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도시의 가족이 되다...캘거리·서울의 공존 실험
캘거리 160곳 오프리쉬 운영, 서울은 등록칩 제도, 반려용품 시장 132억 달러·사료 시장 26억 달러
캘거리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오프리쉬 반려견 공원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캘거리와 서울, 두 도심이 각자의 방식으로 ‘펫 프렌들리’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캘거리 공원엔 목줄을 푼 반려견이 뛰고 서울의 거리엔 등록칩을 단 반려견이 걷는다. 제도와 공간, 산업이 함께 움직이면서 ‘도시형 반려사회’로 향하고 있다.
■ 반려견이 걷는 도시, 캘거리의 오프리쉬 문화
캘거리는 반려견의 자유를 도시설계 한복판에 두고 있다. 시는 도심과 교외를 포함해 160곳 이상의 오프리쉬(off-leash) 구역이 운영 중이다. 총 면적은 시 전체 공원지대의 약 13%를 차지한다. 이처럼 반려견을 위한 대규모 열린 공간을 갖춘 도시는 북미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반려견 주인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는 거점이 됐다. 현지 조사에선 “대부분의 반려견 주인이 오프리쉬 구역을 이용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캘거리의 반려동물 산업도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캐나다 반려용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약 88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132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려동물 서비스 시장 역시 2023년 7억8000만 달러 규모에서 2030년 15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 제도를 세운 도시, 서울의 ‘등록칩’ 반려사회
서울에서는 반려견 제도가 규제 중심에서 공존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가 시행 중인 ‘반려견 등록제’는 생후 2개월 이상 반려견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내장형 칩 또는 외장형 장치 부착을 규정한다. 등록하지 않으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 관계자는 “등록제는 단속이 아니라 책임의 제도화”라며 “유기동물 방지와 시민 안전을 함께 고려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반려동물 사료 시장도 활황이다. 규모는 올해 17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26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간식 시장 역시 2023년 2억8000만 달러에서 2030년 6억4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과 소비문화 변화가 맞물려 ‘펫 이코노미’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강남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은 반려견과 스타필드 같은 복합 쇼핑몰에서도 같이 다닌다”면서 “칩 등록이 불편하긴 해도 강아지들의 안전이 더욱 보장되고 공공장소 이용이 더 넓어졌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세계가 공유하는 ‘도시형 반려사회’
이런 변화는 글로벌 흐름이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반려견이 일부 해변과 공원 출입을 제한받지만 동시에 ‘도시 내 반려견 허용 구역 확대’를 추진 중이다. BBC는 공공장소 내 반려견 접근성을 보장하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선 한 유기견이 버스·지하철·페리를 스스로 이용하면서 시민들의 상징이 됐다. 동물 복지와 도시 공존의 새로운 형태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다.
도시의 변화는 시민의 인식에서 완성된다. 캘거리 다운타운에 사는 워홀러 B씨는 “여기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게 라이프스타일처럼 자연스럽다”면서 “카페나 공원, 마트에서도 다 같이 움직이는 이런 환경은 사람도 여유로워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려견은 가족의 영역을 넘어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캘거리와 서울은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사는 도시’를 그리고 있지만 그 변화의 방향은 같다. 규제 중심에서 공존 중심으로, 소유의 개념에서 관계의 가치로 옮겨가는 새로운 질서를 계속해서 써 내려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