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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과 누룽지 누님 _ 민초 이유식 (시인, 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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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쇼핑몰들은 한결같이 왜 '비슷해 보일까' - 차량 중심 도시·분산 상권이 만든 ‘안정형 유통’

대형몰·파워센터 전략, 다양성보다 접근성 선택

캘거리 선리지 몰 내부와 앨버타 곳곳의 상권 모습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캘거리의 대형 쇼핑몰과 외곽 상권을 돌다 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지역을 이동해도 입점 브랜드와 매장 구성은 유사하다. 상권의 개성이 제한적으로 느껴지는 배경에는 도시 구조와 유통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 같은 브랜드의 반복…캘거리 상권이 작동하는 방식

캘거리는 차량 이동을 전제로 한 효율적인 분산 상권과 대형 임대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형 리테일’을 발전시켜 왔다. 이런 인상은 대형몰에서도 확인된다. Chinook Centre부터 CrossIron Mills, Sunridge Mall 등 주요 몰의 입점 브랜드는 지역을 달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개별 점포의 선택이라기보다 본사가 검증한 포맷을 도시 전반에 확장하는 캐나다 대형 리테일의 일반적 전략이다.

이 흐름은 외곽 상권에서 더 뚜렷하다. 캘거리 곳곳에 조성된 ‘파워센터(power centre)’에는 식료품·생활·공구·의류 체인이 묶여 입점한다. 차량 접근성·대형 주차장·한 번에 해결하는 소비를 전제로 한 북미 외곽 도시의 전형적 상업 모델이다. 시에 따르면 이 구조는 보행 유동 인구보다 주차와 접근성을 핵심 가치로 둔다.

시장 반응도 이런 상업 배치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소매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파워센터와 주요 쇼핑몰이 낮은 공실률과 높은 임대 수요를 보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왜 밴쿠버·토론토, 한국은 다른가

북미 도시들의 상권은 같은 대륙 안에서도 방향이 다르다. 우선 밴쿠버와 토론토는 고밀도 도심을 기반으로 보행 중심 상권을 형성했다. 블록 단위로 유동 인구가 몰리고 소형 임대 공간도 비교적 많다. 편집숍과 팝업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다. 두 도시는 시 차원에서 보행 활성화와 도심 혼합용도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카멀바이더시(Carmel-by-the-Sea)'는 또 다른 사례다. 이 도시는 상권의 개성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곳으로 평가된다.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고 보행 중심의 소규모 점포 구성을 유지해 지역성 자체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상권의 다양성을 정책으로 관리해온 점이 캘거리와 대비된다.

한국 도시의 소비 공간도 다른 조건에서 움직인다.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 일대에서는 유동 인구를 토대로 팝업과 기획형 매장이 빠르게 교체된다. 인천과 대전 등 광역시급 도시에서도 중심 지역을 따라 다양한 상업 형태가 자리 잡았다. 도시 크기보다 사람 흐름과 공간 배치가 차이를 만드는 점에서 캘거리와는 다른 조건이 작동한다.

이런 차이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한인 새내기들이다. 캘거리 생활 초기에 편리함과 낯설음을 함께 경험한다. 일본에서 4년간 유학한 뒤 캘거리로 온 20대 워홀러 A씨는 “대형 몰에 입점한 브랜드나 푸드코트 구성이 비슷하고 동네를 옮겨도 Superstore와 Dollarama, Mark’s, RONA 같은 매장이 같은 조합으로 이어져 처음엔 다소 신기했다”며 “다채로운 축제들을 포함해 잉글우드나 17번가, 켄싱턴 일대가 그나마 개성 있는 거리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홀러 B씨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필요한 물건을 찾기 쉬운 점은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이주한 유학생 C씨는 “밴쿠버 도심에서는 편집숍이나 소규모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캘거리는 일상 소비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강점이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캘거리는 편의와 접근성을 우선해 도시의 소비 공간을 만들어왔다. 반복처럼 보이는 구성은 일상 소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이 선택이 앞으로 도시의 멋과 소비자 입맛에 어떤 변화를 더할지 주목된다.

기사 등록일: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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