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몰고 장비 다루는 여성들…직종 경계 허문 캘거리 - 앨버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64.2%
경찰·교통·건설 현장서 비중 확대, 임금격차와 승진 불균형은 여전
캘거리 도심 건설현장과 거리 순찰에 나선 여성 근로자와 경찰관들의 모습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캘거리의 거리와 역, 건설현장에는 여성 근로자들이 눈에 띈다. 운전석과 장비 위, 그리고 안전조끼 너머의 모습은 한국과 다른 일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새내기들 역시 익숙했던 기준이 통하지 않는 장면 속에서 이 도시의 질서를 새롭게 배워가고 있다.
앨버타주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올해 9월 기준 64.2%로 캐나다 평균(62.4%)과 한국의 56%를 모두 웃돈다. 한국은 OECD 평균(61.4%)보다 낮은 수준이다. 참여 비율만 놓고 보면 앨버타는 북미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 캘거리의 현장, 성별 구분 옅어지다
직종의 성별 구분이 허물어지는 속도도 한국보다 한발 빠른 분위기다. 앨버타에선 운송·건설·보안 등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던 직종에서도 여성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캘거리 도심에서는 건설현장을 포함해 버스·C-트레인 운전석, 보안·시설관리 업무에서 여성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사장 안전조끼를 입은 여성 인부나 트레인 운전석에서 마이크를 잡은 여성 기사도 마찬가지다. 현장 곳곳에서 여성이 ‘노출된 위치’에 있다는 점이 한국과 차이점이다.
현재 한국의 여성 근로자 비중은 서비스·사무직에 70% 이상 집중돼 있다. 산업·운송·보안 직종의 여성 비율은 10%를 밑돈다. 반면 캐나다는 공공안전·운송 부문에서 여성 진입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캘거리 여성 경찰관 비율은 현재 약 22% 수준으로 채용 단계에서 여성 지원자 비율을 KPI(핵심성과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전국 여성 소방관 비율은 작년 기준 12%로 2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 한국 성별 임금비 OECD 최하위, 앨버타도 전국 평균 하회
공공부문에서 여성의 ‘진입 문턱’은 낮아졌지만 ‘조건의 평등’은 여전히 과제다. 앨버타의 성별 임금비율은 71%로 동일 노동에서 여성의 평균임금이 남성의 70% 수준에 머무른다. 이는 캐나다 전체 평균(76%)보다 낮은 수치다. 한국의 성별 임금비는 63%로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캘거리 시는 교통·공공안전·행정 전 부문에 성인지분석(GBA+) 정책을 적용해 불평등을 최소화하려 힘쓰고 있다. 또 교통국은 여성 운전원과 이용자 안전정책을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트랜짓의 공식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채용 비율이 늘고 있고 현장에서도 여성 운전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NE에 거주하는 워홀러 A씨는 “버스나 트레인에서 여성 기사님을 종종 본다”면서 “한국에서라면 신기했을 장면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건설현장이나 시큐리티 분야에서도 여성 근로자들이 한국에서보다 눈에 띈다"며 "일에 남녀 구분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캘거리는 ‘보이지 않던 여성’을 보이게 만드는 도시다. 유리천장은 전 세계 어디서나 공통된 구조적 문제지만 적어도 이 도시에선 진입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에선 아직 드문 장면들이 이곳에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변화는 멀지 않다는 걸 캘거리가 먼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