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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슈> .....연재 칼럼)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13/20) ,, .글 : 어진이
 
글 발표일 2004년 4월 20일

때는 1975년 11월, 장소는 캐나다 토론토였다

“오빠, 순진이 큰언니가 다음 일요일에 자기네 집에 오라는데…”
“야~ 아직 단둘이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왜 하필이면 집이니?”
“어때~ 가족들이 오빠를 보고싶어 하는데”
“그렇지만 서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
“내 생각엔 감이 좋은데?”
“……”
“오빠, 떨려?”
“떨리긴…”

순진이는 큰언니의 집에서 함께 산다고 했다. 사업을 하는 언니네 집에 거하면서 집안살림을 도맡아 한다고 했다. 언니네는 아들만 넷이라고 했다. 게다가 사람 불러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형부 때문에 주말마다 손님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쉽진 않겠네!’

‘까짓거 못 갈것도 없지.’
한번 부딪쳐 보기로 했다. 생각같아서는 둘이서 몇번 만나보고 어느 정도 마음이 결정되면 가족들을 만나 보고 싶었지만 순진이네가 나를 직접 만나 보겠다고 하니, 사내녀석이 치사하게 꽁지를 숨기기도 그랬다.
‘에라, 잡아 먹기야 하겠냐!’
가겠다고 연락을 해놓고 기다렸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주말이 다가오니 쫄아들기 시작했다.
‘그냥 둘이서 만나 볼껄!’후회를 해 보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순진이의 언니네 집에 가는 날.
“야~ 뭘 사가지고 가지?”
“글쎄~”
“처음 가는 집인데…”
“……”
“잘 보일려고 애쓸 것도 없지만, 밉게 보일 필요도 없잖니?”
“맞어, 과일 사갈까?”
“과일보다는 꽃을 사가는게 어때?”
“그래~, 그게 좋겠다.”

한인교회들은 카나디안 교회를 세를 내서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대부분 오후에 예배를 드렸다. 그래서 예배 후에 집에 오면 오후 3~4시가 됐다. 대개는 아점을 먹고 교회에 갔다오면 배가 몹씨 출출했다.
“우리 뭘 좀 먹고 갈까?”
“오빠,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좀 참아.”
“그래도 6시까지 기다릴려면 힘들잖아.”
“에~이~ 그래야 맛있게 많이 먹지.”
“배고픈데…”
“글쎄~ 참으라니까!” 참기로 했다.
‘그래야 초대받은 집에 가서 실례를 안하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이 제일 예뻐 보인다는데 초장부터 점수 깍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꽃집에 들려서 꽃을 한 다발 사들고 순진이의 언니 집으로 갔다. 집이 어머어머했다. 순진이의 형부는 한인 동포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했다. 주유소겸 세차장을 가지고 있었고 객실이 20개 정도되는 Motel도 경영한다고 했다.
‘와~ 굉장하네!’
집에 들어서니 순진이의 언니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진이입니다.”
“어서 오세요. 아니~ 웬 꽃을 이렇게 많이… 고마와요.”
집의 크기와 반짝이는 가구들이 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후즐근한 아파트에서 사는 내게는 딴 세상에 들어 온 것 같았다.
‘살려면 이 정도는 해 놓고 살아야 하는데…’

순진이는 수줍은지 인사만하고는 부엌에서 바빴고, 순진이의 작은 오빠와 셋이서 응접실에 앉아 있었는데 영~ 불편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순진이의 형부되는 사람이 들어 왔다. 어쩌면 손위의 동서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진이입니다.”
“……”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힐끗 쳐다보더니, 악수도 하지 않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기분이 팍 상할려고 했다.
‘아~니~ 최소한 악수를 하면서 “반갑습니다”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냐?’

조금 있다가 형부되는 사람이 응접실로 왔다. 난 다시 일어나서 형부가 소파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았다. 최대한의 예의를 지켰다.
그런데 대뜸한다는 말이
“뭐 하슈~?”
‘아무리 손 아래 사람이긴 하지만 좀 심한데~?’
“네~ ㅇㅇㅇ 연구소에 다니고 있습니다.”
“직장은 괜찮구먼…”
속이 불편해져 오고 있었다.
‘내가 괜히 온 것 같구나!’
‘어진아, 참아라 참어. 그리고 계속 웃어라 응?’
‘지금 내 얼굴이 어떤 모습일까?’

“여보, 저녁 잡수세요” 순진이의 언니가 응접실에 들어서며 말했다.
‘어휴~ 이제야 저녁을 먹게 되는구나!’
형부는 일어서고 있었고, 나도 막 엉덩이를 일으킬려고 하는데 언니가 다시 말했다.
“어진씨, 여자집에 처음 온 날은 음식을 대접하면 혼사가 안된데요.”
“……”
“얘~, 네가 모시고 나가서 저녁을 대접해 드려라.” 작은 오빠에게 말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뭐 이런 놈의 집구석이 있어! 사람 약을 올리나?’


은경: 어라? 이야기 전개가 희한하게 가는걸요? 일주일에 하나씩... 너무 감질나는데...ㅠ.ㅠ

Catherine: 어진님의 글을 읽으면 마치 소설을 읽는것 같아요. 다음회가 기다려지는 연재소설... 은경이언니 글은 꼭 말하는것 듣고 있는것 같은데... 두분다 책내셔도 될것 같네요



기사 등록일: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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