 모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보았고 또 지금까지도 가끔씩 연락하고 왕래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돌이켜 보면 아무래도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끈끈한 정은 맺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같은 한국사람끼리도 마음이 잘 맞지 않으면 가까워지기 힘든 데, 하물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가깝게 되기는 힘이 들고 또 언어 외에도 문화, 관습, 사고방식, 피부색등이 틀린 상황에서는 깊은 우정을 이어가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도 최근 느낀점인데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내려면 그네들의 관심분야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케네디언들의 관심사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스포츠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아이스 하키, 미식축구, 컬링(Curling), 스키나 골프 등인데 가끔씩은 하키나 미식축구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해도 왠지 한국팀이 하는 야구나 축구경기처럼 재미있게 신이 나지 않다. 특히 (말 많고 탈 많던) 솔트 레이크 동계올림픽 마지막 날은 캐나다와 미국의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있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날 그 경기가 있는 줄 조차 몰랐고, 경기가 있던 시간에는 다른 일을 보다가 경기가 끝날 때쯤 우연히 시내를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캐나다팀이 우승을 하여 시내는 온통 난리가 났고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창 밖으로 몸을 내고 소리를 질러 내고 또 경적을 울려대며 승리를 기뻐하였다. 또 어떤 청년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고 캐나다 국기를 흔들며 거리를 뛰어 다녔다. 평소 캐나다에 살면서도 국가적인 큰 행사에 너무 무관심하게 살았다는 미안한 감도 있었고 또 결국 그네들과 가까워지기는 참 힘들겠다는건 절실히 깨달았다.

아이스 하키는 캐나다의 국기라 그런지 이네들이 하키에 갖는 애착은 대단하다. 사무실 출근하면 직원들끼리 전날 있었던 경기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어떤 친구는 퇴근 시간에 맞추어 자기 아들을 사무실로 나오라고 해서 먹을 것 준비해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스하키에 대해선 문외한이고 관심조차 없으면서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한국팀이 출전 예정인 날은 몇달전부터 력에 표시해 놓고 기다리고 또 승리했다고 날뛰며 좋아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언어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 한가지 더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직업전선에서 쓰는 영어야 그럭저럭 된다지만 그 외 휴식시간이나 회식, 파티등에서 쓰는 사교 영어는 우리 이민 1세들이 넘기에는 너무 벅찬 장애물이란 것이다.

사람끼리 만나면 마음이 잘 통하고 또 만나면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사교영어도 잘 안되는데다 사고방식과 문화, 관심사 등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그들을 즐겁게 (혹은 마음이 편하게)만들어 주는 건 거의 불가능 할테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그들이 우리와 가깝게 지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드니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있다. 현지인들을 수다쟁이들이 참 많다. 유심히 내용을 들어보면 별 중요하지도 않고 쓸 때 없는 수준의 이야기들이지만 참 말들 많이 하고 남의 말도 참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쓸때없는 잡담을 길게 하는것에 익숙치 못한데다가 그걸 영어로 표한 하는것도 서툴고 그러니 함꼐 어울리리가 참 힘들다.

이곳에 살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동유럽, 아프리카, 중남미출신의 이민자들은 영어 수준에 관계없이 이곳 현지인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의사 소통도 잘되고 농담도 잘 하고, 또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잘 하구요. 여하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이런것들을 흉내 내보려고 말을 좀 많이 해보지만,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일쑤이고, 또 어떤 때는 피해야 할 질문들을 하거나 다분히 한국적인 농담을 건넴으로써 오히려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도 가끔은 있는 것 같았다.
여하튼 몇 달전 내가 사교영어를 완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말해보겠다.

작년 가을 쯤에 유치원에 다니는 딸 아이를 픽업하러 학교에 갔다가 어느 학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그 여자는 커다란 점박이 개(달마시안)를 데리고 왔는데 하도 이뻐서 쓰다듬어 주면서 나는 이 개가 새끼를 낳은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이쪽 사람들은 개가 새끼를 낳으면 어떻게 처분하는지에 대해 갑자기 궁금해 졌기에…. )

그 학부모가 내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대략 1분 이상 걸린 것 같았다. “아 그것! 그건 말이지”라고 시작하여 “그래서 새끼를 가져본적이 없지. 알아 들었지?” 라고 말로 끝났는데 솔직히 중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통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알아 들었지?”라고 끝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하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잘 알았다고 대답은 했는데 그 순간 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정말 물 건너 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솔직히 영어 공부 한답시고 요즘도 가끔 영어책 들여다보지만 어느 세월에 내가 개의 임신에 관한 어휘나 기본 지식들을 공부할 기회가 있겠나? 또 그 분야만 공부를 한다고 모든 게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 그네들과 친하게 지내보려고 영어와 씨름하는 시간에 솔직히 마음맞는 한국인 이웃과 만나 술이나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게 그다지 길지 않은 인생에 더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백인과 결혼하여 오랜 세월 산 어느 한국인 가정주부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남편과 대화할 때 ‘집 구석’과 ‘집안’을 구분해서 쓰지를 못한다고 하면서 이런 문화, 정서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간단히 한마디로 요약해준것이다.

시야를 좀더 넓혀보자. 캐나다인들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들끼리도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케네디언들과는 잘 안 통한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자기네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 지내는 게 훨씬 편하고 즐겁다는 이야기를 그네들로부터 직접 들은바 있다 .
베트남, 아프리카, 중국, 인도등에서 온 사람들도 물론 대다수는 이곳 현지인들보다는 같은 동포들을 만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쓴다.

얼마전 한국에서 이곳을 잠시 방문한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많은 조선족 처녀들이 한국으로 시집왔는데 틈틈히 자기네들끼리 모여 회식도 갖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들었다.
조선족이라면 우리랑 같은 민족인데다가 또 많이 이질화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문화와 정서가 많이 다른 낯선 곳에서 살다보니 동향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위안도 되고 즐거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낯선 이억만리땅에 떨어져 사는 나의 진정한 이웃은 결국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는 진리를 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 비단 영어를 잘 못하는 이민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국이나 중국인 2세들의 경우도 철 없던 어린 시절에는 피부색 가리지 않고 잘 지내다가도 고등학교를 지나 성인이 되면 동양계끼리 어울린다는 말을 옛날부터 들었는데 실제 이곳에 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결국 가까워 진다는 건 언어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증명해 주는 셈이었다.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보았던 이야기 한가지가 최근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느 처녀 두더지가 같은 두더지로는 만족을 못해 더 좋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처음엔 가장 위대해 보이는 해님을 찾아갔으나 구름에 가리면 자신도 힘을 못쓴다며 구름을 찾아가라는 조언을 받게 되고…결국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은 총각 두더지였음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었다

3. 결론
나는 이 글을 통해 “현지인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것”보다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캐나다에서 살다 보면 현지인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이 있고 본인의 능력이나 노력, 의지 여하에 따라 충분히 친하게 지낼 수도 있다. 다만 마음이 통하고 서로의 의지가 될 수 있는 이웃을 만드는 데에는 외국인들보다는 같은 동포끼리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결론적으로 현지인들과 잘 교류하고 마음먹고 실천하는 건 각자의 자유겠지만 그렇다고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려 지내는 이들을 혹시라도 낮추어 생각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이겠다.
1편 “처녀 두더지 제짝 찾기” 끝




작성 :CN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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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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