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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22
 
19

싸가지는 마치 30년 전으로 돌아 간 기분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때 잃어 버린 아이가 지금 저 비린내 정도 되었을 것 같다. 반말하고 기어 오르긴 해도 잃어 버린 아들 놈 생각을 하니 비린내 이 놈…더 정이 간다.. 거기다 입양으로 해외에서 고생 했다니 더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놈이 사고 쳐서 처자를 데려다 놓았으니… 며느리 같은 느낌도 들고… 살다 보니 별 일이다. 진짜 별 생각을 다 한다고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쳐 보지만 어뗘랴? 생각만 하는 건데… 생각만 하면 되지 뭐…

“샥시?”

여긴 싸가지가 소개 해 준 백마 재봉사 재봉실이다. 10평도 안 되는 조그만 사무실에 규원이 열심히 재단을 하고 있고 옆에서 흐뭇하게 쳐다 보고 있는, 쑥탕에서 물 방구 뀌는 수봉이도 보인다. 역시 규원이 반갑게 싸가지를 맞이 한다.

“아저씨?”

“워뗘 일은 할 만 혀?”

들어와서 인사도 안 하는 싸가지에게 주인 수봉이가 쨉을 잽싸게 날린다.

“아니… 사람 맡겨 놓더니만 인자는 아는 체도 안 하는 겨 시방?”

“너 아는 체 해서 뭐가 나오냐? 방구나 뀌는 놈을…”

“나 참… 좃씨 소개라 해서 기대 안 했는디…
이 처자 물건이다… 솜씨 좋고 빠르고… 잉”

“거 발음 좀 살살 할 수 읖냐?
글고.. 내 주위엔 진국만 있어서 항상 설설 끓는다 왜?”

“터졌다… 청산유수여.. .청산유수…”

“어쩐 일이세요?”

“요거 요거…”

싸가지가 가지고 온 더덕과 도라지 봉투를 들고 흔든다. 그러다가 친한 척 바짝 다가가 수봉이 못 듣게 속삭인다.

“이거시… 더덕하고 도라진디… (귀에 바짝 대고) 임신부한테 무자게 좋은 겨…
가져다 무쳐 먹어…”

“정말…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요… 그럼.. 얼마에요? 돈이라도 드릴께요
저 벌써 재단비 좀 받았어요”

“돈?”

순간 본능적으로 싸가지 비상 빳데리가 작동해 486 컴퓨터가 힘차게 돌아 가기 시작했다. 가만 있어 보자 시장에서 더덕, 요거 보니까 한 500g, 그리고 도라지가 좀 많으니 한 800g… 시장에서 팔면 두 개 합쳐 한…. 5만원?
그래 그럼… 오 만원만 줘 소리가 입에서 튀어 나오려다 잽싸게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 막는 싸가지다. 그래.. 불쌍한 처자인데… 그냥… 안 받…… 을 수는 없고… 비린내에게 받자… 그람 되는 겨…

“어허… 날 뭘로 보고 그러는 감?
내가 이런 거 가지고 돈 받을 사람 같혀?”

그러자 더 놀란 건 수봉이다. 이 인간이 미쳤나?

“어머.. 어머… 좃씨… 혹시… 어디 아픈 겨? 얼마 못 산디야?”

“이건 뭔 또 강생이 똥꾸녁 핥아 먹는 소리여?”

“참.. 내… 저~~엉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좃씨가 돈을 마다 햐? 어이고… 동네 잔치 한 번 열어야 쓰것구먼…”

“잔치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욕탕 와서 때나 밀어라… 천원 깎아 줄텡게..
추자분스럽게… 이게 뭐냐? 냄새도 나고…”

“냄새?”

수봉이가 기겁을 하고 자신의 몸 냄새를 맡아 보는데 규원은 두 사람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 하고 있다.

“나 가네…”

“미쓰 리… 나 냄새 나?”


20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연준은 전에 봤던 경찰서 반장에게 전화를 했다. 괜한 남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는 듯 해 조금 망설였지만 규원이 이미 싸가지 마을로 와 있고 언제 또 규원의 양부가 찾아 올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는 접근금지 신청도 가능한데… 그것도 물어 보고 싶고 또 왠지 규원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접근 금지요?”

의외의 이야기를 들은 듯 형사 과장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Just in case, 만약을 위해서요…”

“그거야…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 신청을 하면 심사 후 격리조치,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등을 명령 할 수 있고요…
최대 6개월 신청 후 필요 시 2개월씩 연장해서
2년 까지 연장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알아 봐 드릴께요… 그 보다도…
이규원씨하고 어떤 관계이십니까?”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무슨 관계라니… 무슨 관계일까? 그냥 단순히 불쌍해서 도와주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연준이었다. 그런 관계를 한국말로 뭐라 해야 하나?

“남자친구 십니까?”

“네? 그… 그게 아니고…”

“휴~~ 잘 좀 돌봐 주세요… 착하고… 불쌍한 아입니다…
인간 쓰레기 같은 양부를 만나서… 경찰서를 하도 들락거려서 제가 잘 압니다”

“그 양부라는 사람은요?”

“마약 전과자 입니다. 쓰레기지요… 돈이라면 뭐든 하는…”
그거 알아요? 그 날도 동생들 때문에 규원이가 먼저 양부를
찾은 겁니다”

“동생들이요?”

형사 반장이 들려 준 이야기를 들은 연준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어찌 인간이
그리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어릴 적 일찍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된 규원과 어린 두 동생 채원과 지원은 친척집
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한다. 그나마 친척집도 사정이 안 좋아서 이 어린 친구들
은 고생스런 눈치 밥을 먹어야 했고 규원은 의무교육 혜택 받을 수 있는 중학교
까지만 마치고 봉재 공장에 취직해 두 동생들을 돌보았다.

그런데 친척집 어른이 어렵다는 이유로 세 아이를 지금의 양부 양모에게 맡겼는데 그 집은 알다시피 개차반 양부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집안 살림이 날아 다녔고 급기야 규원이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타야 했던 양부가 다시 아이들을 데려 갔고 아이들과 규원에 대한 학대는 더욱 심해져만 갔다. 규원은 법적 성인 나이 19세가 되자 독립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따로 살았는데 아마도 그 시기가 그나마 규원과 아이들에게는 짧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잠시 폭력과 술에 찌든 양부를 피해 마누라도 도망가 버리고 돈이 필요했던 양부는 아이들 학교를 찾아 내어 아이들을 다시 데려가 버렸다.

법적인 보호자였던 양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규원에게 돈을 달라 협박을 했고 규원은 자신에게 끈질기게 추근대던 재봉 공장 아들과, 양부에게 줄 돈과 아이들을 계속 돌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조건으로 결혼 했다.

그런데 돈을 들고 양부를 찾아 갔는데 양부는 규원의 돈을 받고도 아이들을 내 주지 않았다. 이미 아이들을 돈을 받고 어디론가 넘겨 버렸던 것이다.

규원은 반 정신 나간 상태로 아이들을 찾아 다녔고 규원의 이름으로 양부가 얻어 쓴 대출금이 밝혀지고 거기다 더한 양부의 행패 때문에 임신한 상태로 공장 아들에게도 이혼 당하고 말았던 것…. 그 와중에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 갔다는 양부의 비아냥에 급기야 목숨을 끊으려 하다가 연준을 만나게 된 길고 긴 사연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연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대한민국? 개나 줘 버리라고 해!
어찌 3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단 말인가?

한강의 기적이니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강국이니 떠들어대지만 이기적으로 즐기다 아이 낳아서 학대하고 버려 버리고 하는 개 같은 경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퍼킹 코리아!! 퍼킹 대한민국!! 퍼킹 한국의 이 더러운 어른들….

기사 등록일: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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