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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4
 
“이 봐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싸가지가 고개를 쳐 박으며 거의 우는 소리로 답했다.

“네… 손님! 제가 말입죠… 팔꿍생이 밀 때 조금 쎄게 했긴 했는데…
정 뭐 하심 500원 까드릴 수 있는데… “

그러나 사내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나지막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 했어요?”

“네?”

사내의 의외의 질문에 새하얗게 변했던 싸가지의 대가리가 또 새카맣게 타 들어 갔다. 자기가 결혼을 했다는 건가? 싸가지 본인에게 물어 본 건가?

“겨… 결혼이라굽쇼?”

“결혼 했냐구요?”

“겨… 결혼….이라 심은….?”

이거 참 이상스런 시츄에이션이다. 보통 이런 질문은 여자가 때를 밀어주는 터키탕에서 작업 할 때 쓰는 말 아니냐고? 그래도 사내는 부드럽게 재차 물었다.

“결혼 물어 보기엔 우리 서로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나?”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아랫도리가 아직도 이렇게 훌륭하신댑쇼!”

하도 기가 막혀서인지 아님 싸가지 말이 진짜로 웃겨서인지 사내가 피식 웃는다.
사내가 웃자 적어도 얻어 맞을 상황은 아니란 판단에 싸가지도 배시시 웃는다.
등신…

“죽을 때가 되니까… 옛날 잘 못 한 일들이 하나 하나 떠오르더라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마을에 있는 성당 신부님에게 가보라 그럴까? 갈수록 태산이다. 이거 뭐 평소 이빨이라면 총열이 달아 올라 연기가 나도록 쏴대는 싸가지지지만 갈수록 댓구 거리 해야 하는 센텐스를 찾기 어렵다.

“가끔은 한판 쉬고 죽는 게 낫지유…. 광도 팔구유…”

나름대로 농담이라고 꺼내 들긴 했는데, 먹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단 던져 놓고 사내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펴보는데 반응이 괜찮은가 보다. 사내가 웃는다. 그러자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싸가지도 그 특유의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그 웃음이 나한테 캔커피 울겨 먹을 때 보다 더 입을 째 웃는다. 싸가지의 웃음이 도입을 지나 전개 쪽으로 접어 들 무렵 다시 부드러운 사내의 목소리가 싸가지 웃음을 잘라 버렸다.

“나 기억해요?”

잘 나갔는데, 분명히 잘 나갔다 싶었는데 또 막다른 골목이다. 진짜 싸가지를 아는 사람인가 싶어 조금 용기를 내어 싸가지가 사내를 빤히 쳐다 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또 갈등이다. 이거 어쩌지?

“저….”

“기억 못 할거야… 내 모습이 워낙 변해서…”

“(기겁) 그게 아니굽쇼. 기억 해 내겠습니다요… 잠시 시간 주시면
쥐어 짜서라도…”

그러나 싸가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는 심한 기침을 시작했다. 거의 뒤집어 질 것 같은 기침을 하다 끝내는 피를 토하는 사내다. 기겁을 하고 싸가지는 뒤로 나자빠진다.

상당히 많은 양을 토해내곤 간신히 사내가 정신을 차린다. 그리곤 손짓으로 겨우 싸가지를 가까이오라 까딱거린다. 벌벌 떨며 잠시 침을 꼴깍 삼키고 호흡을 고른 후 싸가지가 천천히 사내에게 다가 갔다.

사내는 크게 말할 기운이 없는지 더 가까이 오라 손짓을 한다. 싸가지는 퍼뜩 더 겁이 났다. 혹시 귀를 물어 뜯는 건 아니겠지? 전에 보니 축구 하다가도 귀를 물어 뜯는 놈도 있더구만…

항상 그렇듯 씨잘때기 없는 생각은 그 짧은 시간에도 번개같이 싸가지의 뇌리에 모여 반상회를 한다. 싸가지가 소중한 자신의 귀를 사내 가까이 대자 사내가 힘겹게 뭐라 이야기 한다. 뭔 말인지 몰라 사내의 얼굴을 평소 보다 더 멍청하게 쳐다보자 사내가 다시 뭐라 이야기 한다.

“휘…휘… 태어”

순간, 사내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욕탕 유리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천둥 치듯 들렸다. 오늘은 기겁하는 날인가 보다. 싸가지가 재차 기겁을 하고 문 쪽을 쳐다보자 우리가 평소 아는 검은 정장 깍두기 유니폼에 깍두기 머리를 한, 두 떡대가 눈알을 부릅뜨고 싸가지를 부라리다가 때밀이 탁자 위의 사내를 보고 소리 질렀다.

“김부장님이다. 김부장님 여깃다~~”

그러자 뒤쪽에서 웅성거리며 깍두기 두 세 마리가 더 튀어 들어 오고, 먼저 들어 온 떡대가 때밀이 탁자 위에 있는 사내의 멱살을… 잡으려다 입은 게 없어서 어깨를 잡고 상태를 살핀다. 그러나 테이블 위의 사내는 이미 축 늘어진 상태다. 떡대는 당황한다.

“김부장님~~ 김부장님~~…”

떡대가 잠시 생각하다가 방금 사내가 축 늘어지기 전 싸가지 귓가에 뭔가 속삭였던 것이 생각나 싸가지 멱살을… 잡으려다 입은 게 없어 모가지를 휘어 잡고 소리 질렀다.

“방금 모라 그랬어?”

오늘 왜 이러니? 싸가지는 죽을 맛이었다.

“예? 저 아무 말 안 했는댑쇼?”

“그게 아니라 방금 이 사람이 뭐라 그랬냐구?”

“그게요… 제 귀에 대고…”

“귀에 대고 뭐?”

“귀에 대고… 뭐라 했는데…”

“그러니까 뭐라 그랬냐구?”

“그게… 뭐…뭐라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뎁쇼?”

“뭐 이런 새끼다 다 있어? 너 죽고 싶어?”

싸가지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이었다. 죽고 싶냐고 묻는다. 뭐라 또 대답해야 할까?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사실대로 말해야겠다. 싸가지가 거의 우는 소리로 대답했다.

“죽고 싶지 않아유~~”

여기서 한가지, 싸가지는 상황에 따라 전라도 사투리와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즉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서 쓴다. 주로 죽는 소리 할 때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데 아마도 죽는 소리 할 때 음율이 충청도 액센트와 하모니를 더 잘 이루나 보다.

어쨌든 일생일대의 위기의 순간 떡대의 다음 대사를 기다리는데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떡대들은 도망치려 난리를 치다 하나 둘씩 제압 당하고 급기야 싸가지에게 눈알을 부릅떴던 떡대도 수갑이 채워져 밖으로 끌려 나가며 싸가지에게 소리 질렀다.

“너~~ 도망 갈 생각 마 너 죽어~~”

위기는 계속 이어지려나 보다. 또 죽는단다. 싸가지는 죽는다는 말이 떠오르자 후딱 테이블 위의 사내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는 사내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다가 때 마침 119 구조사들이 들이닥쳐 싸가지의 탐색 작전이 멈춰졌다. 잠시 사내의 호흡을 체크하던 구조사들이 심각한 얼굴로 무전기에 대고 소리 질렀다.

“맥박 없고 동공 열렸어!”

“CPR!!!”

먼저 들어 온 구조사가 사내의 몸 위로 올라가 가슴을 누르는 심폐 소생술을 하고 곧이어 이동 들 것이 들어와 사내를 들 것에 옮긴다. 옮긴 후도 계속 심폐 소생술은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욕탕은 금새 언제 사단이 일어 났냐는 듯 고요한 적막 속으로 다시 젖어 든다.

싸가지는 털퍼덕 욕탕 벽에 기대 퍼져 앉아 한숨을 고른다. 이게 뭔일디야? 잠시 낮잠 자다 꾼 꿈인가? 꿈은 아닌데… 그러다 방금 전 형사에게 끌려 나가며 자신을 죽여 버리겠다고 소리친 깍두기 생각에 오금이 저려 온다.

어찌 된 일일까? 싸가지는 단지 언제나처럼 때를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깍두기들이 찾아와 한 놈은 때를 밀어 달라하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고 다른 놈들은 싸가지를 죽이겠다고 한다. 거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피를 토한 사내의 얼굴은 처음 본 얼굴이다. 싸가지의 눈에 때밀이 탁자 위의 흥건한, 무시무시한 핏자국이 들어 왔다. 몸서리쳐진다.

걸레를 집어 들어 핏자국을 닦으려다 걸레에 피가 묻을 걸 생각하니 닦지도 못 한다. 싸가지는 떨리는 손으로 호스를 연결해 탁자 위로 물을 뿌린다. 새삼 더 을씨년스레 보이는 욕탕 바닥으로 시뻘건 핏물이 흘러 내려 간다. (다음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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