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EU와 ‘특별 동맹’ 추진…“회원국 가입은 아니다” - 미국 의존도 낮추고 유럽과 경제·안보 협력 강화…“28번째 EU 회원국 될 생각 없어”
마크 카니 총리가 일요일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열린 갈라 만찬에서 캐나다 투자 서밋 개막식을 주재했다. (사진출처=CBC)
(안영민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유럽연합(EU)과 기존 관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동맹(unique alliance)’ 구축을 추진한다. EU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안보·기술 등에서 협력을 대폭 확대해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카니 총리는 13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며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우선순위도 같으며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EU와 특별한 동맹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캐나다와 미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대응해 276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미국도 오는 29일부터 캐나다산 주류와 오토바이 등 일부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서 카니 총리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EU와의 관계에서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방안을 검토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EU의 정식 회원국과는 다른 형태인 ‘준회원(associate member)’이라는 지위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준회원’이라는 명칭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유럽과의 관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준회원이라는 명칭은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 캐나다가 EU에 공식 제안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니 총리를 향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결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이며, EU의 28번째 회원국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가 유럽과의 관계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재무장관은 최근 C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시장은 미국 소비시장보다도 큰 규모라며 캐나다가 유럽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캐나다인들에게 안심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EU 역시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캐나다 EU 대사 제네비에브 투츠는 양측이 이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파트너십을 넘어 매우 새롭고 독특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오는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해 18일 유럽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이번 연설에서 캐나다와 유럽의 새로운 협력 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와 EU는 오는 10월 29~30일 캐나다에서 정상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 회의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 변화 속에서 유럽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니 총리가 추진하는 ‘특별 동맹’은 EU 가입을 의미하지 않으면서도 무역과 투자, 에너지, 국방·안보, 핵심 광물 등 전략 분야에서 유럽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경제적 갈등이 깊어질수록 캐나다가 유럽을 새로운 전략적 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