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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일곱번째): Allan 글 작성일 : 2005-3-9
 
 
1981년 6월

화창한 초여름의 날씨! 날씨가 좋아서 인지 꼬마들이 놀이터에서 떠들며 놀고 있었다.
“좋구나~ 날씨 한 번 조~오쿠나~!”
집에 들어서니 구수한 생선찌개 냄새가 식욕을 돋구었다.
“조~오쿠나! 날씨도 좋고, 찌개냄새 좋고……”
“이런 보금자리가 있는게 좋고, 단란한 가족이 있다는게 조~오쿠나~!’
둘째 찬이가 아장아장 걸어 와서 팔을 벌렸다.
“에이구 내 새끼” 애비라고 걸어와서 팔을 벌리는 아들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싸~악 가시는 것 같았다.

“여보, 가서 진이 좀 데려오세요”
“알았어. 놀이터에 있겠지?”
“그럴거예요”
“찬아~, 가서 형아 데리고 오자~” 둘째를 안고 놀이터로 향했다. 찬이는 좋아서 벙글거리고 있었다.

꼬마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이 어딜 갔지~?’
“Have you seen Jimmy?” 옆에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녀석은 아무 소리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놀이터에서 좀 떨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를 가르키고 있었다. 녀석의 손가락을 따라서 눈길을 돌리니, 나무 밑에 진이가 혼자 앉아 있었다.
‘아니, 저 녀석이 왜 혼자 앉아 있어?’
가까이 가서 진이의 얼굴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였다.

“ 야~ 너 여기서 왜 이러구 있어?”
“아~앙~~” 진이는 나를 보는 순간 목을 놓고 울음을 터트렸다.
“왜 이래? 진이야~ 왜 이래?”
“쟤가 때렸어~~” 진이의 얼굴은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순간 가슴이 꽈~악 막혔다. 하얀 아이들 틈에 끼어 있는 단 하나의 동양아이! 같이 끼어서 잘 놀지 못하는 것도 서러울텐데, 얻어 맞기까지 했다니…… 진이가 가르키는 쪽을 쳐다보니, 진이보다 두살 정도 더 먹어 보이는 녀석이 우리 쪽을 쳐다보며서 혀를 낼름 입밖으로 내밀었다가 집어 넣고 있었다.
‘조~오 놈이구나!’ 얼굴이 개구쟁이 처럼 생겼다.

“에이구 조놈을 그냥~”
“참자 참어!” 속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진아, 일어나, 집에 가자” 눈물을 딱으며 일어나는 아들이 너무나 애처러워 보였다.
‘아이들이 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애써 태연한체 하려고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둘째를 안고, 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한 15 미터쯤 걸었을까? 갑자기 진이가 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얼른 진이를 쳐다보니, 진이는 다른 손으로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고, 꼬마녀석 하나가 달아나고 있었다. 진이를 때렸던 녀석이 이번에는 진이의 엉덩이를 걷어 차고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순간 피가 꺼꾸로 치솟는 것 같았다.
“저 시끼를 그냥~!”
‘아~니 어떻게 생겨 먹은 시끼야! 아주~ 망종이네!’
‘쫓아가서 귀싸대기를 후려쳐?!’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화가 나다 못해 울고 싶었다!

“여보, 진이 얼굴이 왜 이래?”
“……”
“울었어?”
“……”
난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얼굴을 씻겨 주었다. 그리고 진이를 가만이 안아 주었다. 난 속으로 울고 있었다.
‘내가 내 아들 진이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맛있는 생선찌개가 입에 썻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온통 고 못된 녀석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내 상상 속에서 녀석을 흠씬 두둘겨 패는 내 모습을 보면서 화닥닥 놀랐다.
‘이러면 안 돼는데! 이러면 안 돼는데!’
녀석이 그렇게 미웠다. 정말 미웠다. 녀석은 윗층에 사는 Allen이라는 아이였다.

몇일 밤, 잠을 설쳤다. 잠을 잘려고 눈을 감으면 눈물에 범벅이 된 진이의 얼굴과 진이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 차고 달아나던 Allen의 얼굴이 떠올라 속을 썩혔다. 전에 어떤 사람이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욕을 보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식이 남에게 욕을 당하는 것은 못 참는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났다. 자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일 주일쯤 지나서 진이를 데리러 놀이터로 갔다. 꼬마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노는데, 그 중의 한 아이가 팔이 부러졌는지, Cast를 하고 붕대로 감아서 팔을 목에다 걸고 있었다.
‘어떤 아이가 팔을 다쳤나?’ 멀리서 보니 정확치는 않은데 Allen 같았다.
‘올커니~! 시끼가 못 되게 놀더니 팔이 부러졌구나!’
‘고거 쌤통이다!’ 속이 쌔완해 하면서 놀이터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팔을 다친 아이를 다시 한번 쳐다보니 Allen이 아니였다.
‘괜히 좋다 말았네!’ 진이를 데리고 집에 오면서 속이 편치 못했다.
“결국은 Allen이나 나나 별반 다를게 없네!” 혼자 중얼거렸다.

‘설사 내 아들을 못 살게 구는 녀석이긴 하지만, 철없는 아이를 내가 이렇게 미워해도 되는건가?’
‘그래도 내가 명색이 주일학교 선생인데…!’
‘주일마다 가장 고상한 얼굴을 해 가지고 아이들에게 아동설교을 하는 내가 아닌가!’
‘이러면 안돼지! 이러면 안돼지!’
잠시 동안이나마 Allen의 팔이 부러진 줄 알고 고소해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다 그러면서 크는건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Allen을 미워하는 마음을 빼어 버리기로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Allen을 만나면 “Hi Allen!” 하며 활짝 웃어 주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Allen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기도하기로 했다.
“하나님, 철없는 아이를 그토록 미워 했던 못난 저를 용서해 주십시요”
“진이가 카나다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게 해 주십시요. 이땅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요”
“Allen이 착한 아이가 되게 해 주십시요. 남을 괴롭히는 아이가 아니라, 남을 돕는 아이가 되게 해 주십시요”
“아직도 밉지만 Allen을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게 해 주십시요. 그리고 녀석을 사랑하게 해 주십시요”
간절히 기도했다.

다시 두 주일쯤 지났다. 마음을 바꾸어 먹어서 그런지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진이도 전처럼 명랑하게 아이들과 어울려서 잘 놀았다. 직장에서 돌아오니 아내가 말했다.
“여보, 놀이터에 가서 진이를 좀 데려 오세요”
“알았어” 놀이터에 가보니, 진이가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또 어디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놀이터 근처를 아무리 찾아 보아도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 혹시…’

가끔 꼬마들이 2층 복도에 모여서 노는 것을 보았기에 2층 복도를 찾아 보기로 했다. 이상하게 Allen이 사는 2층 복도에 먼저 가 보고 싶었다. 복도에 들어서니 복도 끝에 서너명의 꼬마들이 모여 앉아서 Popsicle을 먹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중의 하나가 진이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옆에 Allen이 앉아 있는게 아닌가!
“진이 여기 있었구나!”
“아빠~”
“Hi Allen!” 결심한 대로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Hi~” 녀석이 미소를 지었다.
‘요렇게 귀여운 녀석이 그렇게 못 되게 놀았단 말야?’ 믿어 지지가 않았다.

“진아, Popsicle을 누가 줬니?”
“Allen이 줬어”
“뭐야? Allen이?”
“엉~”
“Allen, thank you for the popsicle”
“You’re welcome’ 녀석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Allen, see you tomorrow” 진이가 고사리 손을 흔들었다.

진이를 데리고 나왔다.
‘거~참~!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알다가도 모르겠네!’
‘고렇게 귀여운 녀석을 두둘겨 팰 생각만 했으니… 나도 참 한심한 놈이군!’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 주신거야!’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여보, 빨리 밥줘. 배고파”
“당신 뭐 좋은 일 있어요?”
“왜?”
“당신 목소리가 그렇게 들려요”
“그래? 오늘 기분 차~암 조오~타!”
오래간만에 맛있는 저녁을 온 가족이 함께 먹었다.
‘이렇게 좋은 것을……’

“하나님, 감사합니다”



꼬리글: 참 신기했다! 그 후론 진이는 항상 Allen 곁에 붙어 다니며 놀았다. Allen도 진이를 동생처럼 잘 데리고 놀았고. 그렇게 미웠던 Allen이 점점 더 예뻐 보였다. 도저히 진이의 엉덩이를 차고 달아나던 녀석이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Allen은 9월 학교가 시작하기 두주 전에 이사를 갔다. 직장에서 돌아 오니 마지막 이삿짐을 실고 떠나고 있었다. 진이는 많이 섭섭해 했다. 이젠 진이가 결혼을 했으니, Allen도 결혼을 했는지 모르겠다. 애 아버지가 됐을지도 모르고…… 어디에서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빈다.


힘내자: 오늘도 좋은 것 배워가네요.. 두 아이 사이가 좋아진 건 미움을 극복한 어진님의 다정한 인사 때문이였겠지요.. 잠든 아이들을 보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예요..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어진님.. 맘 넓은 어진님께 제 얘기좀 해도 될까요.. 요즘 신랑이 잡을 구하고 있거든요.. 그동안은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공부만 하다가 얼마전부터 적극적으로 인터뷰도 보고 그러네요.. 공부만 할때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지만, 일주일에 몇번씩 인터뷰를 본지 한달이 지났는데 좋은 소식은 없고 기다리는것도 또 다른 고충이네요..
일년전만 해도 인터뷰 기회도 잡기 힘들었는데 많은 발전이라고 저에게 위로를 하는 신랑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지요..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당장 아무데라도 가서 돈 벌어왔! 당사자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까요.. 요새는 풀이 죽어 우리 가족에게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네요..
항상 긍정적인 신랑 옆에서 초치는 재미로 살았는데 신랑이 풀이 죽으니 제가 더 오기가 나서 끝까지 해 볼려구요..
신랑 자랑 좀 할께요.. 얼마전에 이곳 큰 통신회사랑 인터뷰를 했는데요, 면접관이 너 참 인상적이다.. 그러더래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메일도 주고.. 유감스럽게 너를 뽑진 못했지만 우리부서보단 다른 부서에 잘 맞을거 같아 이력서를 그쪽에 보냈다고, 너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자기는 알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고 자기 회사에 들어온다면 회사에 득이 되는 사람이 될것을 확신한다고.. 신랑이 뽑히진 않았지만 힘을 주는 일이였어요.. 원래 친절한 사람이겠지만요..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어진님한테 자랑하는 거예요.. 조금씩 희망이 보여서 그걸 믿고 나아가는 사람인테, 저희의 희망을 미련이라고 말하며 미련때문에 10년 고시공부하는 사람에 비교하는 이웃도 있거든요...
기도해야겠어요.. 누가 저에게 작정기도를 해보라 하는데, 전 기도할줄 잘 모르는데.... 지금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대신 해야겠어요.. 근데요, 기도하면 안될것도 들어주시는거 아니잖아요.. 여태껏 안 된건 제가 기도 안해서 그런거 아니잖아요.. 제가 정말 생짜 초신자라 암 것도 몰라요.. 밑의 어진님 글 다시한번 읽어봐아겠어요..
무슨 인생상담 코너도 아닌데 주저리 말이 많았어요..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어진이: 힘내자님, 글을 읽고 마음이 기뻤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참으며 공부를 계속하시는 신랑의 모습도 참 좋아 보이고요. 또 많은 발전과 기회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제 생각에는 멀지 않은 것 같네요. 힘내세요. 그리고 신랑의 용기를 많이 북돋아 주세요. 화사한 봄소식과 함께 반가운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기도할께요.

힘내자님, 가끔 화를 내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맘 속에 너무 꽁꽁 묻어 두시지 마세요. 가슴알이로 발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남편한테 화풀이를 못하면 누구에게 하겠습니까? 화풀이는 가장 믿을 만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하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잦으면 곤란하구요.ㅎㅎㅎ

화를내신 후,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자기야~, 많이 속상했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 미안해. 그렇다고 바보같이 주눅들지 마! 난 당신을 믿어! 자기야~, 기~찬 호떡해 놨다. 먹을래?” 이런 말을 꼭해야 합니다.

힘내자님, 좋은 소식은 저에게 제일 먼저 보내 주시는 겁니다.
점심시간이예요. 밖에 날씨가 화창합니다. 봄이 곧오겠지요?
오늘은 아내가 점심으로 무얼 싸주었나?
글을 쓰다 보니 속이 출출하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기사 등록일: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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